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시론] 피카소 나올 문화 국가 만들자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많은 사람이 해외여행을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미술관이다. 볼거리와 먹거리로 마음이 풍족해졌지만, 뭔가 조금 허전하다. 그때 미술관에 가서 책에서만 보던 작품을 대하면 여행 온 보람을 느끼게 된다. 매번 생각한 거지만 피카소 그림이나 칼더 조각 작품 참 많다. 많이 만들기도 했겠지만, 그들이 만든 미술사에서 미술의 대명사처럼 만들어 놓은 탓도 있을 게다. 좋기도 하지만, 은근히 질투가 난다.



 지금은 해외 유명 작품 전시가 국내에서도 자주 열려 우리 눈을 즐겁게 한다. 전시장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곳곳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얘기를 들어 보면 이젠 우리 국민들의 문화 수준도 참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전시가 시작된 지 불과 10년 정도 됐는데, 적응을 잘하는 것 같다. 아니 그만큼 문화적 갈증이 컸었던 게다.



 하지만 이 정도로 문화적 갈증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 같다. 유구한 문화 전통을 가진 문화국가답게 우리 스스로의 미술관 문화를 만들어 볼 순 없을까. 가진 것은 없지만 다른 나라들과 차별화되는 미술관 문화를 만들어 보는 거다. 자원이 부족한 현실을 극복하고, 세계 유수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우리 아닌가. 부지런하고 머리 좋은 국민의 힘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미술관 운영 프로그램을 차별화하고, 여기에서만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문화적 자산을 만드는 거다. 금년 6월엔 옛 기무사 터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7월엔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관(이하 북서울관)이 노원구에 서게 된다. 서울관은 동시대 첨단 미술로 특성화하고, 북서울관에는 공공성을 강조한 미술 프로그램들로 채운다 한다.



 기대되지만 아쉬움도 있다. 이번 기회에 연극 중심 거리인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을 미술과 공연문화가 접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올림픽공원 소마 미술관을 조각과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미술관으로 만들면 어떨까. 북서울관에서도 해외 명품이나 주목받는 국제전시를 해서 많은 사람이 모이게 하면, 주변 지역에 경제 유발효과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여기까진 문화부나 서울시에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 아래로 내려가 보자.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각 지역에 미술관들을 세웠지만, 대부분 국립현대미술관 축소판처럼 개성 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미술관도 차별화하고, 관광산업에도 활용해 보면 어떨까. 연구단지가 있는 과학도시 대전에는 과학과 미술이 접목된 사업으로 특화해 보자. 예향이며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광주에는 역사적 아픔을 치유하는 문화적 내용이 넘쳐흐르게 하고, 섬유산업의 메카였던 대구에는 산업 및 생활과 관련된 미술 사업을 특성화하면 어떨까. 바다를 앞에 둔 부산에선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 비전을 담은 국제 청년미술제를 만들고, 빛과 물과 바람의 고장 제주도에선 자연과 미술이 어울리는 환경미술의 현장으로 만들어 보자.



 지켜야 할 게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와 효율성에만 집착하지 말자. 이런 문화 환경에서 자란 우리 후손들 중 미래의 피카소나 칼더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듯이 문화의 미래를 위한 투자로 생각하자는 거다. 또 많은 사람이 즐기고 공감할 수 있도록 미술관 문턱을 낮추는 거다. 지역의 명소가 되고 문화가 흐르는 거리와 도시가 되면 해외여행에서 가졌던 선망과 질투를 넘어서는 문화적 자부심도 갖게 될 테니까.



 이쯤 되면 대통령이 나서야 할 것 같다. 전국의 문화지도를 그리고,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한 일이니까. 경제적 효과를 창조하는 일인 것만은 분명하니까.



박 일 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