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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앙코르와트보다 숭례문에 나는 감사한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다신 안 한다’면서도 가끔, 조상 탓을 할 때가 있다. 만리장성·피라미드, 외국의 거대 유적을 보면 절로 나오는 탄식 “부럽다. 우리 조상님들은 뭐하셨나”도 그중 하나다. 지난달 출장길, 스치듯 들른 앙코르와트에서도 그랬다. 여의도에 버금가는 넓이(63만여 평), 1.5t짜리 돌 1000만 개를 100만 명이 40년 동안 나르고 쌓고 조각해 만들었다는 거대 예술작품. 그런데 그게 총 190개의 사원 중 하나일 뿐이라니(물론 가장 크고 화려하다).



 앙코르와트는 캄보디아 국민에게 유적, 그 이상이다. 국민소득의 약 10%(약 10억 달러)가 앙코르와트 관광에서 나온다. 연관 효과까지 합하면 국내총생산(GDP)의 약 22%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요, 생업의 터전이며, 옛 영화의 상징이다. 그들의 조상은 9~14세기 인도차이나 반도를 호령했다. 베트남·태국·미얀마를 정복한 패권자였다. 앙코르와트는 조상처럼 잘살 수 있다는 증거요, 좌표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지폐며 국기에 앙코르와트가 들어가고 국영 맥주회사, 항공사 이름도 앙코르일까. 캄보디아의 한 고위 관료는 “앙코르와트가 캄보디아 국민을 먹여 살린다. 조상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뒤, 5년여 만에 복구된 숭례문을 몇 차례 찾았다. 명색이 국보 1호지만, 앙코르와트와 비교하니 ‘조상 덕 보긴 어렵겠다’ 싶었다. 그때였다. 허성도 교수(서울대 중문과)의 강의가 생각난 건. 허 교수의 ‘한국사 재발견’ 강의는 4~5년 전 큰 인기였다. 요즘도 녹취록이 트위터며 페이스북에 많이 돌아다닌다. 요지는 ‘조선왕조 500년, 우습게 보지 말라’다. 당시 500년을 지탱한 권력은 세계에서 조선이 사실상 유일했다는 것이다. 그냥 된 게 아니다. 그럴 만했다. 그중 한 대목을 요약하면 이렇다.



 “피라미드·만리장성, 그거 보고 ‘이집트 사람, 중국 사람은 재수도 좋다. 좋은 선조 만나 가만있어도 세계의 관광 달러가 모이는구나. 우리는 뭐냐?’ 이런 생각들 하셨죠? 저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유적, 우리에게 없는 게 당연하고 다행입니다. 조선 시대 어느 왕이 ‘당신 자제들 30만 명 동원해 한 20년 노역시켜 피라미드 만들자’고 했다면 조선 백성은 ‘마마가 나가시옵소서’ 했을 겁니다. 세계 최고의 합리성과 주인의식, 이게 500년간 조선을 지탱한 힘입니다.”



 한 해 약 40만 명의 한국 관광객이 앙코르와트를 찾는다. “우리 조상님들은 뭐하셨나”는 탄식, 더는 안 해도 될 듯하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조상 잘 둔 캄보디아는 세계 최빈국이다. 1인당 GDP가 1000달러도 안 된다. 게다가 과거가 화려할수록 현재가 비참한 법이다. 가끔 조상 덕보단 조상 탓이 나은 이치다.



이 정 재 논설위원·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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