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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재화 시장, 일자리 만들고 신성장 이끌 것”

이석채 회장은 손녀가 있으니 교육용 스마트 로봇 키봇에 더 관심이 간다고 했다. KT는 최근 키봇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했다. 최정동 기자
KT는 공기업에서 민영화됐다. 기업으로서 생존과 이익창출을 위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동시에 공익(公益)의 DNA가 흐른다. KT를 이끄는 이석채(68) 회장의 사업 전략과 비전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 그는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관료 출신이다. KT 대표로서 요즘 그의 주된 사업적 관심은 가상공간(cyber space)의 확장과 그에 따른 가상재화(virtual goods) 시장의 선점이다. 가상재화란 ‘무형의 디지털로 존재해 네트워크로 유통되고 다양한 스마트 기기에서 소비되는 재화’다. 그는 네트워크와 결합한 사이버 스페이스가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 회장을 8일 서울 서초동 KT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통신시장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휴대전화ㆍTVㆍ컴퓨터 같은 기기는 앞으로 모두 브로드밴드(초고속 통신망) 위에서 돌아갈 것이다. 모바일ㆍ유선도 마찬가지다. 이런 시대에 통신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반면 스마트폰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가상 공간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가상공간은 일자리 창출에서 경제 성장까지 무한한 기회를 제공한다. 가상재화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무국경ㆍ무관세ㆍ무수송비의 거대한 글로벌 시장을 만들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강력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가상공간 비즈니스에 어떻게 진입하느냐에 미래가 달려 있다. 우리 젊은이들에겐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다. 젊은이들이 취업에만 길들여져 있어 창업정신이 많이 죽었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 확대라는 IT혁명 2기에 들어서면서 1990년대 후반에 비해 사업적 리스크가 크게 줄었다. 클라우딩 컴퓨터는 빌리면 되고 사무실은 없어도 된다.”

-KT의 대응 전략은.
“KT는 주력 사업이 무너지는 가운데 정부의 지원이나 오너십의 변화 없이 스스로 극복하고 일어난 최초의 기업이 되고 싶고, 그렇게 될 것이다. 취임 당시 KT는 주력 비즈니스인 집 전화가 급격히 무너지는 상황이었다. 유선전화(PSTN) 분야 매출은 2008년 5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KTF 합병과 인터넷TV를 비롯한 신성장 사업의 육성을 통해 매출 하락을 극복해 왔다. 동시에 BC카드ㆍ스카이라이프ㆍ렌털 등 통신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분야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2015년 KT그룹 매출을 40조원으로 예상한다. 그중 45% 이상을 비통신 분야에서 올릴 것으로 본다. 우리 사회에는 주인이 있어야 기업이 잘된다는 인식이 있다. 일관된 가치를 가지고 장기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KT는 장기 전략을 통해 주인 있는 기업 못지않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더욱이 KT는 3만2000명이라는 많은 직원을 고용하면서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임기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 있나.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KT 성공의 의미와 가치가 중요하다.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됐지만 KT&G 같은 공기업과 달리 독점적 영역이 있는 게 아니다. 혼자 그냥 나눠도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KT는 현재 대기업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타임 호라이즌(time horizonㆍ목적을 달성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시간 주기)이 짧아질 때의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현재의 KT주가는 좋지 않다.
“사실 통신 쪽이 부진하다. 주된 요인은 유선전화(PSTN)의 급속한 붕괴다. 이를 데이터 폭발로 상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봤는데 아직은 대체가 안 된다. 지난 4년간 요금을 6번이나 내렸다. KT 주가는 부진하지만 올 들어 10대 기업 가운데 그룹 주가 상승률은 가장 높다. 기업은 살아야 한다. KT는 ICT 융합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간다. 이에 필요한 기술과 평판은 이미 확보하고 있다. 얼마 전 사우디아라비아에 키봇(교육용 스마트 로봇)을 수출하지 않았느냐. 가시적 성과를 하나씩 내고 있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해외진출도 강화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통신은 자기 것이라고 여긴다. 진입이 쉽지 않다. 난 경제정책을 한 사람으로서 진출국에 단순한 통신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그 나라의 국민과 경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먼저 설명한다. 중국의 차이나 모바일, 일본의 NTT도코모와 사이버 공간에서 공동 고객 확보 등을 위해서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삼성과 함께 ICT를 활용한 스마트 빌딩 사업도 한다. ‘줄(네트워크) 장사’가 아닌 알파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IT는 세계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받았었다.
“인터넷망은 앞서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용 장비와 운영체제(OS)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는 아직 부족하다. 특히 OS 분야의 발전 없이는 진정한 IT 강자라 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소프트웨어 분야 육성을 위해 막대한 돈을 썼다. 그런데 왜 아직도 뒤지는가. 구매자가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보고 가격을 책정해 사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 제작에 들어간 코스트(비용) 분석을 바탕으로 값을 내기 때문이다. 이해는 된다. 예를 들어 SW의 주된 구매자인 정부는 코스트 분석을 통하지 않으면 지불 가격의 정당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KT는 미약하지만 2년 전부터 비용 분석이 아니라 SW의 가치를 평가해 값을 지불하고 있다.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게 안 하면 이 땅에서 영원히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은 힘들다.”

-요즘 재계의 화두는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이다.
“펀드를 조성해 중소업체가 양질의 콘텐트 제작에 주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소상공인 IT교육, 스마트 역기능 해소에도 나서고 있다. 내가 동반성장을 강조하면 혹자는 ‘이석채가 정치적 야심이 있는 것 아니냐’고 보기도 한다. 아니다. KT를 안다면 그렇게 말 못한다. KT에는 공익의 유전자가 흐른다. 개성공단 ‘최후의 7인’ 가운데 2인이 KT 직원이다. 국가에 중요한 행사가 있으면 소리 없이 움직이는 게 KT다.”

-취임 후 지난 4년간 KT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예상대로 안 됐던 부분은.
“왜 없겠는가. 후회도 많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2009년 데이터 요금을 내릴 때 정부를 먼저 배려했어야 했다.
당시 스마트폰을 도입하면서 우리가 먼저 요금을 88% 내렸다. 요금을 대폭 내리면 국민이 좋아하고, 데이터 사용량도 늘면서 회사 수입은 증가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니 요금이 올랐다는 소리가 나왔다. 처음부터 우리가 먼저 내리지 않고 정부에서 요금 인하를 주도하도록 하고 단계적으로 내렸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되돌아 보면 내가 오랫동안 정부에 있었지만 정부를 이해하는 데 부족했던 것이다.
통신업 경쟁력도 더 강화해야 한다. KT 직원들의 능력과 잠재력은 대단하다. 요즘에는 의학박사 등 예전엔 모시기 힘든 뛰어난 분들이 많이 들어온다. KT라는 일터에 오신 분들에게 ‘잘 왔다. 여기가 내 꿈을 이루는 곳이다’라고 희망을 주는 것도 내 역할이다. 외부 기업 M&A도 중요하지만 내부 직원으로부터 나온 사업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성공으로 이끄는 것도 필요하다.”



이석채 회장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농림수산부 차관, 재정경제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 대통령 경제수석을 역임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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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