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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중앙은행마다 "디플레 파이터 급구합니다"

지난달 하순 북유럽의 강소국 스웨덴의 스톡홀름. 이곳에선 중앙은행(Riksbank) 라스 스벤손(Lars Svensson) 부총재의 사임이 단연 화제였다. 저명한 경제학자로 이달 임기 종료 후 연임이 당연시되던 스벤손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발단은 금리 정책이었다. 현재 스웨덴의 골칫거리는 8.5% 내외의 높은 실업률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인 벤 버냉키와 함께 프린스턴대에서 후학을 가르쳤던 스벤손은 고실업 타개를 위해 현재 1%인 금리를 더 내릴 것을 강하게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의 표명이라는 강수를 던진 것이다. 현지 언론들이 대서특필할 정도로 스벤손 사표의 파장은 컸다.



[객원기자 리포트] 중앙은행, 경기침체 탈출 선봉장이 되다

“금리 인하 실패” 스웨덴 부총재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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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중심인 스웨덴의 최근 경제 상황은 복잡하다. 자국 통화인 크로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로, 목표 인플레이션 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6일 찾아간 스웨덴 중앙은행 내부는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스벤손과 같은 입장인 카로리나 에크홀름(Karonina Ekholm) 부총재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 동결을 주장한 커스틴 요크닉(Kerstin af Jochnick) 부총재는 1분기 부동산 가격 급등(전년 동기 대비 3% 상승)에 더 주목하는 듯했다. 그는 “가계부채와 부동산가격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에서 중앙은행 집행부 수난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경기침체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지고 중앙은행 총재나 집행부가 갈리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스벤손처럼 금리 인하를 관철시키지 못했다고 스스로 물러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대부분은 금리 인하나 양적 완화 등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하지 않다가 교체됐고, 기존에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했던 경우는 그 정책기조를 지속할 수 있는 인물이 계속 선임됐다.



러시아·영국 차기 총재도 양적완화 지지



 최근만 해도 일본·러시아·영국·캐나다의 중앙은행 총재가 임기 만료 등으로 이미 바뀌었거나 교체 예정인데, 신임 총재는 대개 실물경기 부양에 적극적인 인물이다.



먼저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양적 완화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가 물러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시행할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가 부임했다. 대공황 당시 금본위제를 주장하던 이노우에 준노스케(井上準之助)가 물러나고,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통화 공급을 늘리며 일본통화를 대폭 평가절하시켜 경제를 회복시켰던 다카하시 고레키요(高橋是<6E05>)가 대장상으로 등장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다카하시는 버냉키 FRB 의장이 “리플레이션(reflation) 정책으로 일본을 대공황에서 구했다”(2003년 일본 금융경제학회 연설)고 극찬한 인물이다. 리플레이션이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정책을 말한다.



 러시아에선 물가관리에 중점을 두던 세르게이 이그나티예프(Sergei Ignatyev) 총재가 퇴진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경제수석보좌관인 엘비라 나비율리나(Elvira Nabiullina)가 임명될 예정이다. 러시아 역시 인플레이션 압력은 약하고 실업률은 높아 이자율 인하가 기대되고 있다. 이웃 헝가리에서도 유사하게 완화적 통화정책에 초점을 둔 인물로 총재가 교체됐다.



 영국은 머빈 킹(Mervyn King) 영국 중앙은행 총재 후임으로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취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시절 적극적인 통화정책과 현저하게 낮은 금리로 캐나다의 경기회복을 주도했다. 일본의 양적 완화에 대해서도 사실상 지지를 표명한 그는 이미 영국의 추가적 양적 완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일본 중앙은행의 거센 양적 완화 물결 속에 유럽중앙은행도 최근 기준금리를 0.75%에서 0.5%로 낮췄다. 세계의 주요 중앙은행들이 실물경기 부양에 관심을 기울이는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이미 선회했거나 앞으로 그럴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그 배경엔 그 같은 정책기조에 부합되는 인물로 중앙은행 총재를 교체하는 상황이 있는 것이다.



물가 안정 상한선까지만 돈 풀어라



 이런 방향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한때는 물가상승과 싸우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중앙은행 총재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싸우는 중앙은행 총재가 필요한 시점으로 간주되고 있다.



 물론 각국 중앙은행의 상황은 다르다. 양적 완화로 실물경기 회복을 주도한 미국 FRB의 경우 통화정책 목표가 물가안정과 최대고용이라는 ‘이중 책무(dual mandate)’로 돼 있어 물가안정에 초점을 두는 다른 중앙은행과는 다르다. 물가안정과 실물경기 회복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정책목표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며 중앙은행에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임무가 부여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일련의 총재 교체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 극복이 반드시 물가안정 목표와 충돌하는 것도 아니다. 일례로 유럽중앙은행만 해도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물가안정이지만, 물가안정 목표를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선 ‘높은 수준의 고용’과 ‘지속적이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더구나 물가는 너무 오르는 상방 위험도 있지만 떨어지는 하방 위험도 있다. 따라서 대부분 국가는 일정 범위의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도 2013~2015년 물가안정 목표를 2.5~3.5%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현재 6개월째 1%대를 기록해 물가안정 목표 하한을 계속 밑돌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 하한에 못 미치는 것을 물가가 오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대개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를 미국 연준처럼 물가안정과 최대고용 두 가지로 규정하진 않더라도 주어진 목표인 물가안정 목표의 상·하단을 지키는 노력을 통해 실물경기 회복과 고용증대라는 정책목표를 일정 부분 달성할 수 있다. 그것이 경기회복의 무거운 짐을 효과적으로 지고 갈 방법을 고안하라는 시중의 요청에 대한 한은의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톡홀름=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성태윤(43)=거시경제와 국제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40대 경제학자. 연세대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과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를 거쳐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있다. 평소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 경제 위험요인을 줄이려면 금융규율과 제정규율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시장경제의 기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시장경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금융투자와 관련된 국제금융시스템, 조세제도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경제시스템 안정을 위한 금융정책 등을 주제로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금융학회 및 한국국제금융학회 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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