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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등급 40% 넘는 중학교가 절반 … 학력 저하 심각

중앙일보와 교육업체 하늘교육이 학교알리미사이트 에 공시된 2012년도 전국 중학교 내신 절대평가 결과를 분석했더니 중학생의 학력 저하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홍후조(교육학) 교수는 “교육계가 특목고·자율고 쏠림 현상으로 인한 일반고의 몰락에 주목하고 있지만 중학교 학력 저하 는 고교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초등학교 때부터 학업 부진 학생 구제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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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9년 만에 절대평가로 바뀐 중1 내신 분석해보니

#지난 2일 오전 서울 관악구의 한 중학교 2학년 교실. 학생 두 명이 교탁 앞에서 교사와 대화하고 있었다. 수학 수업 중이었지만 이 학급 30여 명 중 공부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5명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고, 예닐곱은 뒤돌아 친구들과 웃고 떠들었다. 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학생도 교과서가 아닌 휴대전화를 보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예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옆 교실도 다르지 않았다. 대여섯 명이 엎드려 자고 있었지만 교사는 깨우지 않았다.



 교실 밖 풍경도 어수선했다. 점심시간인 오후 1시쯤. 가방을 멘 남학생 3명이 학교에 들어섰다. 등굣길이었다. 한참 늦은 지각이었지만 서두르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혼내는 사람도 없었다. 복도엔 진한 아이라이너로 눈화장을 한 여학생 몇 명이 삼삼오오 모여 얘기 중이었다. 립글로스를 바르던 여학생에게 수업 분위기를 물었더니 “놀기 좋죠”란 답이 돌아왔다. 이 중학교는 지난해 1학년 2학기 수학 내신에서 재학생 절반가량이 과거 수·우·미·양·가 중 가에 해당하는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1학기 수학 E등급 비율은 이보다 더 많은 60.3%였다.



 #다음날인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청중. 사회 수업 중인 1학년 교실에선 잠자는 학생이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수학 수업을 하던 3학년 교실에서는 한 학생이 서 있었다. 벌 받는 게 아니라 졸음을 쫓겠다며 교사 허락을 받고 스스로 일어선 채 수업을 받는 거였다. 재학생 채모(14)양은 “매일 조회 시간에 휴대전화를 걷기 때문에 수업 중 문자를 보내거나 게임을 하는 건 상상할 수 없다”며 “수업시간에 누가 떠들면 다른 학생의 눈총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학생선발권이 있는 국제중을 제외하면 지난해 2학기 영어 내신 E등급 비율(5.8%)이 서울에서 가장 낮았다.



 지난해 서울지역 중 1 수학 내신(1학기)에서 E등급 비율이 40% 이상인 학교는 조사 대상 308곳 중 143곳(46.3%)에 달했다. 송파구 O중(67.3%), 관악구 N중(63.2%), 용산구 B중(62.2%), 강북구 H중(59.9%), 강동구 D중(59%) 등은 학생 10명 중 6명이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다시 말해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3분의 2나 된다는 얘기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2학기 수학 내신에서 E등급 40% 이상인 중학교가 전체 3184곳 중 1170곳(36.7%)이나 됐다.



 지역과 여건에 따른 학력 격차도 컸다. 서울 중구는 1학기 수학 E등급 비율이 40% 이상인 학교가 7곳 중 6곳(85.7%·자료 공개 학교 기준)이었다. 관악구(78.6%)·성동구(75%)·서대문구(69.2%)·중랑구(61.5%)·강동구(60%) 등 강북이나 변두리 지역에 이런 학교가 많았다. 반면 강남구(27.3%), 서초구(27.3%), 노원구(20.8%) 등은 E등급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학생의 학력 수준은 높지만 시험 난도가 워낙 높아 E등급 비율이 높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E등급 비율이 높은 몇몇 중학교를 직접 찾은 결과 시험 난도 탓이 아니라 실제 학력 수준에 문제가 있다는 게 확연히 드러났다. 일단 수업 분위기가 매우 열악했다.



 수학 E등급 비율이 50% 이상인 강북구 K중 이모(14)양은 “영어 이동수업 때 선생님이 벌점카드를 주느라 수업을 못할 정도”라 고 말했다. 중랑구 J중 김모(13)양도 “수업 때 한 명이 공부와 관련 없는 주제를 꺼내면 다들 이 얘기 하느라 진도를 못 나간다” 고 말했다.



 관악구 S중이나 강북구 K중 등과 대청중의 확 다른 면학 분위기는 무엇에서 기인하는 걸까.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경제적 형편을 한 요인으로 꼽는다.



절대평가 관련 기사는 열려라 공부 섹션 2, 3면(일부 지역 강남통신 10, 11면)에서 더 볼 수 있습니다.
 강북구 K중 교감은 “우리 학교에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경제적 배려 대상 학생이 36%”라며 “성적표를 집에 가져가도 부모가 밥벌이에 바빠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등급 비율이 높은 중구 H중 교사도 “ 학생들 가정형편이 좋지 못한 편”이라며 “상담해보면 30명 중 공부 걱정하는 학부모는 5명 내외”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학교에 있다. 학교와 교사, 교육 당국이 모두 학습 부진아에 대해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수학 E등급이 55.4%나 되는 강북구의 한 중학교 교감은 학습부진 이유를 묻자 “우리 학교 E등급 비율이 그렇게 높은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학생 학업 수준이 지난해부터 학교알리미사이트를 통해 공시되고 있지만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학자는 “일부 교사는 복지 사회의 웰빙족(族)”이라며 “예전만큼 열정 을 보이는 교사가 없다”고 개탄했다.



김성탁·전민희·조한대 기자



◆절대평가(성취평가제)=일정 기준 이상의 점수만 받으면 동일 등급을 주는 내신 산출 방법이다. A-B-C-D-E-F 6단계가 있다. 중간·기말고사 성적과 수행평가 결과를 합쳐 총점을 낸다. 90점 이상은 A, 80점 이상은 B, 70~80점은 C, 60~70점은 D, 60점 미만은 E 등급을 받는다. F는 40점 미만으로, 올해 시범 평가 후 내년에 도입한다. 2005년 상대평가가 도입된 지 9년 만인 2012년 다시 절대평가로 바뀌었다. 2014년에는 중학교 전 학년과 고교 신입생, 2016년에는 중·고교 모든 학생이 절대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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