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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그대, 아직도 로맨스를 꿈꾸는가?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나이 50이 되면 알게 되는 게 있다. 마음은 몸처럼 나이 들지 않고, 눈도 취향도 행동도 좀체 세상이 50대에게 기대하는 만큼 늙지 않는다는 것. 다만 성숙한 50대는 부모로서, 배우자로서 그리고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근엄함을 수행하면서 자신을 수양하며 살아갈 뿐이라는 것.



 그러나 도무지 철들지 않는 마음의 장난에 걸리는 50대도 간혹 보인다. 특히 남자들. 20여 년 전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나는 앉으면 여자 얘기만 하는 일부 ‘철부지’ 50대 남자들 때문에 당혹스러웠다. 성희롱이나 성추행 같은 개념이 없던 때라 그들에겐 브레이크가 없었다. 이런 일이 있었다. 한 50대 남자 선배와 밥을 먹는데 그는 시종일관 연애와 여자 얘기를 했다. 젊은 시절 당했던 유혹부터 여전히 계속되는 젊은 여성들의 유혹과 이를 떨쳐내려는 자신의 분투 등. 내겐 착각으로만 들리는 이런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건 거의 50대였다. 그런 얘긴 지긋지긋했지만 대개는 참았다. 한데 그날은 임계점을 넘었다. 나도 터졌다. “선배는 거울도 안 보세요? 정말 그녀들이 선배를 유혹하고 싶어했다고 확신하세요?”



 자비심이라곤 없는 청춘의 눈에 50대 남성은 매력이 없었다. 결국 나는 ‘4가지’ 없는 청춘으로 찍혔지만 그런 ‘말폭탄’에서 자유로워진 것이 후련했다. 그 선배의 은퇴 즈음엔 이 장면이 떠올라 가슴에 꽂혔다. 철들지 않는 마음을 못 다스려 상상의 나래를 폈던 그 혼란스러운 50대에 측은지심도 들었다.



 이제 나와 내 주변이 모두 그 나이대. 50에 지천명(知天命)한다는 공자(孔子)의 말씀은 ‘헛소리’라는 생각이 든다. 해가 갈수록 주변의 남성 동지들은 오히려 예전엔 없던 흔들림과 감성을 문득문득 분출한다. 때론 위험하고, 때론 측은해 보인다. 남자에게 50대는 사춘기만큼이나 넘기 힘든 나이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격의 없는 이들 중엔 젊은 여성을 만나는 새로운 로맨스의 꿈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충심으로 충고한다. “이젠 젊은 꿈을 포기하고, 인간미를 키워 존경 받는 어른이 되라”고. 그럼 십중팔구는 나의 싸늘한 심장과 안목 없음을 질타한다. 나는 그들과 다투진 않는다. 그 늙지 않는 마음과 충만한 열정을 알기에.



 하지만 현실은 나보다 냉정하다. ‘격려하기 위해 성적 의도 없이’ 젊은 여성의 신체를 툭 치고, 갖춰 입지 않은 자태를 보여주곤 경찰에 고발당했다는 50대 남성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한데 여성들은 비록 친해도 외간남자의 터치와 오글거리는 멘트는 그의 마음이 어땠든 ‘성추행’으로 인식한다. 하물며 나이든 상사임에야. 오늘을 사는 50대가 깨달아야 할 지천명은 이런 ‘슬픈 현실’인지도 모른다.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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