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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부농 5배 많아진 이유, 메뚜기는 알고 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사는 법은 대기업이나 산업단지를 유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과 멀고 인프라가 열악해 기업들이 꺼리는 전라남도는 정반대의 길을 찾았다. 오염되지 않은 물과 공기, 전국 최장의 해안선 등 천혜의 자연환경에 주목해 1차산업에서 활로를 찾은 것이다. 역발상은 성과로 이어졌다. 전국 9개 도(道) 가운데 꼴찌를 맴돌던 전남의 소득 수준은 2011년 5위로 올라섰다.



닭장을 탈출한 닭 … 제초제 사라진 논

[이슈추적] 전남발 녹색 먹거리 혁명 10년 … 친환경, 황금알 낳다



화순군 다솔농장의 민석기씨가 계사에 딸린 운동장에서 닭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동물도 복지를 누린다. 가족의 일원으로 대접받는 반려동물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생명을 다하는 순간 인간의 먹거리가 될 축산동물들의 얘기다. 적어도 전라남도에서 길러지고 있는 축산동물들은 여타 지역의 동물보다 월등한 수준의 복지를 누린다. 2006년 무렵부터 도입된 이른바 ‘동물복지형’ 축산 덕분이다.



 통상 양계장의 닭들은 좁은 닭장 안에 갇혀 주는 사료 받아 먹고, 알 낳고 배설하는 일만 반복한다. 그러나 전남 화순군 남면 내리 ‘다솔농장’의 닭은 다르다. 밤낮없이 형광등 불빛에 혹사당하는 게 아니라 봄 햇살 만끽하며 넓은 운동장이 딸린 농장을 돌아다니며 산다. 모이도 공장에서 생산된 사료가 아니라 주인이 정성껏 각종 곡식으로 직접 만든 것이다. 병에 걸리지 말라고 억지로 먹인다는 항생제는 구경도 해 본 일 없다. 대신 몸에 좋은 참옻 등으로 만든 ‘보약’을 복용한다. 이렇게 정성 들여 7000여 마리의 닭을 키우는 농장 주인 민석기(53)씨는 하루 4500여 개의 달걀을 거둔다. 자연 방사에 무(無)항생제의 유정란이라 일반 달걀보다 훨씬 비싼 280~500원에 팔린다. 연 매출 4억원, 순이익은 1억원 이상이다. 동물에게 베푼 복지가 건강한 먹거리를 낳고 ‘돈’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장흥군 김 양식장은 산(酸)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햇볕에 자주 노출시켜 갯병 등을 예방한다. [중앙포토]


친환경 농법으로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전남 지역 논에 메뚜기가 자라고 있다. [사진 전라남도]
 해남군 황산면의 ‘강산이야기’에 들어서는 순간, 여기가 과연 돼지농장인지 의심하게 된다. 코를 찌르는 특유의 냄새가 없어서다. 통풍과 채광, 배설물 처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각종 세균의 번식을 억제한 덕분이다. 푹신푹신한 톱밥이 깔린 축사에서 마음껏 뒹구는 돼지들의 사육 밀도는 일반 축사의 절반 이하다. 스트레스 없고 운동량이 충분한 이곳 돼지들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육질도 좋을 수밖에 없다.



 전남도는 동물복지형 축산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농장주들에겐 축사를 늘리기에 필요한 땅을 사는 데 드는 돈을 장기 저리로 융자했다. 소·닭이 노니는 공간을 확보해 사육 밀도를 낮췄더니 효과가 나타났다. 임영주 전라남도 농림식품국장은 “2010년 겨울 전국을 휩쓴 구제역이 전남을 비켜간 것도 친환경축산을 한 요인이 크다”고 말했다. 복지형 축사에서 자란 소·돼지의 면역력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전남 지역 소의 브루셀라병 감염률은 0.08%, 전국 평균은 0.14%였다.



유해물질 추방한 양식 김 값 50% 더 받아



 전남의 논은 다른 지역 논보다 메뚜기가 훨씬 많다. 제초제를 추방한 데 따른 결과다. 유기농·무농약 농지는 물론 일반 논에서도 마찬가지다. 제초제는 화학농약 가운데서도 가장 독성이 강하다. 효과는 빠르지만 토양·수질은 물론 먹거리까지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 전남의 농부들은 제초제 대신 우렁이를 넣어 안전한 쌀을 생산한다. 새끼손가락 손톱만 한 새끼 우렁이를 모내기 전에 논에 풀어 두면 잡초 잎이 나오는 족족 먹어 치운다. 전남도는 지난해부터 친환경 농가에는 새끼 우렁이 구입 비용의 전액을, 일반 논에는 80%를 보조해 주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일부 조생종 벼를 심는 경작지를 뺀 전남 논은 거의 전부 무(無)제초제 논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쌀값을 더 비싸게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제초제 비용을 줄여 연간 204억원을 절감하는 부수 효과도 생겼다. 우렁이 값은 제초제 값의 절반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전남의 바다에서는 염산을 비롯한 산성화학물질을 추방했다. 김 양식 어민들은 김발에 붙은 파래·규조류 등 이물질을 없애고 갯병을 예방하기 위해 수십 년간 염산을 희석한 물에 김발을 적셔왔다. 1996년부터 독성이 덜한 유기산으로 대체했지만 인체에 해를 미치거나 어장을 황폐화시킬 우려가 있다. 하지만 장흥군 등 전남 김 양식장의 어민 대부분은 종류를 막론하고 그 어떤 종류의 산(酸)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김발을 바닷물 밖으로 끌어올려 햇볕을 쬐는 시간을 늘림으로써 엽체를 건강하게 만든다. 물 밖으로 나와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김 생장 속도가 느려 수확량이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고소한 맛과 향이 더 나고 구워도 오그라들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 김보다 값을 50% 이상 더 받을 수 있다. 전남의 무산(無酸) 김은 국제유기인증도 획득했다.



유기농 농지 면적 10년 만에 22배



 전남발 녹색 먹거리 혁명의 사례들이다. 10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 전남은 안전한 먹거리의 생산기지로 자리를 굳혔다. 서울시 초·중·고교 7323곳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3515곳이 전남의 쌀을 급식용으로 쓰고, 채소류의 50% 이상이 전남산 친환경 농산물이다.



 전남도가 녹색혁명에 착수한 건 2004년 박준영 지사가 취임하면서부터다. 박 지사는 “전남이 다른 지방보다 경쟁력을 갖춘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을 거듭한 결과 친환경 먹거리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배를 채우던 시대는 가고 안전하고 질 좋은 먹거리를 찾는 시대가 꼭 올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도청 전 공무원이 친환경 전도사가 됐다. 1.3%에 지나지 않던 친환경 농업 보급률을 5년 안에 3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였다. 전남도는 벼·보리·고구마·감자·무·배추·배 등 작목별로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통농법과 현대과학을 접목해 손쉬운 농법을 개발했다. 또 친환경농업 교육관을 설치해 해마다 10만 명 이상의 농어민을 교육했다. 또 매년 1만여 명의 도시민을 초청해 친환경 먹거리 생산 현장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친환경 인증 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이 발생하거나 부패·훼손된 것을 먹고 피해를 본 경우 1억원까지 보상해 주는 보험도 시행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10년이 지난 지금 유기농 면적은 2004년의 22배, 무농약은 67배가 늘었다. 이는 전국 친환경 농지의 60%를 차지하는 수치다.



 친환경 먹거리는 가난 탈피로 이어졌다. 이광하 순천농협 조합장은 “친환경 쌀 재배로 전남의 농가 소득이 1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전남 농민들 살림살이가 좋아진 사실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연간 소득(순이익) 1억원 이상의 부농이 2005년 621가구에서 지난해 3400가구로 늘었다. 2011년 전국 평균 농가소득(3014만8000원)은 전년보다 6.1% 감소했으나 전남은 오히려 10.1% 증가했다. 가구당 농가 부채는 9개 도 가운데 전남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순·무안=이해석 기자



◆ 무안 농민 장기광씨 연 2억 버는 비결



-260㏊ 유기농·무농약 농사

-도·군청은 생산·판매 과정 아낌없는 지원

-생산비 줄이면서농사의 규모화

-다른 지역보다 저렴한 브랜드쌀로 소득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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