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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학점, 보수 김성한 A 진보 문정인 A-

대표적 보수 성향 학자인 김성한 고려대 교수(왼쪽)와 진보 성향 학자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8일 서울 적선동 한 카페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평가는 미묘하게 엇갈린다. 중앙일보가 8일 마련한 문정인·김성한 교수의 긴급 대담에서도 시각차가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잘했다”며 A학점을 줬다. 그러나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지지하는 등 진보적 시각을 견지해온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무난했다”며 A-를 매겼다. 양국 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에 대해 문 교수는 “북한과의 대화 메시지가 부차적이었다”고 평가한 반면 김 교수는 “대화에 무게가 실린 것”이라고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놓고도 두 사람은 “북한이 전략 재검토에 들어갈 수도 있다”(김 교수), “김정은이 솔깃해하지 않을 것”(문 교수)이라며 다르게 봤다.

두 진영 대표학자의 평가



 - 이번 정상회담에 학점을 매긴다면.



 문정인(이하 문)=“‘돌직구’를 던지길 기대했는데 모호한 ‘커브볼’을 던졌다. 박 대통령이 오바마를 만나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핵 문제 해결의 구체적 대안을 내놓길 기대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오바마가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에 지지를 표명했지만 중요한 것은 콘텐트다.”



 김성한(이하 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



 - 북한의 도발불용과 대화 중 어디에 방점이 찍혔나.



 문=“대화는 부차적인 것으로 보였다. 전략적 인내와 포용의 중간을 찾으려 한 것 같다. 오바마는 전략적 인내 노선을 견지하는 것 같다.”



 김="대화에 방점이 있다고 본다. 4월까지는 ‘강 대 강’ 구도였기 때문에 게임 체인지(game change)의 물꼬를 터 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한이 하기에 따라서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데 무게가 있다. 북한이 한반도 긴장의 수위를 높이는 자세를 거둬들이면 양자든 다자든 대화가 역동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김정은이 솔깃해 할까.



 문=“북한이 그런 인상을 받을 것 같지 않다. 아쉬운 건 북한이 당장 비핵화해야 한다고 강하게 강조한 점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의 길을 갈 수 있는 외부 여건 조성에 대한 입장 표명을 분명히 했어야 한다. 그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요체 아닌가.”



 김=“북한은 중국 지도부가 과연 한·미 정상의 메시지에 공감하는지 확인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중국의 생각이 과거와 같지 않다고 북한이 판단할 경우 북한은 전반적인 전략 재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



 -중국은 한·미 정상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했다고 볼까.



 문="아닐 거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해서 변화하지 않으면 한·미와 국제사회가 북한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암시를 했다. ‘압박을 통한 북한의 변화’ 시각으로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생각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김="한·미 정상은 북한이 변화하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이는 중국을 의식한 발언이다.”



 문=“그런 접근은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과거 정책의 연속선이다. 한·미의 대북정책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북한이 여길 경우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쉽게 이해되기 어려울 것이다.”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오바마의 충분한 지지를 끌어냈나.



 문=“박 대통령의 대화 의지에 대한 지지는 있었다고 본다. 오바마가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해 동의하고 지지했는지가 안 나왔다.”



 김=“구체적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정상의 만남에서 디테일이 아니라 원칙·기조 등을 설명했을 것이고 오바마는 ‘정확히 옳은 접근(exactly right approach)’이라고 반응했다. 북한의 행동 여하에 따라 신뢰 프로세스를 구체화할 토대가 마련됐다.”



 - 첫 만남에서 신뢰를 쌓았다고 보나.



 문=“그런 면에선 성공적이었다. 이명박-오바마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두 정상 간에 어느 정도 신뢰가 쌓였을 것이다.”



 김=“국빈방문이 아니라 공식방문으로 추진해 기대 수준을 잘 관리했다. 박 대통령 자신의 한반도 정국 구상 등을 잘 전달했다.”



 - 한·미 공동선언의 의미는.



 문=“2009년의 ‘한·미 동맹 미래 비전’보다 한 단계 더 나갔다는 우리 외교부의 평가에 동의하지만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



 김=“2009년엔 한·미 동맹을 통해 평화통일을 실현해 간다는 문구가 사상 처음 담겼다. 이번엔 ‘린치핀(linchpin·핵심 축)’이란 표현이 처음 들어갔는데 미국이 그만큼 한국을 중시한다는 의미다.”



 문=“중국은 껄끄럽게 볼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재균형(rebalancing) 전략에 한국이 동참하고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의 핵심 축 중 하나가 한국이라는 의미니까.”



 - 원자력협정 개정은 원론적 입장만 밝혔는데 .



 문=“어차피 농축과 재처리 문제는 의회 비준을 받아야 하기에 오바마 대통령이 혼자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오바마의 양보 힌트나 깊은 이야기는 없었을 거다.”



 김=“협정 시한이 2년 연장된 상황에서 디테일을 미리 언급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전략적 고려가 작용했을 것이다.”



 - 개성공단 문제가 의제에서 빠졌다.



 김="미국의 무관심이라기보다는 현재 잠정 폐쇄 상태지만 재개될 희망이 있으니 남북 내부 문제에 왈가왈부 않는 게 더 좋다고 봤을 것이다.”



 문="개성공단 재개가 신뢰 회복에서 핵심이라 본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이 재개되지 않고 5·24 대북 제재 조치에 변화가 없으면 북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적극적으로 응할 수 없을 것이다.”



 - 방미 이후 할 일은.



 문="이번 회담은 미완의 과제를 남긴 탐색형 정상회담이었다. 서로 어젠다를 확인하고 기본적인 공감대를 천명했으니 지금부터가 문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서울 프로세스의 구체적 내용을 채우고 오바마와 협의한 내용을 토대로 액션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뒤 중국에 가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잘 설명하고 중국이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김="미국과 큰 얘기를 했으니 중국과는 구체적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남북 간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액션플랜을 짜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게 준비 안 되면 중국이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실망할 수 있다. 외교·통일부, 청와대의 외교안보 라인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구체화하고 이를 서울 프로세스와 서로 추동하는 형태로 잘 만들어가야 할 때다. 그걸 늦추면 게임 체인지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북한에 선택을 유도한 분위기를 잘 살려 남북 간 대화와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탄력을 살려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글=장세정·정원엽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 김성한(53)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낸 국제정치학자. 2007년 대선 당시 MB 캠프 외교안보정책 자문을 맡으며 원칙과 유연함을 겸한 대북정책을 주문해왔다. 합리적 보수학자로 분류된다.



◆ 문정인(62)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노무현 정부의 대통령자문기구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을 역임한 대표적 진보 성향의 국제정치학자. 대북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 고 햇볕정책 이론 수립 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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