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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일본 엔저정책 경고

인위적으로 일본 엔화의 가치를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미국 정부 내에서 나왔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을 돌파하면서다.

제이컵 루(57) 미 재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앞서 “일본의 문제는 이해하지만 국제적 규범의 틀까지 어겨가면서 인위적으로 환율을 평가절하하려는 시도는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루 장관은 “이번 G7 회담에서 환율 문제에 대한 규범을 거론할 예정”이라며 “우린 일본이 이를 준수하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료가 일본의 엔저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은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도 신흥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엔저 정책을 사실상 묵인해왔다.

당시 미국 재무부는 환율 보고서를 통해 “엔저가 정말 경기부양을 위한 노력의 일환인지를 면밀하게 감시해야 한다. 일본은 (인위적인) 통화의 평가절하를 자제하라”고 주장했었지만 정작 G20회의에서는 엔저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 선을 돌파함에 따라 미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지난 9일 엔-달러 환율(미국 뉴욕 외환시장 기준)은 전날 종가인 99.02엔보다 1.59엔(1.61%) 오른 100.61엔을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을 돌파한 건 2009년 4월 14일 이후 처음이다. 또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만큼 지나친 엔저 정책이 미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여진다. 루 장관은 “글로벌 경제 회복은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며 “유럽 국가들도 경제성장과 수요창출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엔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벤 버냉키(60)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은 시장 참여자들의 과도한 위험 추구 행위를 경고하고 나섰다.

버냉키 의장은 10일(현지시간) 시카고 연준이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지금처럼 시장금리가 아주 낮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위해 무리한 행동이 벌어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의 경고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시장에 풀린 달러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고위험 채권이나 주식 시장에 몰리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금융가에선 버냉키의 경고가 채권과 주식시장만을 겨냥한 것은 아닌 것으로 해석했다. 버냉키 의장은 “당분간 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들이 참여하는 도매 자금조달시장(wholesale funding markets)에서의 위험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기지론 사태가 한창이던) 2008년과 달리 미 재무부는 더 이상 머니마켓펀드(MMF) 투자자들의 자금에 대해 안전을 보장하는 법적 책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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