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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안철수와 시베리아

채병건
정치국제부문 차장
시베리아는 지리적으론 유라시아 대륙의 황량한 동토를 지칭한다. 한국 정치에선 “기존 정당에 몸을 담지 않아 외롭고 곤궁한 처지”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다. 2007년 3월 한나라당 내에서 대권 경쟁을 벌이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탈당설이 돌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안에 남아 있어도 시베리아지만 나가도 춥다”고 했다. 발끈한 손 전 대표는 진짜 탈당했지만 단기필마 탈당이었다. 탈당 직전 손 전 대표와 함께 강원도 낙산사로 향했던 한나라당 전직 의원에겐 당시 홍준표 의원이 전화를 걸어 “절대 탈당하지 말라”고 붙잡았다.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안철수 의원에 대해 민주당에서 나오는 연대론·입당론도 따지고 보면 시베리아다. “국회에 입성해도 N분의 1” “신당에 민주당 의원들이 우르르 몰려가지는 않을 것” 등의 전망엔 쉽게 말해 ‘신당은 외롭고 추운 시베리아의 길’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2007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시베리아론에 야권분열론이 추가돼 있다는 정도다. 물론 일부 여론조사에선 만들어지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이 새누리당을 위협할 정도이지만 어쨌든 현재 안 의원과 함께하는 원내 세력은 송호창 의원뿐이다.



 그럼에도 안 의원 진영의 시선은 시베리아로 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안 의원 본인은 “(신당 창당설은) 진도가 너무 많이 나간 것”이라고 했지만 측근 참모들은 민주당 입당에 부정적이고,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과의 경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안 의원 진영에선 4·11 재·보선을 앞두고 처음부터 부산 영도 출마를 염두에 두지 않은 이유는 영도에 출마하면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의 지원을 받아야 하니 정치공학적 연대로 비칠 수 있어서였다고 설명했다. 되짚으면 처음부터 독자 생존을 목표로 했다는 얘기가 된다.



 안 의원의 지향점이 독자 신당이라는 시베리아라면 1985년을 주목해야 한다. 그때가 거의 유일한 시베리아 성공 사례다. 그해 YS와 DJ가 주도한 신한민주당(신민당)은 창당 25일 만에 치른 2월 총선에서 지역구 50석, 전국구 17석을 얻어 제1야당으로 등극하며 기존 야당인 민한당을 붕괴시켰다. 신민당 돌풍의 요인은 야권의 실소유주인 YS·DJ가 뭉친 데도 있지만 ①민한당이 여당인 민정당과 동거하며 민심과 괴리된 채 안주하고 있었고 ②반면 신민당은 당시의 시대정신을 담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제시하며 민심을 움직인 데 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①번 조건은 충족돼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안 의원의 ‘새 정치’가 시대정신의 구체화라는 ②번 조건까지 충족하는지는 미지수다. 싸우지 않는 정치, 할 일을 하는 정치로는 왠지 부족해 보인다. 물론 ②번 조건이 100%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안 의원 진영이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을 이길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는 선명한 비전을 통해서가 아닌 민주당에 싫증 난 유권자들의 심리에 기댄 반사이익의 승리가 된다. 지기만 하는 야당 민주당의 대체 세력이 나왔다는 정도이지 수권 가능 세력이 등장했다는 의미로까지 인정받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채병건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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