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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이슬람정당 집권 유력 … 미 테러와 전쟁 구멍

파키스탄 총선이 11일 치러진다. 순조롭게 치러질 경우 1947년 건국 이후 처음으로 민주적 정권교체가 실현된다. 인도에서 이슬람세력이 분리 독립한 파키스탄은 지금까지 세 차례의 군부 쿠데타를 겪었다. 역대 27명의 총리가 있었지만 한 번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등 주변국과의 역학구도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국제사회가 파키스탄 총선에 주목하는 이유다.



총선 D-2 … 1947년 건국 후 처음 민주적 정권교체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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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에 따르면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제1 야당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 지지율이 41%로 집권 파키스탄인민당(PPP·17%)을 앞선다. PPP는 부패 때문에 맥을 못 춘다. 베나지르 부토 총리가 2008년 총선을 2주 앞두고 암살됐을 때 대중은 PPP에 동정표를 몰아줬다. PPP는 경제 회복과 테러 근절, 종파·종족 간 화합을 약속했다. 하지만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몇 년째 2~4%에 머물러 있다. 반면 인플레는 10%가 넘는다. 지도부 부패의 책임을 지고 지난해 유사프 라자 길라니 전 총리가 사임한 데 이어 후임 페르베즈 아슈라프 전 총리도 수뢰 등의 혐의로 지난달 출마자격을 박탈당했다. 한때 총선의 핵으로 부상했던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도 4년여 망명생활을 접고 3월 귀국했으나, 부패와 부토 전 총리 암살 방조 혐의로 체포됐다.



 파키스탄의 새 총리에 유력한 샤리프 전 총리는 99년 무샤라프의 군사 쿠데타로 실각한 인물이다. 샤리프는 당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친이슬람 성향이다. 그는 최근 “총리가 되면 파키스탄 탈레반(TTP)과의 평화협상을 시작하겠다”며 테러 근절을 약속했다. 총선 기간 잇따라 발생한 탈레반 테러에 대한 여론 악화를 의식한 것이다. TTP는 집권여당을 비롯한 세속주의 정당에 테러를 자행해 8일 현재 9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부토 전 총리 암살사건을 수사하던 검사도 살해됐다. TTP는 알카에다와 깊은 관련이 있는 반정부 무장세력으로, 지난해 10월 여성교육의 필요성을 호소한 소녀 마랄라 유스프자이에게 총상을 입힌 것도 이들이다.



 탈레반과 가까운 만큼 샤리프가 승리할 경우 지난 10여 년간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해온 파키스탄의 대외정책은 크게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파키스탄의 영자지 돈은 “2014년 미군의 아프간 철수를 앞둔 상황에서 PML이 제1당이 될 경우 미국과의 테러 공조체제가 어그러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샤리프는 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주도의 대테러 전쟁을 지지해온 파키스탄 정부의 입장을 바꿀 때가 됐다”고 선언했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수천 명의 파키스탄 병사들이 목숨을 잃은 데 반발하는 국내 이슬람 여론을 등에 업기 위한 발언이다. 그는 “총과 폭탄은 더 이상 해법이 될 수 없다. 정치권에서 협력하는 방법을 찾아갈 것”이라며 탈레반과의 정치협상을 시사했다. 샤리프는 그간 미국의 태도를 공공연히 비난해왔으며, 총리 시절인 98년엔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했다.



 PPP와 PML 양대 정당을 거부하는 여론도 만만찮다. 두 정당은 과거 20여 년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무샤라프 정권을 제외하고는 교대로 정권을 나눠가졌다. PPP는 창당 초기 기업의 국영화 등 사회주의 정책들을 추진했다. 실업가 출신인 샤리프가 이끄는 PML은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정책적인 쟁점 없이 두 당의 공약이 거의 일치한다. 국민 대다수인 빈곤층이 보기엔 부패가 끊이지 않은 역대 정권을 유지한 두 정당은 ‘부자 클럽’에 불과하다. 지난달 파키스탄인 의식조사에 따르면 18~29세의 94%가 “현재 파키스탄은 나쁜 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런 여론을 업고 나온 인물이 임란 칸 테흐리크-에-인사프(PTI) 총재다. 칸은 92년 국민스포츠인 크리켓 월드컵 주장으로 출전해 조국에 우승컵을 선사한 국민 영웅이다. 은퇴 후 자선사업을 하다 96년 PTI를 세우고 정계 입문했다. 무샤라프 독재에 항의하며 2008년 총선을 보이콧해 현재 의석을 갖고 있지 않지만 서민과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펀자브주를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고, 반미·친이슬람 성향까지 PML과 똑같아 샤리프를 위협하는 존재로 주목받고 있다. 칸의 선거유세에는 연일 수만 명이 모인다. 그는 “자르다리(대통령)와 샤리프(전 총리)는 부패한 것까지 똑같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의 약점은 경험 부족이다. 현지 익스프레스트리뷴의 자우딘 편집인은 “칸만큼 성실한 정치인은 없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정치로 성공하기엔 너무 순진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파키스탄 정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군부의 정치 개입 여부다. 파키스탄은 30년 이상을 군부가 통치했고, 무샤라프 전 대통령 역시 군참모총장직을 겸임했다. 아직도 정부 주요 부처 요직에는 군인들이 배치돼 있고, 국가 경제의 근간도 군부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군부는 이번 총선에서 외견상 중립을 선언한 상태다. 정치권에 정치공작을 자중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군부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PPP와 PML이 맞붙게 된 상황은 군부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다. 이 때문에 군부가 물밑에서 칸의 PTI 지지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칸이 급부상하고 있다고는 하나 최종결과를 바꿀 정도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집권 초기 대규모 탈레반 소탕 작전을 벌였던 PPP가 승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프간 탈레반을 통제하는 데 파키스탄의 도움이 필요한 미국으로서는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겨나는 셈이다.



 이번 선거에는 하원 전체 의석 342석 중 여성과 소수종교 할당의석을 제외한 272석을 놓고 8000여 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같은 날 주의회 의원(577석) 선거에는 모두 1만9000여 명이 입후보했다. 파키스탄에서는 한 사람이 복수 선거구에 입후보할 수 있다.



박소영 기자



◆ 부토 전 총리 외아들 빌라왈의 데뷔



“나는 순교자의 계승자다.” 이번 총선은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의 외아들이자 PPP의 공동대표인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24·사진)의 정치 데뷔 무대다. PPP를 창당한 줄피카르 알리 부토가 외조부다. 파키스탄은 피선거권을 25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출마하지는 못했지만, 아버지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과 함께 PPP의 선거전을 진두지휘했다. PPP에 대한 지지율은 낮지만 빌라왈의 인기는 그 어떤 후보보다 높다. 긴 눈매와 콧날이 모친을 빼닮은 그를 놓고 현지 언론들은 미국의 케네디가, 인도의 간디가를 언급하며 “또 한 명의 세습 정치인이 탄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그가 “당원들과 거리 유세를 더 하고 싶지만 너무 위험하다”는 말을 남기고 4일 출국했다. 총선 이후 귀국 예정이다. 영자지 인디언익스프레스는 “PPP의 패배가 예상되는 가운데 빌라왈의 안위를 배려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외조부 줄피카르는 군사정권에서 사형을 당했고, 모친은 2007년 선거 유세 도중 폭탄테러로 숨졌다. 옥스퍼드대 출신인 빌라왈은 승마·사격을 좋아하고, 태권도 유단자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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