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빵빵한 브랜드 밀어내고, 동성로의 골목대장 된 구제

동성로의 한 구제 가게를 찾은 시민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1년 전 문을 연 이곳은 청바지·티셔츠·재킷 등 다양한 수입 구제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 도심 한복판인 중구 ‘동성로’는 최대 번화가다. 2㎞ 남짓한 골목 2만2016㎡에 식당과 커피전문점·백화점·의류점 등 4000여 상가(상인회 등록 580여 개)가 밀집해 있다.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처럼 명품과 최신 유행을 좇는 20대와 30대로 늘 북적이는 명품 1번지다. 하루 유동인구만 60여만 명이다.

대구 최대 번화가 점령한 중고옷
구제골목 800m 상점만 300곳
불황 깊고 점포세 싸지자 운집
빈티지 열풍도 상권 성장 요인



 그런 동성로에 최근 들어 헌 구제(舊製)물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부쩍 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전후한 1997년께 동성로에 구제라는 간판을 단 중고 의류판매점이 밀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구제의 사전적 의미는 옛적에 만든, 또는 그런 물건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상인들은 중고 의류에 구제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한다. 지금은 동성로 ‘구제골목’으로 불릴 만큼 중고 의류점이 많아졌다. 동성로 외곽에서 동아백화점 진입로 800m쯤 되는 거리(중구 동성로1가~화전동)에 300곳이 넘게 있다.



 지난달 28일 동성로 구제골목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해외 유명 커피전문점과 백화점, 명품 판매점 사이에 중고 의류를 내건 구제 판매점이 함께 섞여 있어서다. 1년 전 미국에서 왔다는 존슨(38·어학원 강사)은 “구제골목은 부촌과 빈민가를 섞은 듯한 느낌이 든다. 신기한 물건이 많아 자주 들러 사진도 찍고 쇼핑도 한다”고 말했다.



 구제 판매점에는 점퍼와 바지·모자·가방·신발·시계·스카프 등 의류 잡화를 팔고 있었다. 심지어 입던 속옷까지 구제라는 이름이 붙어 팔렸다. 일본과 미국에 있는 중고 의류를 수입해 판다는 곳부터 국산 구제만 취급한다고 간판을 건 곳도 눈에 띄었다. ‘유명 구제’라고 쓰인 한 판매점은 국산 구제를 잔뜩 바닥에 펼쳐 놓고 있었다. 값은 바지와 티셔츠 상관없이 1000~2000원. 나이키 등 수입 상표를 붙인 구제는 상·하의 상관없이 1만~3만원에 팔려나갔다. 수입 구제를 파는 한 판매점 직원 김영민(28·여)씨는 “장사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몇 년 전까진 40~60대가 주력이었지만 최근에는 10∼30대, 동남아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찾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제 판매점이 대구 최대 번화가에 몰려든 이유는 무엇일까. 동성로를 관리하는 중구청과 구제 상인들은 세 가지 이유로 설명한다. 우선은 오랫동안 이어진 대구의 경기침체와 불황을 든다. IMF 구제금융 시기에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 그 방증이라는 것이다.



 대구는 구제금융이 끝났지만 오랫동안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구의 불황을 보여 주는 지표는 많이 있다. 경제적인 문제로 건강보험료도 못 챙기는 시민이 수두룩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구·경북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가운데 6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한 장기체납자가 12만여 가구로 조사됐다. 전체 가구(78만 가구)의 16%에 이르는 수치다. 1년간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서비스의 부가가치를 합해 인구로 나눈 지역내총생산(GRDP)은 18년째 전국 꼴찌다.



 동성로 상권이 경기침체로 위축되면서 점포세가 싸진 것도 이유다. 동성로 곳곳에 문을 닫은 점포도 많이 보인다. 빈 점포가 생기다 보니 임대료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변두리 주택가나 전통시장에 있던 구제 판매점이 중심가로 이동한다는 분석이다. 중구청 경제과에 따르면 위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동성로 33㎡ 크기 상가의 월세는 100만~200만원. 2000년 초반만 해도 600만~700만원이었다. 구제금융 전에는 1000만원이 넘는 곳도 많았다고 한다. 현재 대구 변두리나 전통시장의 비슷한 크기 점포 역시 80만~150만원이어서 동성로 점포세는 큰 부담이 없다. 특히 수천만원 하던 ‘동성로 권리금’도 거의 사라지는 분위기다. 박현수(57) 중구청 경제과 시장관리담당은 “이왕이면 사람이 몰리는 동성로에서 월세를 조금 더 주더라도 장사하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하나 둘 자리를 잡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옛것으로 품위를 살린다는 뜻인 ‘빈티지(vintage)’ 열풍도 동성로에 구제 판매점을 불러모은 이유다. 20대와 30대가 운영하는 유명 브랜드 수입 구제 판매점이 이 골목에 등장한 것도 이런 현상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20대 구제 판매점 상인은 “최근엔 구제가게가 너무 많아 구제골목도 사실 불황이다. 10곳 중 2~3곳이 문을 닫는 실정”이라며 “그러나 수입 구제 등 젊은 층을 겨냥한 물건은 새것을 파는 일반 의류점보다 수익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 대구 구제품 판매 현황



종류 : 바지, 티셔츠, 목도리, 스카프, 시계, 팔찌, 운동화, 구두, 모자, 가방 등

가격 : 1000원부터 흥정으로 값 매겨져

주요 판매점 : 동성로, 팔달시장, 봉덕시장, 관문시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