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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5곳 중 1곳 감독 사각지대

부산에서 음식점을 하는 장호영(37·가명)씨는 지난해 한 공립 어린이집에 20개월 된 딸을 맡겼다. 이 어린이집은 얼마 전 한 보육교사가 17개월 된 아이의 등을 피멍이 들도록 때려 문제가 된 곳이다. 보육교사뿐 아니라 원장도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 장씨는 자신의 딸도 갑자기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거나 손으로 자기 입을 반복적으로 때리는 등 한동안 이상 행동을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무서운 어린이집 분위기에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공립 어린이집 운영자로 선정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세금을 9억원이나 들여 이 어린이집을 만들어 놓고선 책임을 소홀히 한 정부와 지자체도 가해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탐사기획 어린이집 심층 보고서 (하) 상처받는 아이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 해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를 당하거나 다치는 아이는 지난해 기준 2600여 명에 달한다. 안전사고 건수가 2495건(사망 10건 포함), 아동학대는 135건으로 집계됐다. 복지부의 보육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파악된 것만 그 정도다. 신고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 장미순 위원장은 “어린이집에 다녀온 뒤 없던 상처가 생겨도 아이가 찍힐까 봐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언어 폭력으로 인해 아이가 받는 정신적 학대도 심각한 문제다. 마음의 상처는 잘 드러나지 않는 반면 그 후유증은 오래가기 때문이다. 아이 혼자 감당하다가 급기야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신고한 민원인 원장도 알아



어린이집 문제점을 인터넷에 올렸던 이수영(가명)씨가 5일 아파트 공원에서 18개월 된 딸을 품에 안고 있다. [오종택 기자]▷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적잖은 아이들이 이 같은 피해를 보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에는 구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실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8119곳의 어린이집이 지난 한 해 동안 단 한 차례도 점검을 받지 않았다. 전체 어린이집(4만2527개) 10곳 중 2곳(19%)은 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는 셈이다. 이 중 3년간 방치돼 있던 어린이집도 630여 곳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어린이집 불법 운영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복지부는 7일 지난해 1300곳을 점검한 결과 772곳에서 보조금 허위청구 등 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에는 지자체가 어린이집을 지도·점검토록 돼 있지만 강제 규정은 아니다. 또 복지부는 어린이집에 대해 3년마다 평가인증을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1만5170곳(35.7%)은 인증을 받지 않았다. 결국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이집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복지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3~8명의 인력으로 수많은 어린이집을 점검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서울시도 올 3월부터 3명을 새로 투입해 7명이 6500여 개 어린이집을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점검의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점이다. 서울 송파경찰서가 현재 수사 중인 한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최미연(29·가명)씨는 “점검을 앞두고 서류를 허위로 짜맞추는 등 대비를 한다”고 말했다. 계좌추적 등 수사권이 없는 어린이집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서 문제점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학부모나 보육교사가 어린이집의 아동학대나 비리와 관련된 민원을 시·구청에 넣어도 해당 어린이집 원장에게 고스란히 제보자의 신원과 제보 내용이 전해져 오히려 민원인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일도 다반사다. 익명을 요구한 송파구 한 어린이집 교사는 “지난 2월 어린이집 불법 행태를 시에 제보한 뒤 담당 공무원들이 점검을 나온 적이 있다”며 “이들이 내부 보육교사로부터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공공연히 얘기해 누가 제보했는지 원장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CCTV 의무화 실효성 논란도



정치권도 어린이집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관련 법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 2월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 등 여야 의원 12명은 ‘어린이집 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발의했다. 일각에서는 보육교사 인권침해 문제 등을 거론하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설문조사 업체 ‘두잇 서베이’가 시민 41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설치 찬성 응답자가 91.7%나 됐다. 그만큼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방증이다. 현재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은 열 곳 중 한 곳 꼴이다.



 CCTV 설치가 근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강동구 B어린이집 보육교사 김성미(33·가명)씨는 “아동학대 등으로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는 CCTV 동영상 파일을 편집하거나 지우는 식으로 대비해 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신학대 황옥경(보육학) 교수는 “교사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언어폭력 등의 정서적 학대는 CCTV로도 발견하기 어렵다”며 “보육교사의 질을 높이고 이들의 처우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탐사팀=고성표·김혜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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