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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의 자녀가 살아가는 법…나쁜 종자는 없더라





  우리는 흔히 ‘나쁜 종자(the bad seed)’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쁜종자’는 없다. 뉴스위크는 ‘살인범의 자녀가 살아가는 법’을 보도했다.



타메를란 차르나예프가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을 터트린지 일주일이 지난 후 그의 세 살짜리 딸 자하라는 할머니 집 뒤뜰에서 미끄럼틀을 타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그 폭탄으로 3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했지만 자하라는 아직 아빠가 저지른 범행을 모른다. 아빠와 삼촌 조하르를 잡으려는 경찰과 총격전에서 아빠가 사망했다는 사실도 모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다른 살인범들의 자녀는 타메를란의 범행이 딸아이 자하라의 인생에 긴 그림자를 드리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물론 자하라는 앞으로 이런 의문을 품을 것이다. 내가 알았던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왜 무고한 사람들을 상대로 테러를 저질렀을까? 아빠의 범행이 나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아빠의 행동에 유전적인 요소가 있을까? 나도 그런 행동을 하게 될까?



“보통 이런 아이들이 자라면 ‘나도 그럴까? 이 유전자를 나도 갖고 있을까?’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아동 및 청소년 심리학자인 헬렌 모리슨 박사가 분석했다.



우리는 흔히 ‘나쁜 종자(the bad seed)’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심은 수십 년 전부터 과학 전문지에서 거론됐다.



1990년대 들어 연구자들은 네덜란드의 한 가족 구성원 14명이 범죄를 저질렀는데 모두 과도한 공격성을 띤 비슷한 유전변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결국 그 가족에게만 나타난 독특한 변이로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혀졌다.



그러나 이런 연구에 회의를 갖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본성(nature, 선천성)’과 ‘양육(nurture, 후천성)’의 접점이 너무나 미묘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다중살인자들을 아우르는 유전적 요인이 발견될 가능성은 없다고 믿는다.



하버드 의대의 유전학자이자 신경학자인 로버트 C 그린 박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중 살인자에게 공통된 유전 인자가 있다는 생각은 잘못이다”고 말했다.

모리슨은 오랜 기간에 걸쳐 살인자들의 형제자매, 부모, 자녀의 심리를 연구했다. 그 결과 살인자와 혈족 사이에 폭력성의 상관 관계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러나 보스턴 테러범 타메를란 차르나예프의 딸 자하라의 경우 그런 두려움과 비밀을 안고 살면 대인관계에서나 심리적으로 더 큰 위험이 될지 모른다. 물론 차르나예프라는 성을 갖고 자라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멜리사 무어의 뼈아픈 경험이 그 예다. 그녀의 아버지 키스헌터 제스퍼슨은 1990년대 초 미국 서부에서 연쇄살인을 저지르다가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무어는 아버지의 범행과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친구와 동네로 부터 따돌림을 당했다. 무어는 언론의 열광적인 관심에서 벗어나려고 전학했다. 교도소로 아버지를 처음 면회 갔을 때 아버지는 딸에게 성을 바꾸라고 했다.



무어는 “내 성은 영원히 이 살인자와 직결된다. 그러니 성을 바꾸는 것이 불가피한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력을 극복하려고 『침묵을 깨다: 연쇄살인범 딸의 비화(Shattered Silence: The Untold Story of a Serial Killer’s Daughter)』라는 책을 썼다.



“동네 사람들은 아버지만이 아니라 나까지도 받아주지 않았다”고 무어가 말했다. 그녀는 자라면서 줄곧 아버지가 왜 그런 범행을 저질렀는지 이해하려고 몸부림쳤다. “다른 부모들은 자녀가 나와 어울리기를 원치않았다. 그들은 내가 아버지의 손에 자라면서 악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 듯하다. 너무도 치욕스러웠다. 나는 존재 가치조차 없다고 느꼈다.”



살인자의 자녀는 그런 대인관계의 어려움 외에 심리적인 문제도 극복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자하라의 경우 가장 중요한 극복단계 중 하나가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으며, 아버지의 행위를 부인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살인자의 자녀로서 사회를 향해 갖는 반감도 클지 모른다. 살인자의 자녀는 “그런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 데 대해 주변 사람들이나 사회에 분노를 느낄 수 있다”고 런던 브루넬대의 진화도덕심리학 교수 마이클 프라이스가 CNN 방송에서 말했다.



트래비스 비닝은 수십 년 동안 정서적으로 방황했다. 그의 아버지 존 비닝은 1980년대 말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5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었다. 비닝은 아버지가 범행을 자신에게 말했을 때를 지금도 기억한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트래비스는 본의 아니게 아버지가 터놓고 이야기하는 상대가 됐다. 심지어 시신을 숨긴 차에 아버지가 불을 지를 때 돕기도 했다. “아버지였기 때문에 나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할 능력을 잃어버렸다”고 비닝이 말했다. 그러나 결국 비닝은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했다.



모리슨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기억과 감정을 억누르며 어린 시절을 보내면 평생 더 큰 불안과 걱정을 안고 살게 된다”고 말했다. 비닝은 희생자의 유족과 소통하는 것도 마음의 평화를 얻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살해한 여성 중 한 명의 아들과 자주 통화한다. “우리는 언제나 ‘사랑한다’는 말로 통화를 끝낸다. 그 말이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큰 위안이 된다.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엘리자 샤피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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