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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3000개 늘었다 규제는 '불사조'

[일러스트=이정권 기자]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있는 A만화방. 40대인 이 가게 주인은 카운터에 앉아 고객이 주문한 컵라면에 연신 뜨거운 물을 붓는다. 하지만 늘 불안한 마음이 떠나지 않는다. 언제 관할 구청에서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며 단속을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걱정을 접어도 된다. 국무조정실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영업 활동과 경영에 부담을 주는 현장 애로 사항을 풀어주기로 하면서 만화방·PC방이 휴게음식점 허가 없이도 커피·컵라면을 판매할 수 있게 돼서다. 연말까지 관련 법을 개정하면 현재 수만 개로 추정되는 만화방과 전국 1만4000여 개 PC방 이용자들은 컵라면과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MB 정부서 1만4000개 된 까닭
한 개 풀려 해도 이익집단 충돌
한쪽선 새 규제 속속 등장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전 유성의 한 초등학교 앞 문방구들은 최근 새로운 규제 때문에 울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 하반기부터 학교 근방 200m(그린존) 내 문방구에서 과자나 아이스크림 판매를 제한하기로 해서다. 앞으론 일정한 위생시설을 갖춰야 이들 품목을 판매할 수 있고, 빨대 아이스크림이나 영세업체 과자는 아예 팔지 못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4대 악’ 중 하나로 불량식품을 지정한 여파다. 영세업체들은 “단속으로 못살겠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영세 문방구 매출의 80%가량은 200~300원짜리 과자다. 경찰청과 식약처가 학교 앞 불량식품 단속에 나서고 있으나 불량식품에 대한 정의부터 애매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완화가 화두로 떠오른다. 기업과 국민의 불편을 없애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명분도 똑같다. 하지만 정권이 끝날 때쯤이면 결과적으로 규제는 오히려 늘어난다. 한쪽에서는 규제가 풀리지만 다른 쪽에서는 새로운 규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론 없어지는 규제보다 새로 만들어지는 규제가 더 많다. 야심차게 ‘규제 전봇대 뽑기’에 나섰던 이명박(MB) 정부도 이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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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정부 첫해였던 2008년 5186개였던 규제는 2009년 1만1050개로 늘어났다. 이때는 국민이 규제를 알기 쉽도록 세분화하면서 외형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규제는 해마다 늘어났다. 2009년 1만1050개에서 지난해 말 1만3914개가 됐다. MB정부 임기 중 2864개의 규제가 늘어난 것이다. 2008년에서 2009년 사이에 실질적으로 늘어난 부분을 합하면 전체 증가 규모는 3000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MB정부 규제개혁의 캐치프레이즈였던 전봇대 뽑기는 말의 잔치로 그쳤다. 의욕적으로 전봇대를 뽑는다면서 왜 이렇게 규제가 늘어난 것일까. 한번 만들어진 규제는 시대와 상황이 변해도 좀처럼 없어지지 않지만 새로운 규제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 제9조 제1항. 대기관리권역 안에서 총량관리 대상 오염물질을 초과해 배출하는 사업장을 설치하거나 변경하고자 하는 기업은 환경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규제다. 2007년 1월 시행된 이 규제는 허가대상 사업장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2009년 7월부터 오히려 강화했다. 당초 일몰(올 6월 30일) 여부 재검토 대상이지만 의미가 없다. 소관 부처인 환경부가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지만 존속시키는 것으로 추진할 계획”(정복영 대기관리과장)이어서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말도 꺼내지 못한다. 최근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내 4년제 대학과 교육대학, 산업대학 이전을 허용하는 수도권 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6일 차관회의를 통해 원안이 의결됐지만 며칠 후 국무회의 상정은 잠정 보류됐다. 지방에서는 개정안의 완전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일 투자활성화 대책이 발표될 때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도권 규제 완화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까지 건드렸다가는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처럼 한번 만들어진 규제는 불사조가 되곤 한다.



 역대 정부에서도 규제 개혁을 끊임없이 시도해 왔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규제를 양산해 오던 정부가 규제 개혁으로 시선을 돌린 것은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던 1990년대부터였다. 하지만 시늉에만 그쳤다. 외환위기를 겪은 98년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규제 개혁이 본격화했지만 규제 합리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충호 국무조정실 규제총괄정책관은 “행정입법에 대한 규제 심사를 통해 각 부처의 불합리한 신설·강화 규제 발생을 억제하고, 매년 중요규제 중 50% 내외의 규제에 대해 위원회에서 심사를 통해 개선 또는 철회를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이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법률·시행령·시행규칙 같은 법령은 물론이고 조례·규칙 같은 자치법규도 모두 규제일 뿐이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활력을 높이려면 설비투자 확대가 시급한데 이를 위해서는 투자를 막는 각종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규제 방식



네거티브·포지티브 두 가지로 나눠진다. 네거티브 방식은 원칙허용·예외금지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명시된 행위를 제외하면 어떤 행위를 해도 된다. 부드러운 규제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포지티브 방식은 원칙금지·예외허용이다.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일부 행위를 빼고 모든 행위를 금지한다. 박근혜정부는 기업 활동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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