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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불신 없앤다더니 … "안전점검, 이상한 국제입찰"

고리원전 1호기 정전 은폐와 가짜 품질보증서 부품 납품 비리.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받은 오명이다. 그러자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는 올 1월 원전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의 핵심은 국내 원전 설비·품질관리에 대한 국제 전문기관의 점검 입찰이었다. 비등해진 원전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 외국 전문기관으로부터 특별점검을 받겠다는 거였다.



한수원, 3곳에 견적 요청 메일
2곳은 점검능력 없는 컨설팅사
평소 100만원 물건도 복수 견적
업계 반발 … 한수원 “시간 촉박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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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원은 그 첫 단계로 올 1월 중순 3개 외국계 회사에 ‘견적 요청서’를 보냈다. 적정 입찰가를 가늠해 보자는 취지였다.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외부 점검을 받는다고 하자 전 세계 원전업계의 눈길이 쏠렸다. 요청서를 받은 회사 중 한 곳이 견적가를 230만 달러로 보냈다. 한수원은 이를 그대로 입찰 추정가격으로 정해 3월 20일 공고를 냈다. 27일에는 입찰 참가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고, 이달 3일에는 평가위원회의 기술성 검토를 거쳐 적격 업체를 선정했다.



 이렇게만 보면 이번 입찰은 국제입찰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한 꺼풀 벗기면 내용이 달라진다. 한수원의 견적 요청서를 받은 회사 세 곳 중 원전을 점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회사는 한 곳(TUV SUD)뿐이었다. TUV SUD는 독일의 시험인증회사다. 나머지 두 곳은 삼정KPMG와 액센추어 같은 컨설팅 회사였다. 이들이 견적서 제출을 포기한 건 당연지사다. 결국 입찰은 TUV SUD가 유일하게 제출한 견적서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지난주 결정된 최종입찰의 승자도 가격을 견적서보다 약간 낮춰 써낸 이 회사였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견적가를 TUV SUD 혼자 제출했을 때부터 입찰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견적가가 입찰에서 그만큼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한수원 등 발주처는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들로부터 복수의 견적가를 받아 ‘입찰 예정가’를 정한다. 여러 업체가 제시한 다양한 방식과 비용을 비교해 적절한 입찰 예정가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입찰처럼 한 업체의 의견만 반영되면 경쟁 업체가 끼어들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일하는 방식과 비용구조가 다른데 한 곳의 기준에 맞추는 게 쉽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입찰에도 TUV SUD 외에 같은 독일계인 TUV NORD, 미국 최대 원전 운용사인 엑셀론이 참여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엑셀론은 탈락을 예상하고도 기준 가격보다 30%가량 높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그렇게 낮은 가격으로는 23기에 달하는 한국의 모든 원전을 심층 점검하고 보고서를 내놓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한 점검 입찰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한수원의 한 전직 임원은 “한수원에서 100만원짜리 물건 구매를 할 때도 복수 견적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며 “하물며 가동 중인 원전 점검에 대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하는 용역 입찰에서 두 곳 이상으로부터 견적가를 받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준 가격을 한 곳으로부터 받아 입찰을 진행한 사례가 없다”고 덧붙였다. 용역 입찰에서 가격이 제일 중요한 사안인데 복수 비교 없이 한 기업이 제시한 가격으로만 기준가를 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전 전문가는 “컨설팅 업체에 상당히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원전 점검 입찰을 의뢰했다는 것부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원전업계에서는 "무늬만 국제입찰이지 사실상 수의계약인 이상한 입찰”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성 논란도 일고 있다. TUV SUD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엔지니어링 기술, 시험·인증 등의 종합적인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원전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는 아니다. 원전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을 하려면 원전 운영 경험이 많은 엑셀론이나 쇼우·웨스팅하우스 같은 회사가 오히려 적격이다.



 이에 대해 장희승 한수원 설비본부부장은 “엑셀론 등 10여 개 업체의 리스트를 뽑아 놓았으나 시간이 촉박해 우선 한국에 법인이 있는 3개사에 견적 요청서를 보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3개 회사에 견적 요청서를 e메일로 보냈다. 다른 7개 업체도 e메일 주소만 확보했으면 충분히 보낼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견적 요청서를 원전과 무관한 컨설팅 회사들에 보낸 이유도 석연치 않다. 한수원은 “이런 점검은 한 업체가 다하긴 어려우니 컨설팅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원전처럼 전문적인 시장은 컨설팅 업체가 원전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고 지적한다. 이번 원전 특별점검은 산업부가 전체 계획을 마련하고 한수원이 입찰 관련 업무와 관련 예산을 담당한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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