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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퍼포먼스, 짓궂은 풍자 싸이를 보면 백남준이 읽힌다

백남준과 싸이는 30년 간격을 두고 지구촌 문화계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왼쪽은 백남준이 1990년 갤러리 현대 뒷마당에서 벌인 굿 퍼포먼스. 오른쪽은 ‘백의간지’란 이름을 내건 싸이 콘서트 ‘해프닝’ 포스터. 흰 옷 입고 왕관 쓴 여자의 모습으로 관객들을 초대하고 있다. [중앙포토, YG엔터테인먼트]


“남준백은 예술가, 철학자일 뿐 아니라 예언자였다. 이미 50~60년 전에 미디어가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꿀지 간파했다.”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의 조너선 밀스 예술감독의 말이다. 그는 백남준(1932~2006)의 작품을 올 8월 개막하는 이 예술제에 공식 초청했다. 싸이는 또 어떤가. 유튜브를 통해 수억 세계인과 교신하는 그는 백남준의 후예다. 마침 백남준과 싸이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문화융성’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부각됐다. 성균관대 선승혜 교수가 백남준과 싸이를 묶는 한국 미학의 특징을 읽었다.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두 거인 '닮은 꼴'



‘알랑가 몰라’, 싸이의 미학적 의미를. 싸이에서 백남준이 보인다. 백남준은 20세기, 싸이는 21세기 한국이 배출한 걸출한 세계적인 아티스트다. 세계에 어필하는 두 한국인 사이에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판을 벌이다=두 사람은 ‘해프닝(Happening)’을 이용한다. 당돌한 행위로 세간을 흔든다. 몸의 동작 자체로 강렬한 메시지를 보낸다.



선승혜
백남준은 ‘해프닝’의 창시자인 앨런 카프로(Allan Kaprow)가 그를 ‘아시아에서 온 문화테러리스트’라고 부를 정도로 강력한 퍼포먼스에 도전했다. 마찬가지로 싸이는 신곡 ‘젠틀맨’을 발표하는 콘서트 ‘해프닝’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며 한국·뉴욕·파리 등 세계의 관중을 열광시켰다. 신나게 한 판 벌이는 한국인의 용기다.



 ◆빠르게 배운다=둘은 외국의 문화를 빠르게 익힌다. 백남준은 1965년 소니 포타팩 (portapak·휴대용 녹화기)이 출시되자마자, 직접 촬영해 비디오아트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싸이는 유튜브를 최대한 이용한 스타다. 유튜브의 비디오 공유라는 이념에 따라 과감히 저작권이라는 눈 앞의 이익을 버리고 패러디를 유도하면서 단박에 세계적 스타덤에 올랐다. 세상의 기술을 제 것으로 잘 활용하고 미디어를 ‘공유’의 수단으로 활용한 한국인의 패기다.



 ◆많을수록 좋다=두 사람은 다수의 힘을 안다. 백남준의 ‘다다익선(多多益善)’(국립현대미술관·1988)은 개천절을 의미하는 1003개 TV모니터를 이용해 영상을 반복 재생 중이다. 2013년 현재까지 약 25년 동안 몇 번이나 같은 영상이 반복되었을까?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15억7000만 뷰를 넘겼다. 후속곡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사상 일일 최다 조회수(3840만여 뷰) 기록을 세우며 공개 3주 만에 2억9000만 뷰를 돌파했다. 그야말로 ‘다수(mass)’의 힘이다. 이렇게 작은 나라가 다수에게 가장 강력한 신호를 발신하다니 참으로 놀랍다. 둘 다 양을 질로 바꿔 버리는 멋쟁이들.



◆세상을 놀리다=두 사람은 세상을 풍자한다. 외설 시비에도 휘말렸다.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은 67년 백남준의 ‘오페라 섹스트로니크’ 퍼포먼스에서 반나체로 첼로를 켜다 뉴욕 경찰에 체포됐다. 검열의 한계를 시험한 이 사건은 예술 현장에서는 누드를 처벌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하게 했다.



 싸이의 ‘젠틀맨’도 짓궂은 장난으로 공영방송 적합성 시비에 휘말려 있다. ‘젠틀맨’은 이 사회에서 ‘신사’ 혹은 ‘군자’란 무엇인가를 풍자적으로 묻는다.



영국의 여성 작가 제인 오스틴이 『오만과 편견』에서 귀족적 교양 문화의 절차와 형식에 비판적 시선을 내포한 것처럼 싸이는 유럽식 신사의 연미복을 개조한 복장을 입고 여기저기서 장난질을 하고 있다. 백남준도 싸이도 한국을 넘어선 세계사적 시점에서 ‘똘끼’ 가득한 풍자를 선보였다.



 ◆대중문화의 고전=싸이는 더 이상 B급 문화가 아니다. 문화의 A, B급이라는 부적절한 통념을 통쾌하게 깨버렸다.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은 닮았다. 동양화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비슷하게 모방 반복하여 고전을 만들어 내는 전통적 개념인 ‘모방(模倣)’을 이용한 영리한 전략이다. ‘젠틀맨’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왔소”라고 들리는 함성은 한국 고대의 잔치에서 사용된 신을 맞이하는 함성까지 연상시킨다.



‘젠틀맨’을 발표한 4월 13일은 남북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날이기도 하다. 나와 한국의 안부를 묻는 외국의 친구들에게 무탈함을 전하면서 싸이 뮤직비디오 ‘젠틀맨’을 추천했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싸이의 예술사적 평가에서 시대는 그의 편이다. 그리고 나도 그의 편이다.



선승혜[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HK교수, 미국 클리브랜드미술관 한국·일본미술 컨설팅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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