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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금융을 위한 변화와 혁신

새 정부 들어 ‘창조경제’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창조금융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관련 당국에서는 이미 모험자본을 뒷받침하기 위한 창조금융을 언급한 바 있다. 지금 금융은 비단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금융 자체가 기존의 방법으로는 더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에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창조적 혁신으로 이를 극복해야 할 때다. 따라서 모험자본의 육성뿐 아니라 금융 자체의 부가가치 제고를 위해 두 가지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지켜야 하는 영업용 순자본비율(NCR)을 완화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NCR는 영업용 자기자본을 총 위험액으로 나눈 것으로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과 비슷한 것이다. 이 비율이 150% 미만으로 떨어지면 적기 시정조치 대상으로 분류되며, 파생상품을 취급하거나 국고채 전문 딜러 업무 등을 하려면 250% 이상이 돼야 한다.

은행에 적용되는 자본건전성 규제인 BIS비율 8%를 NCR로 환산하면 대략 100% 정도다. 시스템 리스크에 영향을 주는 은행의 기준이 더 낮은 것을 보면 증권사에 대한 규제가 무거운 측면이 있다. 최근 당국에서 여기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은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본다.

자산운용사에도 NCR 규제가 있는데 자산운용사가 해외 법인에 출자할 경우 출자금이 영업용 순자본에서 100% 차감돼 NCR 비율이 떨어진다. 이는 자산운용사의 해외 진출에 제약이 된다.

일러스트 강일구
증권사, 은행보다 자본건전성 규제 강해
지금 증권사들은 400~500% 정도의 NCR를 유지하고 있다. NCR 규제를 완화하면 자본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사고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증권사의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공정한 규칙하에서 혁신의 장을 열어두고 실패할 수도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다. 이 과정에서 경쟁우위를 가진 회사가 대형화되는 것이다.

기관들 역시 경영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호구(護具)를 모두 갖추고 죽도로 대련할 때와 시퍼런 칼날에 몸을 내놓고 진검승부를 할 때는 정신자세가 완전히 달라진다. NCR 규제완화는 자본 효율화뿐만 아니라 기관들이 호구를 벗어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리스크가 커질수록 정신은 예리해진다.

둘째, 고령화와 관련한 대책으로 해외투자 활성화가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고령화시대의 특징은 노동력은 감소하고 국내 수요는 줄어드는 한편 금융자산은 증가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젊은 층이 금융자산을 적립하는 것보다 고령층이 금융자산을 인출하는 게 더 많은 단계에 접어들려면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금융자산은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 금융자산을 해외로 물꼬를 터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중요하다.

과거에는 상품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식민지를 개척해 물건을 강제로 팔았다. 이를 위해서는 그 지역에 자국민을 이주시켜야 하고 군대도 주둔시켜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젊고 성장하는 국가의 부가가치를 흡수하기 위해선 그 나라의 기업에 투자해도 되고 그 나라 경제와 밀접하게 관계된 다른 기업에 투자해도 된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의 젊은 인구와 값싼 노동력이 탐나면 그 나라의 우량 기업에 투자하면 된다. 고령화가 심화되는 우리나라는 금융자산을 이렇게 활용함으로써 그 부작용을 중화할 수 있다.

1000조원의 자산에서 운용수익률을 1%만 더 올리면 10조원의 부가가치가 생성된다. 이것은 한 해의 결실일 따름이며 20년 동안 꾸준히 1% 수익률을 더 낸다면 220조원을 더 얻는 셈이다. 그 반대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일본도 처음에는 리스크만 보고 가만히 있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나중에 가서는 해외투자를 많이 하게 됐다.

다른 이점도 있다. 해외투자를 하게 되면 경쟁국의 기업을 지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해외기관에 위탁함으로써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정보를 빨리 취득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헤지펀드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하나의 글로벌 금융네트워크가 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소프트파워다. 국내에만 투자하면 금리가 낮아지고, 다시 더 많은 금융자산을 축적하려는 수요가 생기면서 초저금리가 지속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금융자산 축적의 물꼬를 해외로 돌리면 이를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

해외투자 활성화, 초저금리 악순환 방어
현재 국내 주식투자와 해외 주식투자는 자본 차익에 대한 과세 체계가 달라 해외 주식투자에만 자본 차익에 과세하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 금액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실질 세금 부담이 커지게 돼 해외투자를 더 꺼리게 됐다. 어느 정도의 균형이 필요한 때다.

마지막으로 모험자본으로 돈을 흘러가게 하는 것이다. 유통시장에 돈이 몰려 시장을 효율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선 생산시장으로 돈이 흘러 들어가게 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이미 PEF(사모투자펀드)에서 벤처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 정부도 과기금융(科技金融)을 통해 자금을 이 부분으로 흘러가게 목표를 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이미 인식하고 있으며 다양한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주창하며 자본가가 아닌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창조에는 파괴가 수반됨을 말한 것이다. 우리말로 바꾸면 환골탈태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창조는 취하되 파괴는 피하겠다는 생각으로 창조는 어렵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존의 질서는 언제든 파괴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아야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이끌어가고 사회에 부가가치를 줄 수 있다. NCR 완화, 해외투자 활성화, 모험자본에의 투자와 같은 요소들이 이를 이끌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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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