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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5대 리스크 중 첫째가 ‘자녀’ … “은퇴자 더 독해져라”

은퇴자의 수난 시대다. 금리는 바닥을 알 수 없게 떨어지고 있다. 재테크 수단이 마땅치 않으니 노후 자금을 불리긴커녕 이를 헐어 생활비로 쓸 판이다. 그런데도 자녀들은 좀처럼 독립하지 못한다. 생활비가 빠듯해 일거리를 찾자니 곳곳에 금융 사기와 창업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저금리와 자녀 부양, 창업 리스크에 몰려 벼랑 끝에 선 은퇴자와 예비 은퇴자들에게 국내 최고 은퇴 전문가 세 명이 조언을 했다. 이들은 “지금까지의 은퇴 공식을 뒤집고 노후를 다시 설계하라”고 강조했다.

은퇴 뒤 창업, 금융 사기, 중대 질병, 황혼 이혼, 독립하지 못한 성인 자녀. 최근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꼽은 인생 후반의 다섯 가지 리스크다. 강창희 미래와금융연구포럼 대표는 이 중에서도 자녀 리스크를 가장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성인이 된 미혼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50대 가구는 31.7%에 달한다. 60대까지 합쳐도 28.6%다. 문제는 다 큰 뒤 독립하지 못한 자녀의 상당수가 생활비를 대지 못한다는 점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부모들은 함께 사는 성인 자녀 한 명에 월 평균 90만1000원의 생활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들이 독립한다 해도 문제다. 2012년 기준으로 아들 한 명 결혼시키는 데 부모는 평균 4631만원, 딸 한 명에 3058만원이 들었다. 경제적 지출 규모를 따졌을 때 앞서 꼽은 다섯 가지 리스크 중에서 가장 큰 타격이다.

“평균치만큼만 돈을 써도 그나마 양호한 것”이라고 강 대표는 말한다. “서른 다 된 딸을 유학 보내려고 접었던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가 모아 놓은 돈을 다 날린 사장님도 봤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김혜령 수석연구원은 “은퇴 자산 2억5000만원을 지닌 55세 퇴직자가 60세까지 자녀 부양비로 연간 500만원을 쓰고, 결혼 자금을 평균 수준(4600만원)으로 지원하면 은퇴 자금이 77세쯤이면 바닥난다”며 “자녀에 대한 지원이 없었다면 85세까지 은퇴 자금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분수에 맞지 않게 사교육과 결혼을 시키고 사업을 한다고 하면 밑천을 대주느라 부모는 부모대로 노후가 망가지고,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독립심을 잃게 된다”며 “부모가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지 못하면 결국 자녀들이 불행해진다는 생각으로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본격적으로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40대는 부부가 힘을 합쳐 자녀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그는 “부부가 함께 자녀 뒷바라지를 어느 정도로 해야할 지에 대해 교육을 받고 충분히 대화해 ‘적당한 지원’의 선을 찾아야 한다”며 “이렇게 부부가 삶에 대한 가치관을 미리 조율해야 황혼 이혼이라는 또 하나의 패밀리 리스크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초저금리 리스크…고정관념 뒤집어라”
1%대 정기예금이 등장할 정도의 초저금리 시대. 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은 “기존의 재테크 상식은 모두 힘을 잃었다”며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으라”고 조언한다.

장기 자산 마련을 위한 기존의 공식은 실제로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복리를 활용한 재산 증식을 강조했던 ‘72의 법칙’을 보자. 72를 금리로 나누면 해당 금리의 복리 상품에 돈을 굴렸을 때 원금이 두 배가 되는 기간이 나온다는 공식이었다. 한때 “연 7% 복리 상품에 가입하면 10년이면 원금이 두 배가 된다”는 식으로 금융 상품 홍보에 쓰이곤 했다. 요즘 예금 금리라면 30년을 넘게 투자해야 원금이 두 배로 불어날 수 있다.

나이가 많을수록 안전 자산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100-나이’ 공식도 마찬가지다. 100에서 나이를 뺀 만큼을 투자 자산에, 나이만큼은 안전 자산에 투자하라는 자산 배분의 공식이다. 68세라면 32%의 자산은 주식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하고, 68%의 자산은 예금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정기 예금 등 안전 자산으로는 도저히 물가 상승률도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 왔다는 것.

김진영 소장은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을 나누는 기준도 모호하다”며 다양한 상품에 자산을 배분하는 ‘하이브리드(hybridㆍ잡종)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은퇴 뒤 원하는 현금 흐름을 만들려면 연평균 6.44%의 수익률이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 은퇴 준비자금이 올리고 있는 수익률은 1.58%밖에 되지 않는다”며 “원금을 지키겠다는 생각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실질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저금리로 묶어 놓은 돈은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1억원이 20년 뒤에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겠느냐”며 “다양한 금융 상품에 투자하되 안전성을 생각해 종목보다 지수 연계 상품을 노리라”고 말했다.

우재룡 한국은퇴연구소장의 조언도 비슷하다. 그는 “최근 3년 사이 국내 주식형 펀드나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정기예금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는데도, 은퇴자의 70~80%가 예·적금으로만 돈을 굴리고 있다”며 “이러다 주가가 상투를 잡을 무렵이면 또 주식으로 돈이 몰리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조언이 일치했다. 4ㆍ1 부동산 대책으로 거래가 반짝 살아날 때 애물단지 부동산을 처분하라는 것이다. 김진영 소장은 “거래가 살아난다니까 ‘다시 집값이 오르지 않을까’ 하고 미련을 가지는 분들이 있다. 구조적으로 부동산은 활황이 될 수 없다. 올해를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처분하라”고 말했다. 우 소장 역시 “부동산 시장은 잠시 좋아지는 듯하다가 더 악화될 걸로 본다”며 “하우스푸어라면 손해 볼 각오를 하고 부동산을 처분해야겠지만, 중대형 아파트는 거래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엔 출구 관리도 더 독해져야 한다. 돈을 벌어들이는 걸 ‘입구 관리’라고 한다면 번 돈을 어떻게 쓰는가를 ‘출구 관리’라고 표현한다. 뾰족한 재테크 수단이 점점 줄어드는 만큼 돈을 적게 쓰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강창희 대표는 “한 달에 100만원을 쓰는 사람이 90만원만 쓰고 산다면 그걸로 수익률을 10% 더 낸 것과 같은 효과를 보는 것”이라며 “더 이상 수입을 만들 수 없는 80, 90대에 은퇴 파산을 하지 않으려면 체면을 차리지 말고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보단 취업, 취업보단 창직(創職)
2억원을 정기 예금에 넣어도 한 달 이자 50만원을 받기 힘든 시대다. 달리 말하면 한 달에 50만원을 번다면 금융 자산 2억원을 지닌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난다는 뜻이다. 강창희 소장이 “노후 대비에 자신이 없는 이들은 여차하면 허드렛일도 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하지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창업이다. KB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자영업자가 3년 이내에 휴ㆍ폐업을 할 확률은 46.9%다. 투기등급 회사채가 3년 사이 부도날 확률(11.7%)보다 네 배 높다. 김혜령 연구원은 “창업에 실패한 뒤에도 계속 재창업을 시도하는 ‘리볼빙 창업’은 자칫 은퇴자를 파산으로 내몰 수도 있다”며 “생활비를 버는 것이 목적이라면 평균 순수익이 140여만원에 불과한 창업보다는 차라리 재취업을 고려하는 게 훨씬 낫다”고 조언했다.

현실적으로 은퇴자가 오래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요즘 은퇴 전문가들 사이에서 ‘창직(創職)’이란 단어가 유행하는 이유다. 즉 일을 찾기보다 일을 만들어내라는 것이다.

강창희 소장은 강남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애프터스쿨매니저센터’를 전형적인 일자리 만들기 사례로 꼽는다. 퇴직 교사들이 주축이 되는 애프터스쿨 매니저들은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마치면 학원이나 집으로 데려다 주고, 숙제나 공부를 제대로 하는지를 챙겨 봐 준다. 강 대표는 “강남 일대 엄마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있다”며 “일자리가 없다고 푸념할 게 아니라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각자 창의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은퇴자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우재룡 소장도 ‘일 만들기’를 강조한다. “은퇴자에게 좋은 일자리가 있습니까. 재취업을 한들 2, 3년 안에 또 잘립니다.” 그는 “절대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30% 남짓한 노년층을 제외하면 소득보다는 자아 실현을 목표로 일자리를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우 소장은 “50대 은퇴자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역 자영업자를 위한 광고를 내면서 용돈 벌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은퇴자들이 서로 도와가며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협동조합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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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