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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행상, 남자보다 여자 딸보다 며느리

치매환자 문씨 할머니가 며느리 박은옥씨(오른쪽)와 오랜만에 나들이를 했다. 박씨는 시어머니 수발 공로로 8일 효행상을 받는다. [강진=프리랜서 오종찬]


매년 이맘때면 전국에서 효행을 기리는 행사가 줄을 잇는다. 보건복지부도 8일 전국의 효자를 발굴해 상을 준다. 올해 41회째다. 주변에서 시청·군청에 추천→시·도 심사→중앙정부 심사 과정을 거치며 올해 118명이 선정됐다. 가장 큰 상인 국민훈장 동백장 수상자를 찾아 나섰다. 전남 강진군 성전면 금옥마을 박은옥(53)씨가 주인공이다.

최근 4년 수상자 분석하니 남자가 돈 벌고 여자는 수발
전통적 가정의 가족 안전망 “최종 책임은 며느리” 입증



 7일 오후 박씨 집에 취재진이 들어가자 박씨의 시어머니 문모(87)씨는 낯선 사람의 방문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방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문씨를 설득해 휠체어에 앉혔다. 문씨는 널찍한 마당을 지날 때도 며느리 박씨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이날 박씨 집 대문 앞 후박나무는 수상을 축하하려는지 연둣빛 어린잎을 뽐냈다.



 이날 할머니는 오랜만에 나들이를 했다. 평소 거의 안방을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5년 전 치매 증세가 나타났고 2년 전부터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악화됐다. 시어머니 수발은 박씨의 몫이다. 방에 향수를 뿌려도 소용없다. 문씨는 수시로 “친정 가자”며 옷 보따리를 쌌다 푸는 일을 반복한다. 항상 방이 어지럽다. 주변에서 “요양시설로 옮겨야 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박씨는 “여건이 허락할 때까지 모시겠다”고 말한다. 장기요양보험 방문 서비스도 신청하지 않았다. 박씨는 최근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면서 치매 공부를 많이 했다. 박씨는 “종전에 어머니의 이상행동에 짜증이 날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어머니와 대화하거나 기저귀를 가는 법을 배워 더 잘 모시게 됐다”고 말한다.





 박씨는 17세에 시집와서 시증조할머니·시조부모·시부모를 모셨다. 10년 전 암으로 돌아가신 시아버지도 대소변을 받으며 2년 병수발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남편(58)과 9만9000㎡(150마지기)의 쌀농사를 짓는다.



 8일 효행상을 받는 사람 118명 중 여자가 69명으로 남자(49명)보다 많다. 본지가 2010~2013년 4년치 수상자 519명을 분석했더니 매년 양상이 비슷했고 2010, 2011년은 여자가 남자의 두 배를 넘었다. 4년 수상자 519명 중 여자는 329명(63%)이다.



 올해 수상자 중에서도 며느리(38명)가 가장 많다. 치매·중풍·암에 걸렸거나 고령으로 혼자 거동이 어려운 시부모 수발의 주 책임자가 며느리인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고려대 의대 윤석준(예방의학) 교수는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 안전망’의 최종 책임은 며느리였다”며 “며느리가 한국 가정을 이끌어 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경희 고령사회연구센터장은 “노인 부양 책임이 여자인 점에서는 동서양이 같지만 서양은 딸이, 한국은 며느리라는 점이 다르다”며 “남자가 돈을 벌고 여자가 노부모 부양을 책임지는 구조가 효행상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효행상 수상자 중 아들은 23명, 딸은 14명이다. 3명은 며느리이자 딸로서 양쪽 부모를 수발한다. 충남 서천군 김문자(69)씨는 5년 동안 중풍·치매를 앓는 친정 부모님을, 퇴행성 관절염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7년간 수발했다.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전용복(56·대전시)씨는 중증 치매를 앓는 장모를 7년 동안 모신 공로를 인정받았다.



 동남아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며느리 3명도 수상자에 포함됐다. 인천시 강화군 양도면 유예린(29·베트남 이름 뜨란 데이빗드 린)씨는 2004년 한국으로 시집왔다. 시아버지(79)는 신장질환과 고혈압을, 시어머니(77·뇌병변장애 5급)는 허리병을 앓아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유씨는 김포의 종이컵공장 근로자로 일하면서도 시부모를 극진하게 보살핀다. 유씨는 “시집와서 처음에는 한국말을 몰라 많이 힘들었는데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시부모님을 더 잘 모시겠다”고 말했다. 필리핀 출신 며느리 올리바미레네엘(27·경북 상주시)과 베트남 출신 레터이응옥한(29·충북 단양군)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는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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