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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잃고 탈북한 윤희 "오쌤의 품은 엄마 품, 사랑해요"

13일 대한적십자사가 주최한 스승의 날 행사에서 한겨레고교 1학년 윤희양이 중3 때 담임인 오지연 교사에게 선물할 쿠키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박종근 기자, 안성=강정현 기자]


“엄마 품이 어떤 건진 모르지만 만약 엄마가 있다면 ‘오쌤’ 같은 느낌일 거예요. 사랑해요 ‘오쌤’.”

[2013 중앙일보 어젠다] 휴마트 사회로 가자(18)
북 출신 대안학교 오케스트라 단원들 지도교사 위해 노래 연주 깜짝 선물



 지난 13일 오후 대한적십자사 서울 중랑·노원희망나눔봉사센터. 적십자사가 주최한 스승의 날 행사에서 탈북학생 대안학교인 한겨레중·고교 학생 10여 명이 쿠키를 만들고 있었다. 이 학교 윤희(가명·17·고1)양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밀가루 반죽을 하고 오븐에 굽기까지 두 시간 남짓 동안 윤희는 중3 때 담임인 오지연(32·여) 교사와 함께했던 지난 1년을 떠올렸다. 윤희가 직접 구운 쿠키를 그 자리에 와 있던 오 교사에게 선물하며 말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에게 응석부리고 칭얼대고 싶은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셨어요. 고마워요 ‘오쌤’.”



가르치려 않고 늘 친구처럼 대해준 스승



윤희가 다섯 살 때 가출한 어머니는 탈북 도중 중국 공안에 잡혀 북송돼 죽었다. 언니와 아버지는 노역장으로 끌려갔고 윤희는 고아원에 보내졌다. 열한 살 때 아버지마저 여읜 윤희는 언니와 탈북을 결심했다. 2008년 1월 둘은 국경을 넘었다. 옌볜(延邊)에서 1년여 동안 숨어 살며 밭일을 한 돈으로 브로커 비용을 마련했다.



 옌볜에서 서울까지 꼬박 일곱 달이 걸렸다. 2009년 9월 목숨을 걸고 도착한 한국이었지만 반겨주는 사람은 없었다. 처음에 간 일반 학교에선 탈북자란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다. 유일한 피붙이인 언니와도 사이가 틀어지며 혼자 살게 됐다.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뿐이었어요.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윤희에게 처음 따뜻한 손을 내민 건 오 교사였다. 2010년 한겨레중·고교 음악교사로 부임한 그는 지난해 윤희의 담임이 됐다. 유난히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었던 윤희를 수시로 불러 상담했다.



일요일엔 커피숍에 데려가 친언니처럼 함께 수다를 떨었다. 고민을 들어줄 땐 언제나 손을 꼭 붙잡고 눈을 맞추며 얘기했다. “사랑은 체온과 시선으로도 전해지거든요. 윤희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관심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잘못에 대해서만은 엄격했다. 지난해 가을 윤희가 무단 외박을 했을 때 오 교사는 일부러 며칠 동안 모질게 대했다. “사랑은 감싸주기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차갑게 대하면서 저도 힘들었지만 세상에 혼자 맞설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요.” 1년이 지난 지금 윤희는 그 누구보다 밝고 명랑한 소녀가 됐다. 성적도 전체 평균이 30점가량 올랐다.



잘못했을 땐 모질게 며칠 동안 대하기도



10일 학교에서 윤희양이 친구들과 함께 오 교사를 위해 스승의 날 노래를 연주한 후의 모습. [박종근 기자, 안성=강정현 기자]


 오 교사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늘 따뜻하게 얘기를 들어주는 ‘언니’이자 ‘누나’다. “처음엔 교사 입장에서 가르치려고만 했더니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지 않더군요. 그래서 결심했죠. 친구처럼 편한 선생님이 되자고요.” 첫 담임을 맡은 2011년부터 오 교사는 아이들과 기숙사에서 살기 시작했다. 방과 후에도 함께 지내며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줬다. 한 달에 한 번씩은 반 아이 모두에게 손 글씨로 편지를 썼다. 자연스레 ‘오쌤’을 찾는 학생이 많아졌고 먼저 편지를 쓰는 학생들도 생겨났다.



 지난해 5월부터는 ‘희망풍차’ 오케스트라 지도까지 맡았다. 대한적십자사와 지휘자 금난새씨가 만든 ‘희망풍차’ 오케스트라는 한겨레중·고교 등 3개 학교 탈북 학생 7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금씨가 단장으로 있는 인천시립교향악단과 유라시안필하모닉오케스트라 소속 연주자 10여 명이 매주 재능기부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오 교사도 윤희를 비롯한 10여 명의 아이에게 비올라를 가르친다.



 “처음엔 1분도 채 현을 못 잡고 있었어요. 연습을 빼먹을 때도 많았죠.” 아이들은 악기를 접해본 적이 없어 흥미를 못 느꼈다. 계 이름을 읽을 줄 몰라 일일이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악보에 써줘가며 연습했다. 처음엔 수동적이었던 아이들도 오 교사의 노력이 계속되자 마음을 열었다. 지은(가명·16·중3)양은 “방과 후에도 남아서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보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수동적이던 아이들 마음 열기 시작



 지난 10일엔 윤희를 비롯한 8명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오 교사를 위한 깜짝 공연을 했다. 서툴지만 진지한 눈빛으로 각기 바이올린과 비올라·첼로를 연주했다.



현을 켜는 아이들 손놀림엔 정성이 묻어났다. 이날 아이들이 연주한 곡은 ‘스승의 은혜’. 연주가 끝나자 학생들은 오 교사의 품에 안기며 한목소리로 말했다. “사랑해요, 오쌤.”



안성=윤석만 기자

사진=박종근·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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