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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은 N극 부모는 S극 웬만한 일탈 포용해 주세요

틈만 나면 밖으로 나도는 아들, 무슨 얘기만 하면 간섭 말라며 짜증 내는 딸…. 초등학교 때 말 잘 듣던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더니 어쩌면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엄마는 속이 탄다. 나쁜 친구를 만나는 건 아닌지, 부모로서 뭘 잘못한 건지 걱정하다 나긋한 말투로 한번 다가가 보지만 아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도 하지 않는다.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에게 이 애들을 어떡하면 좋을지 물었다.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

사실 지난 3월 그가 이끄는 서울시 교육청이 마라톤을 중2병 해법으로 내세워 일부 트위터리안으로부터 “교육감이 중2병”이란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서울대 교수 출신의 교육심리학자다. 교육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마라톤 말고도 뭔가 해법을 갖고 있을 듯 싶었다. 걱정이 태산인 엄마와 달리 그는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 해 집행 예산 7조6000억원. 공립 초·중·고 교장 1200여 명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고 학생 127만 명을 어떻게 가르칠지 방향을 정하는 서울시교육감. 진보 성향 곽노현 전 교육감이 낙마하자 보수 단일후보로 나서 지난해 12월 ‘교육 소통령’ 자리에 앉은 문 교육감은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줘야 할 최고의 유산』 『내 아이 크게 멀리 보고 가르쳐라』 같은 책을 썼다.



  문 교육감은 “달이 지구 인력에 끌려 도는 것처럼 초등학교 아이들은 부모의 인력에 끌려 부모 주변을 맴돈다”며 “그러나 중학교에 들어가는 13~14세 무렵 사춘기가 되면 부모로부터 이탈해 친구 쪽으로 가려는 다른 자장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경향은 나쁜 게 아니라 부모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독립하려는 심리적 성숙 과정이니 아이들 행동을 불량기로 볼 게 아니라 웬만한 일탈은 부모가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문 교육감은 자신의 자녀는 어떻게 키웠을까. 스포츠에 재능이 있던 아들은 어릴 때부터 줄곧 체육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꿈이 좀 더 컸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본인이 워낙 좋아해 스포츠 경영을 한번 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학자 아버지 입장에서 이 정도 양보했는데도 아들은 “난 체육을 하겠다는데 아버지는 왜 스포츠 경영을 하라는 것이냐”며 여전히 불만이었다. 결국 고 2 때 아들 하고 싶은 걸 지지하기로 타협을 봤다고 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유치원 교사들에게 인성교육 특강을 하는 문용린 교육감.


-중2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학생 자녀와 갈등하는 학부모가 많다.



 “초등학교 때는 친구가 무슨 말을 해도 ‘우리 엄마가 이랬어’라며 가정을 중심에 두고 사고한다. 그러던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 달라진다. 부모로부터 이탈해 친구에게로 가려는 탈궤도화 현상이 나타난다. 부모가 하라는 것과 반대로 하는 게 또래 사이에서 영웅처럼 비친다. 부모가 말하는 규범에서 일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행성이 강해지는데, 그럴수록 아이들 사이에선 인기가 높아진다. 규범도 없어지고 부모도 무섭지 않고 자기네들끼리 똘똘 뭉쳐 구미에 맞는 일을 합의만 보면 뭐든지 하게 된다. 통제가 안 되기 때문에 ‘북한도 중 2 무서워 못 쳐들어온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부모가 그런 자녀를 질책하는 게 당연한 것 같다.



 “10대의 반항은 어느 문화권에나 있다. 사춘기 특성 자체가 부모로부터 떠나려는 성향이므로 오히려 그걸 도와줘야 한다. 많은 부모가 ‘너 이놈 컸다고 말 안 듣느냐’며 아이 행동을 불량스럽게 보거나 ‘저러다 나쁘게 되는 것 아니냐’며 조바심을 내곤 한다. 하지만 사춘기일수록 부모의 수용이 중요하다. 부모 영향권에서 독립하려는 과정에서 자녀와의 애정적 유대감을 유지해야겠다고 판단한다면 웬만한 일탈은 인정해야 한다. 담배 피우고 그런 게 아니라 엄마에게 퉁명스럽게 얘기하거나 하는 것 등은 받아줘야 한다는 얘기다.”



-중학교에서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가 심각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



 “그 무렵 아이들은 재미를 찾는다. 집에 가봤자 부모에게 예속되고 학교에서도 선생님에게 예속되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있으면서 재미를 추구한다. 그 와중에 옆에 있는 학생을 건드려 본다. 차츰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건드리면 피해 학생은 무서워 더 복종적이 된다. 사탕 사와라, 돈 가져와라 같은 요구에 그 학생이 하라는 대로 할수록 재미있어 한다. 애들 사이에 피해 학생이 생기면 그게 왕따이고, 희생자가 저항하면 폭력을 쓴다. 사춘기에 사회적 규범이 혼돈에 빠지는 아노미 상태를 경험하는 거다.”



-대부분 비슷한 과정을 겪나.



 “사춘기를 겪는 양태는 여러 가지다.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가 ‘너는 의사가 돼야 한다’는 식으로 부모 의지를 주입했던 아이들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 아노미 상태를 바로 겪진 않지만 막상 중학교에 들어와 보니 공부를 생각만큼 잘하지 못해 의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대안이 없으면 방황하게 된다. 또 다른 유형은 비행 성향이 강해져 아노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다. 가장 좋은 유형은 자기 수준에 맞는 목표를 정하는 아이들이다. 서울대를 가야겠다거나 의사가 돼야겠다는 게 아니라 동네에서 보는 어떤 아저씨처럼 나도 저런 사람이 돼야겠다는 식으로 적절한 방향을 설정하는 아이들이다. 공부를 엄청 잘하지 않지만 정서적으로 편안하다. 중학교에서는 자신의 수준에서 될 것 같은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 올인하도록 자세를 잡아주는 게 좋다.”



-부모 입장에선 자녀가 저절로 사춘기를 잘 겪고 나오기를 기다리기만 할 순 없지 않나.



 “중 2, 3학년을 거치면서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되고 대학 입시가 곧 다가온다는 것도 알게 된다. 또 사춘기를 거치면서 세상을 조금씩 알아 가고 거기에 준비도 하게 된다. 가장 좋은 게 이때 아이들 머릿속에 희망과 비전이 들어서는 거다. 책을 읽거나 체험을 하면서 마하트마 간디나 존 F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 이순신 장군 같은 사람이 멋있다는 식의 롤 모델이 만들어지면 최적이다. 한 심리학 연구 조사를 보면 16살 때 그런 이미지가 만들어진 아이들은 그 이미지를 따라간다. 도산 안창호 선생도 16살 때 일본 사람과 청나라 사람이 평양에서 싸움하다 조선 사람이 총에 맞아 죽은 것을 보고 ‘우리가 힘이 없어 빚어진 일’이라고 생각해 애국자가 됐다. 백범 김구 선생이나 이율곡 선생도 16, 17살 때 이른바 ‘필’이 꽂혀 그 방향으로 나갔다. 중학교에 들어가며 아노미 상태가 됐다가도 2, 3학년을 거치면서 자기 목표를 찾아야 한다.”



-부모 세대도 사춘기는 이해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살려면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공부해라, 학원 가라 하는 것 아닌가.



 “모든 부모가 자녀가 출세해서 행복해지기를 원한다면서 공부해야 그렇게 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공부하라고 하기 전에 아이에게 꿈을 집어넣어 주면 좋겠다. 영국 정치가 윈스턴 처칠이나 이병철·정주영씨 같은 정신적 멘토, 모델을 자꾸 얘기해 준 뒤 그렇게 되려면 공부하는 게 좋다는 논리를 펴라는 얘기다. 공부하라는 말을 잘 받아들이면 문제가 없지만 많은 아이는 ‘엄마는 만날 공부하라고만 한다’고 반응한다. 그러니 논리를 세워야 한다. 신사임당도 이율곡을 키울 때 공부하라는 소리보다 훌륭한 유학자 얘기를 많이 해주면서 그런 선비가 되려면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자녀를 잘 키운 이들의 양육서에는 공통적으로 공부하라는 소리보다 세상에 가치롭고 의미 있게 산 사람들 얘기를 많이 해줬다는 내용이 나온다.”



-부모도 중요하지만 학교 교사가 달라져야 꿈을 심어주는 교육이 가능하지 않을까.



 “미국은 직업관이 초등학교에서부터 생기기 시작한다. 그걸 누구도 제약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하고 싶은 게 있다고 말해도 공부를 잘하면 무조건 의대나 법대, 경영대를 가야 한다고 부모들이 생각한다. 혹은 직업 안정성을 찾아 사범대를 가서 교사가 된다. 하지만 미국에 초·중·고를 거치면서 교사가 되겠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교사가 된다. 그래서 미국에선 가르치는 게 적성이고 천직이라는 교사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다른 점이 또 있다. 미국은 교사가 됐다 해도 소질이 안 맞으면 쉽게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사범대 나와 교사가 되면 적성이 안 맞아도 움직일 수 없다. 기본적인 구조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는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이 지난 70~80년 동안 누적돼 왔다. 사립학교라면 무조건 복마전 같다고 생각하고, 교사라면 촌지나 받는 걸로 인식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대단히 위축돼 있다. 스승의 날에 선생님들 선물 받는다고 휴교까지 하지 않나. 교사들 기가 죽어 있으니 아이들 가르치는 게 신나지 않는 거다. 학교 시설은 좋아졌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업무에 시달린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잘하는 것도 얼마나 많나.”



-교사의 기를 살리기 위해 어떤 방안을 강구하고 있나.



 “국내 교사는 고교 때 성적이 상위 5%에 들었던 이들이다. 지적 능력이나 성품 수준도 높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교직에 들어오면 그 테두리 안에만 머물러 있다. 밖에 나가 동창을 만나면 ‘왜 교사가 그 모양이냐’며 교육에 대해 다들 한마디씩 하기 때문에 선생님끼리만 어울린다. 그러다 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도 있는 만큼 교사들이 사회에서 우대받을 수 있도록 전문성을 높여줄 계획이다. 미술 선생님은 화가이고, 음악 선생님은 음악가다. 그래서 명함에 그냥 미술 교사라고 쓰지 말고 동양화 전공, 인성진로 담당, 시인, 평론가, 대수학 전공 석사, 백제사 전공 등 자신의 경력과 전문 분야를 쓰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스승의 날 전날 서울지역 교사를 초청해 예술의전당에서 힐링콘서트를 열고, 올 12월에는 서울교원미술대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



-임기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안은.



 “독서다. 10년 후 지금 학생들이 ‘문용린 교육감 시절 책을 많이 읽어 교양과 상식이 올라가고 꿈이 생겨 내 인생이 바뀌었다’고 하기를 희망한다. 중 1 진로체험 등을 위해 사회 기관이 협조하고 동참하는 문화를 확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모든 걸 하는 게 선생님이다. 교사가 힘을 내면 교육정책이 성공하는 것이고, 교사가 가만히 있으면 실패하는 거다.”



우리는 대화하는 가족

“할 말 없으면 창의성 부족” 아내와 하루 서너차례 통화




-1990년부터 압구정동에서 자녀를 키웠는데 사교육 열풍이 거세지 않았나.



 “집사람도 교육심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간강사를 한 적도 있지만 거의 전업주부로 1남 1녀를 키웠다. 나나 집사람이나 사교육에 휘둘리진 않았고 학교 열심히 다니게 했다. 한 게 있다면 초등학교 때 학습지 같은 것을 좀 시킨 정도다. 아들·딸에게 ‘교육학 공부 하신 분들이 왜 이렇나’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과하게 우리 입장을 얘기하거나,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하면 ‘아빠·엄마가 쓴 책에는 그런 것 하지 말라고 돼 있는데 왜 그러느냐’라고 하더라. 아들은 체육을 잘했다. 중학교 때부터 체육 선생님이 꿈이었다. 꿈이 좀 더 커야 하지 않을까도 싶었지만 일관되게 꿈을 얘기하더라. 체육 교수는 어떠냐고 했더니 논문을 써야 해 골치 아플 것 같다고 하고,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들 머리가 굵어 다루기 힘들다며 중학교 체육 선생이 돼서 아이들이랑 축구하고 사는 게 좋다더라.”



-본인은 서울대를 나왔는데 자녀도 명문대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나.



 “명문대 보내 출세시키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했다. 큰딸은 과학을 좋아해 컴퓨터를 전공한 후 컴퓨터와 경영을 접목하고 싶다고 해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정보공학을 공부하고 있다. 아들은 체육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선수감은 아니어서 처음에는 망설였다. 고 2 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양보했다.”



-자녀를 키우며 아쉽다고 느낀 점은 없나.



 “실패한 것도 있다. 집사람과 애들 키우며 얘기했던 것이 책을 많이 읽히자는 것이었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들·딸 모두 지금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 너무 많이 먹으면 음식도 물리듯 책에 물린 것 같다. 아이들 입장에선 집에 들어가기만 하면 아빠·엄마가 하는 일이 책 보는 것이었다. 우리는 일부러라도 그렇게 했는데, 독서 지도에 문제가 있었다. 아이들에게 ‘이 책 재미있으니 읽으라’고 해놓고 우리가 읽을 책에 빠져 있었다. 아이들 수준에 맞는 책을 부모가 함께 읽었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네댓 살 외손주들이 집에 오면 아이들에게 맞는 동화책을 골라 한 아이씩 맡아 읽어 준다. 아이들이 계속 졸라 한 번에 예닐곱 권을 읽어줘야 해서 힘들더라.”



-화목한 가족 같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



 “하루에 서너 번씩 아내와 통화한다. 가급적 퇴근할 때는 떠나면서 차 안에서 통화한다. 가까운 사람과 할 말이 없다면 창의성이 부족한 거다. 나는 ‘아침에 설거지를 너무 건성건성 하고 와서 미안해’라거나 ‘오늘 ○○가 좀 먹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 아들은 지금 군대에 가 있기도 하지만 그전에도 좀 통화하기가 어렵긴 했다. 하지만 딸은 매일 두세 차례 전화를 걸어온다. 아파트 뒷동에 사는데, ‘오늘 매고 간 넥타이는 좀 튀던데 욕 안 먹었느냐’고 묻기도 한다.”



문용린(66세)

1947년 경기도 여주 출생

여주농업고·서울대 교육학과·서울대 교육학 석사·미국

미네소타대 철학 박사(교육심리학)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부 장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 한국교육학회 회장,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

상임대표, 제3대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

현 서울 교육감, 서울대 명예교수







가족: 아내 구경모(63·교육심리학 박사·전업 주부)씨와 1남 1녀

사는 곳: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근무하는 곳: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운동하는 곳: 매일 아침 압구정초등학교 운동장 예닐곱

바퀴 돌기. 주말에는 한강 시민공원에서 반포대교까지

2시간 가량 왕복 걷기

장 보는 곳: 압구정동 신사시장, 금강쇼핑센터 지하 마켓,

현대백화점 본점 지하 식품매장

자주 가는 식당: 압구정역 인근 신미식당(감자탕), 사월에

보리밥, 강가(인도 음식점), 노아(이탈리안 레스토랑)



자녀

장녀: 압구정초-구정중(현 압구정중)-현대고-서울여대

컴퓨터공학과-서울대 경영학과 박사과정

차남: 압구정초-구정중-구정고(현 압구정고)-호서대

체육학과-군 복무 중





글=김성탁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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