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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 되살리는 기적의 의술 … 할 수 있어요

24년 동안 군의관으로 일한 피터 리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도 참가했다. 그는 “군인은 물론 민간인 수술도 많이 했다. 60년 전 6·25 전쟁 때도, 지금 미국의 이라크전에서도, 흙바닥에 텐트 치고 수술하는 건 다를 바 없다”고 했다.


“할 수 있어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기퍼즈 살린 피터 리 박사



 미국 애리조나대학 외상수술센터 과장 피터 리(52) 박사는 서툰 한국말로 나직이 되뇌었다.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낼 수 있다는 얘기였다. 죽은 사람을 살려낸다니. “저도 처음엔 못할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이미 실험도 충분하게 했습니다.” 피터 리는 인터뷰 중 농담도 간간이 했지만, 이 얘기를 할 땐 엄숙하리 만큼 진지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희망’이라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 리 박사는 2011년 1월 머리에 치명적인 총상을 입은 가브리엘 기퍼즈(42·여) 하원의원의 수술을 집도했다. 기적처럼 그를 살려내면서 한국과 미국에서 일약 스타가 됐다. 기퍼즈 의원이 응급실로 실려왔을 때 피터 리가 있었던 게 행운이었다고 보도한 미 언론도 있었다. 강원도 원주에서 열리는 중증외상 관련 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그를 14일 만났다.



 -죽은 사람을 어떻게 다시 살려내나.



 “사망 직전의 중증외상 환자를 급히 수술해 살려낼 확률은 약 5%다. 대다수는 수술하다 사망한다. 내 연구는 ‘시간을 버는 프로젝트’다. 섭씨 10도 정도로 체온을 낮추는 동시에 칼륨(potassium)을 주입한다. 이렇게 하면 가전제품에서 전기 플러그를 뽑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난다. 칼륨이 세포의 기능을 정지시키기 때문이다. 세포가 활동을 하지 않으면 괴사하는 시간이 늦춰진다. 낮은 체온을 유지하지만 냉동인간처럼 너무 차갑게 만들면 안 된다. 세포가 얼어버리고 뇌가 기능을 못하게 돼서다. 이런 식으로 2~3시간 시간을 벌어 놓고 수술을 제대로 한다. 수술을 마친 뒤 다시 칼륨을 빼내고 천천히 체온을 높이면 살아날 수 있다.”



 -칼륨은 강제 주입하면 사람을 죽이는 물질 아닌가.



 “맞다. 칼륨은 체내에 과하게 주입하면 생명을 앗는 물질이다. 수술을 위해 일시적으로 사망 상태를 만드는 걸로 볼 수도 있지만, 사망하는 상황에서 바로 시술을 해도 효과가 있다. 이미 사람 사이즈의 돼지를 대상으론 실험을 마친 상태다. 생존률이 그냥 수술했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된다. 미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사람에게 직접 임상실험을 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았다.”



 -연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미군에서 발주를 받은 연구다. 군대엔 총상 환자가 많은데 병원에 제때 도착하긴 너무 힘드니까….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가능하더라. 50년쯤 지나면 아마 앰뷸런스에서 교통사고 환자를 죽인 다음 데려와서 수술해서 살릴 거다. 시퀘스터(예산자동삭감) 때문에 임상 실험이 좀 늦춰질 수도 있다. 지금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동의를 받고 있는 단계다.”



 -중환자는 직접 동의를 받을 수 없으니 미리 받는다는 건가.



 “맞다. 모든 지역민들에게 사전 동의를 얻는 수밖에 없다. 요즘은 동의를 구하는 프로모션이 주 업무가 될 정도다. 그만큼 중요한 연구다. 임상이 시작되면 디스커버리 채널에서도 시리즈로 방송이 될 것 같다.”



 리 박사는 16일 출국한다. 조만간 한·미 양국에서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도 출간할 계획이다. 그는 자신의 제언이 한국의 중증외상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의 중증외상 시스템은 어떤가.



 “미국과는 비교가 안 된다. 사실 미국도 1970년대에야 만들었고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일부 국가 정도나 제대로 된다. 일본도 연구를 좀 하는 중이다. 한국은 이제 시작 단계다. 기존 병원을 잘 활용하면 된다. 병원을 떠돌다 죽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2200만 명이 사는 서울 인근엔 중증외상센터가 최소 10개는 있어야 한다. 조만간 서울에 5개, 부산에 1개를 만든다고 하는데 그것만 해도 큰 발전이다.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간의 사망 원인 1위가 중증외상이라고 발표했다. 매년 10만 명이 총상을 입는 미국에서는 48세 이하 사망원인 1위가 중증외상이다. 교통사고, 자살, 총상 같은 것들. 다른 질병에 비하면 아직도 연구가 너무 부족하다. 계속 연구해서 생존률을 높여야 된다.”



 그의 아버지는 의사였다. 아버지를 따라 의사가 되는 게 그는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공과대학으로 갔다. 그러다 군의관 양성학교를 갔고 해군에서 근무하며 사람 살리는 매력에 빠져 의사의 길을 쭉 걸었다.



 “의사 그 중에서도 외과의사는 정말 하기 싫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을 살리고 또 그들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보람을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외과의사가 됐죠. 지금은 수술도 연구도 재미있고 좋아요. 제가 태어난 한국에도 기여할 방법을 계속 찾을 겁니다.”



피터 리 박사의 인터뷰는 이번 주말 JTBC 뉴스에도 방영될 예정이다.



글·사진=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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