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말랑말랑한 젊은 코끼리 … 미국 뉴리퍼블리칸이 뜬다

마르코 루비오(42) 플로리다 상원의원은 보수 유권자 단체인 티파티의 황태자로 통한다. 2016년 대통령 선거에 선보일 수 있는 공화당의 신형 무기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그랜드 올드 파티(GOP·미 공화당의 속칭)’에 영원히 등을 돌린 것 같은 젊은 층의 눈길을 끌 덕목을 가졌다는 평가다. 일단 젊고, 잘 생겼다. 쿠바 이민자 가정의 아들로 빈민촌인 웨스트 마이애미에서 자랐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고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는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에 적절한 카드다.



‘부유한 올드 파티’ 이미지 깰 차세대 주자들 주목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루비오는 공화당의 또 다른 차세대 주자, 폴 라이언(43·위스콘신 하원)과 차별화된 길을 걷고 있다. 라이언은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후보 밋 롬니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됐지만 연이은 실언으로 “오바마 당선의 1등 공신”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국경 경계를 강화하기 위한 전기 펜스를 설치하고 강간으로 임신해도 낙태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공화당 내에서도 강경 인사로 분류된다.



 루비오는 이민법 협의체인 ‘8인 그룹’에서 활동했다. 이민법은 여전히 표류 중이지만 대화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루비오의 부상은 역설적으로 그가 전통적인 공화당원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보수층에 밉보이지 않았다.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폭스뉴스, 극우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러시 림바우도 그에겐 호의적이다. 기묘한 균형과 사안별 줄타기. 최근 공화당 내 등장한 신진 그룹인 뉴리퍼블리칸, 즉 신공화당원의 대표주자다.



‘야위고 배고픈 공화당원’으로 불려



 뉴리퍼블리칸은 무엇일까.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레이건 대통령 시절 성장해 1994년 뉴트 깅그리치를 선봉장으로 한 보수 우파 혁명 이후 정치에 입문했다. 공화당은 90년대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 정부를 좌지우지하면서 호시절을 누렸다. 하지만 신공화당원들은 이라크 전쟁, 경제위기 등으로 공화당이 인기 없던 시절 정치를 시작했다. 이 때문에 ‘야위고 배고픈(lean and hungry) 공화당원’으로도 불린다.



 이들은 공화당과 보수의 보루로 여겨 온 이민자법, 동성 간 결혼, 낙태 허용, 총기 소지 문제 등에서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정치명문가 태생, 있는 집 출신이라는 인상도 옅다.



 이들 뉴리퍼블리칸은 ‘차세대 공화당원의 길’이 주요 의제였던 2013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특히 주목받았다. 2~3년 전만 해도 무명에 불과했던 젊은 정치인들이 일약 2016년 대선에서 활약할 재목으로 거론됐다. 참석자들은 루비오 외에도 랜드 폴(50) 켄터키 상원의원, 켈리 아요테(45) 뉴햄프셔 상원의원 등이 공화당이 미래를 걸 인재인지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CPAC 예비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폴은 지난 3월 6일 상원 회의에서 존 브레넌 미국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의 인준 표결을 막기 위해 장장 13시간 연설하면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행사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하지만 당론과 배치되는 견해도 자주 내놓는다.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지만 “게이 커플이 차별받지 않도록 세제 혜택과 복지 지원, 게이 부모의 방문권 등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폭스TV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 의회의 시각은 국민보다 10년 뒤처져 있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검찰 출신으로 떠오르는 여성 공화당원 아요테는 보수적 견해와 중도적 시각의 혼합체다. 마리화나 합법화를 주장하지만 동성 결혼엔 반대한다. 또 총기 소지는 찬성하지만 주거 침입자에게 총격을 가해도 좋다는 ‘캐슬 독트린’엔 반대한다.



 뉴저지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51), 루이지애나 주지사 바비 진달(42)도 색다른 인사로 주목할 만하다. 공화당 후보로 12년 만에 뉴저지에서 당선된 크리스티는 90년대 부패와의 전쟁을 단행한 검찰 출신으로 민주당에서도 신망이 두텁다. 허리케인 샌디로 인한 뉴저지의 피해 복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을 칭송하면서 일부 보수층이 등을 돌린 핸디캡이 있다. 지난 대선후보로 물망에 올랐지만 고사했던 그는 2016년 대선주자로 꼽힌다. 진달은 인도계 미국인으로 공화당에 인종적 다양성을 부여할 인사로 거론된다.



이민자법·동성결혼·낙태 유연한 입장



 물론 이들 뉴리퍼블리칸의 정치철학이 완전히 새로워진 것은 아니다. 사안별로 좌우를 오가며 때로는 기존 입장을 정정하고 노선을 수정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들을 공화당의 새로운 흐름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뉴리퍼블리칸’이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이들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화당의 한 분파로 평가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괴로워하는 표정을 짓긴 하겠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결국 당론을 좇아갈 것”이라는 얘기다.



 공화당 내부에선 변화를 주장하며 방향을 바꾸는 인사들이 그나마 남아 있는 지지층, 즉 보수 표를 떠나게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산토끼 쫓다 집토끼마저 잃을 것”이라는 한국 정당들의 딜레마와 유사하다. 이 논리를 가장 열심히 펼치는 인사는 크리스 코바흐(46·캔자스 연방 상원의원)다. “불법 이민자를 사면하면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 절반이 우리에게 올 것이라는 생각은 과도한 단순화인 동시에 히스패닉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보수표 떠나게 될 것” 우려 목소리도



 그럼에도 공화당 안팎에서 뉴리퍼블리칸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어떤 형태로든 변해야 다음 대통령 선거를 기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2012년 대선은 미국 보수의 악몽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선거 중 젊은 층이 민주당에서 공화당 후보로 마음을 바꾼 비율이 가장 낮았다. 결국 루비오 같은 색다른 공화당원의 등장은 보수의 전략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신호탄인 셈이다.



 변화의 징후는 3월 CPAC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회의 조직본부는 예년보다 많은 흑인과 히스패닉 청중을 동원해 공화당이 소수인종을 포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수 진영 전략가인 딕 모리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에서 낙태에 대한 공화당 정치인의 발언들은 젊은 여성들로 하여금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게 만들었다”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기의식이 커갈수록 뉴리퍼블리칸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전영선 기자



◆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



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의 약자다. 1973년 시작된 미 보수단체들의 가장 큰 연례 행사로 미 보수연합재단(ACUF)과 보수 청년 조직인 영아메리카재단, 미국총기협회(NRA)가 주요 참여 단체다. 최근엔 동성애자 공화당원 단체인 고프라우드(GOProud) 등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거물 정치인이 연사로 나서 눈도장을 찍는 자리다. 지푸라기를 던져 바람의 방향을 점친다는 뜻의 ‘지푸라기 여론 조사(Straw Poll)’를 실시해 보수의 정서를 전달한다. 인기 정치인도 뽑는데, 1위가 주로 다음 대선주자가 된다. 올해 순위는 1위 랜드 폴, 2위 마르코 루비오였다. 일반 유권자가 주도하는 티파티(Tea Party) 운동과 함께 공화당 정치인이 가장 신경 쓰는 행사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