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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내기' 압박 … 주류 대리점주 자살

남양유업의 이른바 ‘밀어내기’식 영업관행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유명 전통주류 업체 대리점 업주가 본사의 ‘밀어내기’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천 부평동 술 창고서 발견
"본사 밀어내기로 큰 피해, 빚 갚아라 협박 받아" 유서

 14일 오후 2시40분쯤 인천 부평구 부평동의 한 주류유통업체의 창고 안에서 이모(44)씨가 숨져 있는 것을 대리점 경리직원 김모(31)씨가 발견했다. 이씨 옆에는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미리 피워둔 연탄 2장이 놓여 있었다.



 이씨는 다른 주류업체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2003년 권리금 5000만원에 부평구 대리점을 인수했다. 본사의 영업 방침을 충실히 따랐지만 영업부진 등으로 최근까지 회사에 1억2500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경찰은 이씨가 본사의 제품 강매, 즉 ‘밀어내기’ 압박과 빚 상환독촉 등으로 괴로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숨지기 직전에 B주류업체의 대표와 동료 대리점주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유서를 보냈다. 또 현장에 달력 4장의 뒷면에 작성한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본사의 제품 강매 실태와 본사의 밀어내기 영업으로 인한 대리점들이 겪는 스트레스가 적혀 있다.



 유서는 ‘남양유업의 밀어내기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이어 ‘밀어내기 많이 당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판촉)행사를 많이 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남는 건 여전히 밀어내기, 권리금을 많이 생각했다’는 내용도 보인다. 본사의 밀어내기로 피해를 많이 봤지만 권리금 때문에 사업을 접을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날로 늘어가는 부채, 10년을 충성하고 누구보다 회사를 믿고 따른 이 대리점에 이제는 지역제한(해제)이라는 칼을 꽂는다? 이제는 협박? 채권 갚아라?’라고 썼다. 밀어내기 물품을 받지 않으면 지역제한을 풀어 근처에 대리점을 추가로 열겠다는 협박을 받았음을 암시하고 있다.



 밀어내기 압박은 2010년 이 회사가 막걸리를 출시하면서 본격화됐다고 한다. 이씨는 유통기한이 짧은 막걸리 운반을 위해 냉동탑차를 구입하라는 본사의 압력으로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6000만원을 들여 냉동 탑차를 마련했다고 유서에서 밝혔다. 그러나 막걸리는 출시 8개월 만에 판매부진으로 생산이 중단됐고 이씨는 결국 냉동탑차 투자금을 몽땅 날린 꼴이 됐다.



 이씨의 유족들은 “본사의 밀어내기 압박이 힘들었지만 채무관계로 그만두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씨는 주변에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으며 밤에는 유족들에게 불면증을 호소했다고 한다. 경찰은 국과수에 의뢰해 이씨의 시신을 부검하는 한편 유서내용 등을 확인해 회사 측의 위법 사실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B사 측은 “이씨가 숨진 것은 유감이지만 유서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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