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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집시·노숙자 막아라" … 이민장벽 다시 높이는 EU

독일 중서부 도르트문트의 노르트슈타트엔 수백 명의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출신 여성들이 은밀하게 성매매를 하고 있다. 1년 전 거리에서의 호객행위를 금지한 뒤 주택가로 숨어든 이들이다. 그중에는 집시라 불리는 유랑민들도 섞여 있다. 이들은 한 방에서 20명까지 집단 거주한다. 그 지역은 슬럼화되고 범죄율도 치솟는다. 도르트문트 인근 뒤스부르크나 프랑크푸르트 남부 만하임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뮌헨에는 최근 2년 새 이들 나라로부터 1만 명이나 이주했다. 상당수는 공원이나 숲 등에서 노숙하며 일당을 받는 막노동으로 연명한다.



내년 루마니아·불가리아인 엑소더스 예고 … 부자 나라들 비상

독일에만 한해 14만명 유입 … 2배로 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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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뿐 아니다. 프랑스 파리 시내에는 루마니아 조직범죄단이 활개를 치고 있다. 소매치기와 절도를 일삼고 세계적인 관광지인 루브르 박물관 일대의 통행을 막기도 한다. 이 때문에 박물관 직원들은 늑장 단속을 하는 당국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영국에서 오는 유로스타 종착역인 파리 북역도 이들의 활동 무대가 되고 있다.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와 파크레인, 브리안스턴 광장의 개인 정원에까지 침입해 노숙하는 불가리아·루마니아 이주자들도 있다고 익스프레스지는 전한다. 주민들은 이들이 쓰레기와 배설물을 함부로 버린다며 불평을 털어놓는다.



 내년부턴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라고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자이퉁이 전했다. 2007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한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에 대한 빗장이 풀려 노동시장이 전면 개방되기 때문이다. EU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 두 나라에서의 대량 이주가 시작될 게 분명해 유럽 국가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EU 국가들은 지금까지 국경을 허무는 데 주력해 왔다. 역내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 보장이 EU의 근본적 존재 목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장기화가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유럽 각국의 이민장벽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하나의 유럽’ 정신은 퇴색하고 각자도생의 분열주의가 싹을 키워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신매매와 조직범죄, 관료사회의 부패가 심한 불가리아·루마니아 두 나라에 대해서는 국경의 문을 강력히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들의 이민을 방치했다간 자국의 복지재정이 위협을 받고 범죄 등 사회문제가 야기될 게 분명한 까닭이다. 영국·독일·네덜란드·오스트리아 4개국은 지난달 EU집행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이민으로 교육·보건·복지 체계에 심각한 부담이 가해지고 있다”며 EU 차원의 이민규제책을 촉구했다.



공원서 노숙하며 막노동 … 도시 슬럼화



 유로존 위기 와중에도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안정된 독일은 루마니아·불가리아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주지다. 무엇보다 자녀·실업수당 등 발전된 사회복지제도의 혜택을 노린 이른바 ‘빈곤이민’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연방노동청은 규제가 풀리면 자국에만 연간 10만~18만 명이 더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서 독일로 이주한 사람은 14만7000명에 이른다. 두 나라가 EU 회원국이 된 2007년의 2배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24%나 증가했다. EU 내 최빈국인 불가리아의 지난해 1인당 GDP는 6903달러, 루마니아는 8720달러다.



 올 연말까지는 두 나라 국민에 대한 노동규제가 유효하다. 이주자들 대부분은 자영업을 하거나 농산물 수확 등 일시적 계절노동자 등으로만 일할 수 있다. 한스 페터 프리드리히 독일 내무장관은 “사회보장제도를 남용하는 역내 이주자에 대해서는 본국으로의 송환 등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시간당 2유로(약 2800원)밖에 되지 않는 초저임금 이주노동자를 쓰는 사업장도 있어 임금 착취 논란도 제기된다. 함부르크 동유럽노숙자상담소의 안드레아스 슈타지비츠는 “정치가들은 사회적 최소기준도 고려하지 않고 EU를 확대했다”며 “이 때문에 인도주의적 대참사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에는 동유럽뿐 아니라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 등 경제난 으로 일자리 찾기가 어려운 남유럽 출신도 대거 알프스를 넘어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독일로 이주한 그리스인은 16.7%, 스페인인은 11.0%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럽국가들 간에 자국 노동시장을 지키기 위한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스위스는 6월부터 선진 17개 EU국가에 대해서도 이주를 제한한다. 5년 장기노동허가자 수를 연간 5만3700명에 묶어두기로 했다. 지난해 동유럽 8개 국가에 대해 2180명으로 제한한 조치는 1년 더 연장시켰다. 실업률이 3% 정도밖에 되지 않는 스위스는 일자리의 보고로 각광받고 있다. 보수우파 스위스 국민당은 대량 이민을 제한하는 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기 위해 14만 명의 서명을 확보했다.



복지재원 축내자 영국 등 규제책 촉구



 영국 집권 보수당은 노동당이 1997~2010년 지속해 왔던 이민문호 개방 정책을 중단하고 다시 문을 걸어 잠글 채비를 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폴란드가 2004년 EU에 가입한 후 110만 명이 유입됐다며 이는 영국이 통제를 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캐머런 총리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의 경우는 폴란드 때와 다를 것”이라며 엄격한 규제를 시사했다. 실업수당·주택·의료지원 축소, 공직 진출 제한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대로라면 이주민의 대량 유입으로 2066년 영국에서 백인이 소수인종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최근 발표되기도 했다. 1997년 이후 400만 명의 외국인이 영국에 유입됐다.



 대량이주에 대한 우려는 극우파를 키우는 성장촉진제가 되고 있다. 영국의 취업난은 동유럽 이민자들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극우 독립당은 지난 2일 치러진 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을 위협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독립당은 국경 통제를 위해서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그리스의 네오나치 황금새벽당은 터키와의 국경에 지뢰를 설치해서라도 불법 이민을 막고 선거권 박탈 등을 통해 이민자들을 몰아내겠다며 위협하고 있다. 지난 2월 이탈리아 총선에서 코미디언 출신 페베 그릴로가 이끄는 5성운동당은 이민 금지 등 급진적인 공약을 내세워 25%가 넘는 지지율로 일약 제3당으로 떠올랐다.



 부족한 노동력 보충 등 이민의 순기능도 무시할 순 없지만 지금의 유럽에는 그럴 여유가 없어 보인다. 이에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이민 증가에 대한 히스테리적 논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성적으로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한경환 선임기자



[이민자에게도 혜택 주는 독일 복지제도]



◆ 자녀수당(Kindergeld)=만 18세 이하 자녀에게 매달 지급하는 돈. 첫째·둘째 아이는 각 184유로(약 26만원), 셋째는 190유로, 넷째 이하는 215유로씩 준다. 이후 취업·진학 여부에 따라 추가 수령할 수 있다.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같은 EU 국가 이주자들도 독일에 주거 등록을 하면 받을 수 있다. 지난 2월 현재 2만9000명의 불가리아·루마니아인이 자녀수당을 받고 있다. 전년도에 비해 39% 늘었 다.



◆ 하르츠Ⅳ=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개혁으로 새로 만들어진 실업급여 제도. 불가리아·루마니아인도 정식 취업 후 실직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두 나라 출신의 수령자는 2만2000명으로 1년 사이 32%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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