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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아베노믹스가 부럽다고?

[일러스트=강일구]


김종수
논설위원
의연한 대북정책과 방미(訪美) 외교의 성과로 60% 가까이 올랐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리얼미터 조사)이 지난주 터진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문으로 한 방에 날아가버렸다. 외교적 성취를 바탕으로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정책을 펼치려던 구상도 측근의 비리를 수습하느라 뒤로 밀리고 말았다. 박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해온 ‘신뢰’가 가장 믿음직하다고 여겼던 청와대 내부에서부터 허물어졌으니 무슨 정책을 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안에서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사이 못 믿을 이웃 일본으로부터는 엔저(低) 공습이란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사그라지는 일본경제를 되살리겠다고 공언해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다짐이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 100엔 돌파로 현실화된 것이다. 당장 수출기업들의 비명이 이어지고, 국내 주가는 폭락했다. 부동산대책과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하반기에는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도 덩달아 가물가물해진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이 따로 없다.



일본경제 회생의 최후 필살기



 잇따른 침략 부인과 극우 행보로 우리나라에선 미운 털이 박힐 대로 박힌 아베 총리지만 일본에선 이달 지지율이 72%(요미우리신문 조사)로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아베 총리가 일본경제 구하기의 필살기로 꺼내든 이른바 아베노믹스 덕이다. 일본기업들의 수출이 활기를 되찾고 주가와 부동산값이 한꺼번에 오르니 그럴 만도 하다. 도대체 얼마 만에 들어보는 경제회복의 나팔소리인가 말이다. 엔저로 이웃나라가 고통을 받건 말건 그건 알 바 아니다. 그렇게 해서 일본경제가 살아나기만 한다면야 뭐든 못할 게 없다는 기세다. 주요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아베노믹스를 ‘경기회복 대책의 일환’이라고 규정해 공식적인 면죄부를 줬다. 세계경제가 온통 침체에 빠진 마당에 일본경제라도 살아날 방법이 있다면 알아서 해보라는 것이다. 이 판에 일본의 인위적인 엔저가 근린 궁핍화 정책(beggar-my-neighbor-policy)에 불과하다는 우리나라의 볼멘소리는 먹힐 여지가 없다. 사실 주요 수출품목이 일본과 겹치는 우리나라를 빼고는 일본의 엔저 공세에 타격을 받을 나라는 별로 없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엔저 공세를 저지할 만한 동조세력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아베노믹스는 일본경제 회생의 목표를 디플레이션 탈출과 엔고(高) 시정으로 잡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정책이다. 구체적인 수단으로는 무제한 양적완화(量的緩和)를 통한 통화증발과 대규모 공공사업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 그리고 민간의 투자확대와 경쟁력 제고를 통한 성장을 제시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결국 일본이 동원할 수 있는 마지막 극한조치인 셈이다. 아베 정부는 일본은행 총재를 갈아치우기까지 하면서 무한 통화증발에 나서 엔화 가치를 30% 가까이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날 듯하니까 일본 국민들이 아베노믹스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장단을 맞추듯 국제 투자은행들도 다투어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잡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우리나라에서도 아베노믹스에 부러운 시선을 던지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도 무언가 아베노믹스 비슷한 것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효과 불투명하고 부작용 우려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는 아직 단정 짓기 어렵다.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무제한 양적 완화를 통한 통화증발이 엔저 효과에 의한 일부 수출 대기업의 호조 말고는 이렇다 할 내수 확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제로 금리에 돈을 아무리 찍어내도 돈을 빌리겠다는 사람이 없고, 국내의 투자와 소비가 늘지 않는 것이다. 통화증발의 효과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맞고 있을 뿐이다. 무제한 통화증발이라는 극단적 부양책으로도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주식과 부동산시장의 거품만 키울 우려도 크다. 대규모 토목사업과 공공근로를 통한 재정확대도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면서 정부부채만 키울 공산이 크다. 이미 세계 최고수준인 일본의 국가부채율이 더 높아지면 국가신용도가 추락하고 거꾸로 금리가 급등할 위험이 커진다. 민간의 투자확대와 경쟁력 강화라는 것도 이전의 정책과 구별되지 않는 데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우리가 따라 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그보다는 아베노믹스의 실패가 불러올 부작용과 위험에 대비해야 할 점이 더 많아 보인다.



  정작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부러운 것은 그 내용이 아니라 ‘그래도 무언가 이루려는 목표와 이를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아베노믹스에는 디플레 탈출과 엔고 시정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이 있다. 그에 비해 박근혜정부는 이것저것 손대기는 했지만 경제 전체를 아우르는 분명한 목표가 없다. 일자리 확대와 복지 확충, 경제 민주화와 기업투자 촉진, 규제 완화와 공정 경쟁 등 서로 상충될 수 있는 개별 정책목표들이 산발적으로 혼재돼 있다. 흡사 여러 개의 풍선표적을 띄워 놓고 산탄총을 쏘는 모습이다. 대충 쏘아봐서 맞으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다. 이래서는 정책의 효과도 작을 뿐만 아니라, 그걸 추진하는 정부나 지켜보는 국민과 기업이 모두 혼란스럽다. 확실한 목표가 없으면 의욕이 생길 리 없고, 의욕이 없으면 경제가 살아날 리가 없다.



김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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