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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의 아픔에 눈 감지 말고 공감하라 내 고통도 줄어들지니 …

꼭 10년 만이다.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적인 불교 수행자 틱낫한(87) 스님이 1일 한국을 찾았다. 15일까지 머물며 일에 치이고 관계에 떠밀려 힘들어하고 고통받는 한국인들에게 위로와 응원, 지혜의 메시지를 던진다. 스님이 만든 프랑스의 수행 공동체 ‘플럼 빌리지’에서 행하는 명상 프로그램 지도, 잠실 실내체육관 등지에서의 대중 강연 등을 통해서다.

10년 만에 방한한 불교 수행자 틱낫한 스님

스님의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5년, 2003년에도 한국을 찾았었다. 2003년은 스님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화』가 그 전해 국내에도 소개돼 스님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였을 때다. 극심한 고통을 부르는 화(anger), 그 원인을 파고들어가 뿌리부터 무장해제시킴으로써 그 결과로 나타난 고통을 치유하는 스님의 마음 다스리는 법은 한국인들에게도 큰 공감을 불렀다.

내 안의 ‘마음’이라는 물건을 들여다봄으로써 번뇌와 고통을 잠재우는 해결책은 사실 불교에서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스님 책의 설득력과 반향은 특유의 전달 능력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스님을 ‘위대한 소통자(Great Communicator)’라고 하면 지나친 게 될까.

스님의 방한은 발빠른 국내 출판사들이 먼저 반겼다. 재치 있는 출판전략이든 인지도에 영합하는 상업주의든 스님의 소통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책 출간이 잇따랐다. 사군자 출판사에서 나온 『중도란 무엇인가』는 불교의 핵심 교리 중 하나인 중도(中道), ‘Middle Way’에 대한 틱낫한 버전 주석서에 가깝다. 소책자이지만 중도의 내용을 또박또박 진지한 발걸음으로 소개하고 있다.

스님의 독창성이 보다 돋보이는 『오늘도 두려움 없이』(김영사)는 왜 스님이 위대한 소통자인지 실감나게 보여준다. 스님은 우리가 자주 느끼는 두려움과 외로움이 실은 아기 궁전, 어머니의 자궁(子宮)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것 역시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지만 부드러운 스님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불현듯 머릿속에 형광등이 켜진달까, 스님의 주장에 공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스님은 우리 안에 여전히 자궁 속 어린아이가 들어 있다고 한다. 이 아이가 실은 우리가 어른이 되는 걸 방해한다는 거다.

아이를 달래는 해결책도 제시한다. 방석 두 개를 마련한 후 자신을 욕망 배출 불순의 어린아이로 상상한 상태에서 맺힌 감정을 남김 없이 풀어놓으라고 한다. 감정 하나하나를 낱낱이, 충분히 풀어줄수록 마음은 편해진다는 거다.

2일 오전 서울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 건물에서 스님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스님은 가냘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근조근 말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스님에게서 앞에 있는 사람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나 위압감을 느낄 수는 없다. 무슨 얘기인지 귀 기울이게 만듦으로써 오히려 설득력이 생긴다고 할까.

스님이 전하는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는 압도적인 군사력,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명분으로 대립하는 세계에서는 모기 소리만큼이나 작다. 스님의 말은 그래서 더 가치 있다. 고통받는 상대방의 비명에 눈감지 말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함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혀라, 그럼 오히려 내 고통이 줄어든다. 이게 새로울 것도 없지만 여전히 신비로운 설득력을 발하는 스님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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