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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아빠! 어디가?

도둑이 제발 저린다더니 옛말이 꼭 맞습니다. 요즘 예능의 대세라는 MBC ‘일밤-아빠! 어디가?’를 보지 않은 지도 꽤 됐습니다. 천진무구한 아이들과 가정에 무심했던 아빠들이 야외로 나가 얼싸안고 뒹굴며 부자(한 쌍은 부녀)간의 정을 새록새록 쌓아간다는 훈훈한 프로그램인데, 지금껏 그렇게 해주지 못한 ‘불량 아빠’로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복기하는 것 같아 영 불편합니다.

게다가 지난주엔 제주도 출장에, 다시 홍콩 출장에, 출장 준비에, 출장 결산에 정신 없이 보냈더니 그만 제 풀에 까부라졌네요. 그러고 보니 이 프로그램 제목 행간에 담겨 있는 줄임말의 의미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습니다. 제작진이야 ‘아빠! (우리) 어디가?’라는 의미를 담았을 테지만 대부분의 아빠들이 받아들이기로는 ‘아빠! (혼자서 또) 어디가?’ 아닐까요?

15년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죠. 외환 위기 시절 온 나라가 구조조정의 격랑에 휘말려 있을 때 우연히 길을 가다가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노래를 듣고 얼마나 가슴이 짠했던지. 그런데 이 말도 경우에 따라 다르게 읽혀지는 것 같더라고요. 처음 제가 느낀 대로 ‘우리가 아빠의 즐거움이 돼 드릴게요’라는 의미가 있는가 하면 ‘우리가 있는데 정말 힘 안 내실 거예요?’라는 무시무시한 협박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래저래 대한민국 아빠는 아이들에게 빚을 지고 있네요. 뭐, 저만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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