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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 화려한 부활…출구전략까진 상승 이어갈 듯

미국 경제호(號)가 순풍에 돛 단 듯한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재정절벽’이나 시퀘스터(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를 만나 좌초하는 것 아니냐던 우려는 종적을 감췄다. “역시 믿을 건 미국 경제”라는 찬사가 나올 정도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미국발 쓰나미는 삽시간에 세계 경제를 삼켜버렸다. 뒤이어 유럽 재정위기까지 터지면서 결국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국들이 세계 경제의 회복을 이끌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대세였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엔진으로 부활한 모습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미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이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지난주 1만5000선을 넘어 한번도 밟아보지 못했던 신고가의 영역에 들어섰다. 그도 그럴 것이 주가 상승을 정당화할 근거나 논리들이 잇따라 제공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실적이 좋다. 기업실적 조사기관인 오디트어낼리틱스에 따르면 미국의 3000대 기업이 지난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은 1조90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금융위기 와중인 지난 5년간 이들 기업의 해외 수익은 무려 70%나 늘었다. 그만큼 경쟁력이 강해졌다는 얘기다. 미국 기업들이 국내외에 쌓아둔 현금만 현재 4조 달러(4000조1000억원)에 달한다.

미국 내 제조업체들 또한 경쟁력을 회복하고, 해외로 나갔던 일부 업체들도 되돌아오는 추세다. 금융위기 이후 실질 임금이 싸지고 생산성도 올라간 덕분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최근 3년 새 미국의 제조업 부문에서 5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2009년 10%까지 올라갔던 미국의 실업률은 현재 7.5%로 떨어진 상태다.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 것일 뿐”
셰일가스를 필두로 한 에너지산업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등 이른바 ‘타이트 오일’을 미국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대대적인 지원책을 펴고 있다. 미국의 석유와 가스 생산은 2008년 이후 15% 늘어났다. 그 덕에 에너지산업에서 60만 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9일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32만3000건으로 최근 5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전 수준이다.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09년 67만 명까지 치솟았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일자리는 870만 개가 사라졌고, 이후 620만 개가 새로 만들어졌다.

또 하나 미국 경제 회복의 견인차는 바로 주택시장이다. 미국 20대 도시의 주택값을 보여주는 S&P/케이스실러지수는 지난 2월 현재 1년 전과 견줘 9.3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압류 주택들이 대부분 팔려나갔고, 신규 주택도 활발히 분양되고 있다. 주택 거래가 늘다 보니 주택 건설업체와 중개업체, 이삿짐 업체, 가구 및 가전 업체들도 장사가 잘돼 고용을 늘리고 있다.

미 주택가격 상승의 원동력은 충분한 가격 조정과 사상 최저 수준의 모기지 금리다. 2006년 피크를 쳤던 미 주택가격은 2009년까지 평균 35%나 급락했다. 이렇게 값이 싸진 상황에서 모기지 금리는 연 2.6%(15년 만기)~3.4%(30년 만기)까지 낮아졌다. 금융위기 이전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제로 및 과감한 돈 풀기(양적 완화) 정책 덕분이다. 주택 렌트비(월세)보다 모기지 이자가 싸지니 주택 수요가 저절로 살아나고 집값도 올라갔다.

다만 은행들은 주택대출 부실의 악몽 때문에 우량 고객들만 선별해 돈을 꿔주고 있다. 앞으로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낮춰나가면 집값은 꾸준히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된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의 총량 지표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해 2.2%에서 올해는 1.9%로 하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낙관적으로 보는 투자은행들도 올해 2.5%를 넘기 힘들 것으로 관측한다. 올 1분기 GDP 성장률이 2.5%로 나왔는데, 그게 한계일 것이란 진단이다. 무엇보다 시퀘스터에 의한 정부부문 지출 축소 및 일자리 감소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와 야당인 공화당의 대치 상황에 비춰 재정 지출이 정상화하기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기업부문의 투자 및 일자리 창출도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점차 살아나고 있을 따름이지 여전히 정상화됐다고 하긴 힘든 수준이다. 미국에는 여전히 1170만 명의 실업자가 일자리를 찾고 있다. 현재 7.5%인 실업률도 과거 평균인 5%대까지 떨어지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루비니 교수 “2년쯤 뒤 버블 터질 것”
또 하나 염두에 둬야 할 것은 현재 미국 경제호는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이 인위적으로 만든 ‘돈의 바다’ 위에 떠 있는 형국이란 사실이다. 연준은 지금도 3차 양적 완화를 통해 매달 850억 달러의 자금을 시중에 풀고 있다. 이 돈으로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는 덕분에 국가 재정과 주택시장이 지탱되고 있다. 그 바람에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 8000억 달러 규모였던 미국의 본원통화는 현재 3조 달러 이상으로 불어나 있다. 그렇게 많은 돈이 풀렸는데도 경제 성장 속도가 연 2% 초반이란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만약 연준이 양적 완화를 마감하는 출구전략에 돌입할 경우 미국 경제는 ‘물 빠진 도크’ 속의 배처럼 꼼짝 못할 수도 있다. 연준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양적 완화를 밀어붙일 테니 걱정 말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계속 보내는 이유다. 문제는 이렇게 과도하게 풀린 돈이 정상적으로 돌기 시작하면서 인플레를 야기하는 순간이다. 연준은 물가가 억제목표치(2.5%)를 넘으면 유동성을 회수할 것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 많은 돈을 기동력 있게 빨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손 쓸 틈도 없이 자산 버블과 인플레가 생긴다면 글로벌 경제는 다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 그 과정에서의 금리 인상은 막대한 채권 투자 손실 등으로 금융시장을 경색시킬 수도 있다.

대표적인 ‘닥터 둠(경제 비관론자)’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사진) 뉴욕대 교수가 얘기하는 ‘경제 정상화의 역설’이다. 앞으로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사람들이 다시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나서면서 풀린 돈이 돌아 버블을 일으키고 그게 터지는 수순이란 설명이다. 그래서 루비니 교수나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 등은 ‘경제가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고, 돈은 잘 돌지 않고, 연준는 양적 완화를 계속하는 절묘한 상황’이 오래 지속되는 게 최상이라는 입장을 표명한다. 어찌 보면 아슬아슬한 ‘폭탄 돌리기’다.

이런 평화는 과연 얼마나 이어질까.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2015년은 돼야 고용 목표(실업률 6.5%)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앞으로 2년 정도 남았다는 얘기가 된다. 루비니 교수가 “나도 지금 주식을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2년쯤 뒤 버블이 터질 텐데 그때까진 주식으로 돈 좀 벌 것 같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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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