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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엑기스와 청양 고추의 시원 칼칼한 맛

1 대표 요리인 복어 지리. 우리나라 서남해에서 잡히는 자연산 까치복을 쓴다. 복어 특유의 맛을 즐기기에는 지리가 좋다.
맛있는 음식점을 골라낼 때 성공 확률이 높은 방법 중 하나는 주인이 직접 요리하는 곳을 찾는 것이다. 음식점의 역사가 오래되었다면 그 확률이 더 높아진다. 요리사를 고용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직접 요리를 한다면 책임감 있게 정성을 다할 것이고, 그렇게 오랫동안 해왔다면 그만큼 고객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대를 이어 하는 곳이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단한 내공에서 우러나오는 자신감이 없으면 대를 이어서 하기 어렵다. 내 경험으로는 지금까지 이런 기준으로 음식점을 선택했을 때 실패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정보를 어떻게 다 아느냐고 물으신다면 아직 ‘스마트’하지 않으신 분이다. 손바닥 안에 있는 ‘스마트 비서’를 시켜 검색하면 금세 해결된다.

내가 요즘 자주 가는 ‘서순금류 복요리 전문점’이 바로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장남인 박원남(53) 사장이 부인과 함께 직접 요리를 하면서 2대째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오복정’이라는 이름으로 박 사장의 부모님이 1978년 서울 적선동에 처음 문을 열었다. 전라남도 완도에서 살다가 가족들이 모두 상경하게 되면서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시작한 식당이다. 종갓집 며느리로 배운 음식 솜씨가 좋다는 소리를 들었던 어머니가 음식을 맡고 아버지가 운영을 맡았다. 당시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던 박 사장과 어린 동생들도 모두 나서서 일을 거들었다. 재개발 때문에 식당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고 하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박 사장이 본격적으로 식당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 1983년이었다.

목사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식당 일을 본업으로 시작하면서 식당에 오는 손님들을 예수님 대하듯 소중하게 모시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했다. 얼마나 친절하게 했던지 당시 인근에 있던 은행에서 신입사원을 뽑으면 이 식당으로 데려와서 박 사장의 손님 응대 방법을 서비스 마인드의 본보기로 교육할 정도였다. 여기에 어머니의 음식 솜씨 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2 식당 내부 모습. 미술을 좋아하고 풍류를 즐기는 박 사장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다. 3 복어의 짝꿍인 미나리. ‘서순금류’에서는 미나리를 ‘무한리필’ 해준다.
‘서순금류’라는 이름은 그 무렵부터 쓰기 시작했다. 서순금 스타일이라는 뜻인데, 어머니 서순금(80) 여사가 고생하면서 개발하고 만들어온 음식을 계속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아 박 사장이 지은 이름이다. 박 사장도 복어 조리를 위한 ‘특수 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나서 어머니와 함께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복어 요리를 정립하고 난 다음이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서는 박 사장이 경영을 맡았다. 어머니는 이제 고령으로 은퇴하셨다. 대신 결혼하면서부터 어머니에게 음식을 배우면서 함께 일해 왔던 부인이 이제는 음식을 모두 맡아서 한다. 박 사장이 ‘특수 조리사’로서 복어의 손질은 직접 맡아서 하면서 부부가 함께 운영해 가고 있다.

‘서순금류’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대표 메뉴는 복어 지리다(지리는 일본말이고 우리 말로 하면 ‘맑은 탕’이지만 일반적인 통념을 감안해서 그냥 지리로 부른다). 분류하면 일본식이 아니라 한국식이다. 한국식은 미나리와 마늘을 넣는 것이 특징이다. 복어 요리가 일본에서 가장 잘 발달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몇 백 년 전부터 즐겨 먹었던 토속 음식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한국식 복어요리는 전통 방식에 일본식의 기술이 더해진 경우가 많다.

이곳의 복어 지리는 참치 엑기스로 국물을 내는 것이 독특하다. 여기에 복어와 무, 콩나물, 파, 미나리 등을 넣어서 끓여낸다. 복어 특유의 담백하면서 진한 향이 다른 야채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들과 잘 조화를 이루는데, 그러면서도 재료들 각각의 맛이 살아 있는 느낌을 준다. 청양 고추를 넣어 칼칼한 맛이 나도록 하는 것도 특징이다. 국물 첫 술을 뜨는 순간에 절로 “시원하다”는 감탄사가 튀어나오고 그 맛의 여운이 입안에 오래 남는다. ‘서순금류’라고 구별해서 부를 만한 독특한 맛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대를 이어 하는 음식점이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안정된 사회로 발전하기 시작한 시점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음식점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탓이다. 이제는 세태가 많이 바뀌어서 그런 곳이 늘어나고 있다. 세월의 깊이가 쌓인 내공의 맛과 향기는 어디서든 쉽게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식객 입장에서는 그저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서순금류 복요리전문점 서울시 종로구 내수동 75 용비어천가 101호, 전화 02-735-5797,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은 쉰다. 복지리 1인분에 3만 2000원.



음식, 사진, 여행을 진지하게 좋아하는 문화 유목민. 마음이 담긴 음식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마케팅·리서치 전문가. 경영학 박사 @yeongs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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