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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광야의 40년을 기억하라

지난달 교인들과 함께 이스라엘과 요르단을 중심으로 10여 일간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이 지역은 유일신 신앙을 가진 많은 종교들의 성지다. 기독교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유대교인들과 이슬람교인들 모두에게 영적인 고향과 같다. 나 역시 방문할 때마다 더욱 신비함을 느끼게 되는 땅이다.

이번에는 이스라엘과 인접한 요르단 지역의 광야를 체험할 기회를 가졌다. 이스라엘의 남단 에일랏에서 국경을 넘어 요르단의 와디람이란 곳을 찾았다. 버스에서 내려 약 3시간 동안 광야를 걸은 뒤 베두인 천막촌에 도착해 하룻밤을 지냈다. 와디람에서의 하루는 순례에 참여한 우리 모두에게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광야를 걷는 것, 문명의 흔적을 거부한 밤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 광야에서 솟아오르는 아침 해를 지켜보는 것. 이 모든 경험이 우리에게는 시간과 공간을 창조한 조물주의 영광을 되새기게 하는 축복이었다.

3500년 전 히브리인들은 애굽을 나와 이곳 광야를 거쳐 가나안 땅으로 들어갔다. 불과 열흘이면 걸어갈 길을 무려 40년간 걸어다녔다. 우리가 경험한 16시간은 히브리인들의 40년에 비하면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 순간을 통해 그들의 40년을 이해한다는 건 무리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감히 그들의 경험에 동참했다며 스스로 감격해 했다.

먹을 음식도, 마실 물도, 죽어도 묻힐 곳이 없는 땅이다. 낮에는 섭씨 40도를 넘어가고 밤에는 살을 에는 추위가 엄습한다. 히브리인들도 당시 미리 알았더라면 아무도 따라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애굽을 나오기만 하면 당장에 가나안 땅으로 갈 줄 알았다.

더구나 40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간이었다. 그러기에 히브리 백성들은 이곳에서 끊임없이 불평하며 다시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외쳤다. 심지어는 우상을 섬기기도 했다.

하지만 성서의 하나님은 백성들에게 이 광야를 기억하라고 말씀하신다. 승리의 여정도, 영광의 여정도 아니었다. 고난의 여정이며, 부끄러운 여정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애굽에서의 승리는 잊어버릴지라도 광야의 여정만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광야의 기간 동안 하나님은 백성에게 소망을 심어주셨다.

그것은 모든 것을 떠나고 버리게 하신 뒤에 이 백성을 새롭게 하실 것이라는 소망이었다. 그래서 가나안 땅으로 이 백성을 이끄셨다. 가나안은 애굽에 비해 말할 수 없이 척박한 땅이다. 죽어서 묻힐 곳도 없는 땅이다. 그러나 그곳은 생명의 땅이다. 양과 소들이 생명의 소망을 일궈내고 벌들이 생명의 향기를 물어오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다.

이제 하나님의 백성은 자유인으로 살아야 한다. 주어진 사명을 감당할 줄 알아야 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 줄 알아야 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의 근본은 결코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니다. 나 혼자만 잘살면 되는 것도 아니다. 황금송아지는 삶의 소망이 될 수 없다. 그러기에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으로 하여금 광야의 여정을 걷게 하셨다. 광야의 40년간, 애굽에서 400년간 종으로 살면서 몸에 익혔던 모든 습관들을 벗어버리도록 하셨다.

자유인으로 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도 하나님의 백성들은 광야에서의 고난을 마음에 품고, 그곳에서의 부끄러운 모습을 기억한다. 그러면서 자유를 갖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생각하고 아울러 자유를 위해 헌신할 소망도 갖는다.



박원호 장신대 교수와 미국 디트로이트 한인 연합장로교회 담임목사 등을 지냈다. 현재 ‘건물 없는 교회’로 유명한 주님의 교회 담임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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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