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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의 중동 개입 확대 요구할지 관심

박근혜 대통령이 첫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5일 엿새 일정으로 방미 길에 오른다.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해외방문이자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양국 정상회담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박 대통령, 정상회담 위해 오늘 미국 방문

박 대통령의 빅카드는 8일 미 상·하원에서 영어로 하게 될 합동연설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한국어로 연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영어로 하면 대통령의 뜻이 직접 분명하게 전해질 수 있다. 미 의회에서 연설했던 역대 대통령 5명 가운데 3명이 영어로 연설한 점과 박 대통령이 영어 전달력(delivery)이 좋은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1998년 미 상·하원에서 영어로 연설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73세의 고령 탓에 미 의원들이 그의 영어를 알아듣기 어려워했다. 우리의 국회방송 격인 미국 C-SPAN 케이블 채널은 자막 처리를 해 그의 연설을 방송했다. 이런 전례를 의식해 정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2009년 미 스탠퍼드대에서 영어로 행한 연설 동영상을 다시 체크했다. 그 결과 영어 발음이 명확하고 전달력이 좋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상ㆍ하원 합동연설에 각별히 공들여
박 대통령 본인도 상·하원 합동연설을 방미의 하이라이트로 여겨 각별히 공을 들였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연설문 초안부터 최종안까지 직접 손을 보았고 낭독 연습도 여러번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방미 중간 기착지인 뉴욕·로스앤젤레스에서는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공식 연설을 생략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연설은 상·하원 합동연설 하나로 통일함으로써, 분명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뜻에서다. 박 대통령의 연설내용은 일급 보안에 붙여져 있다. 다만 미국의 6·25 참전과 경제발전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6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는 내용에다 자신의 통일·외교 구상인 ‘서울 프로세스’를 설명하는 내용이 더해질 것으로 전해졌다. 6·25에 참전한 할아버지에 이어 아들·손자까지 3대가 한국에서 근무한 미군 훅스가(家)의 사례 등을 들어 혈맹관계를 강조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모든 연설에는 감동과 흥미가 있어야 하는 만큼 박 대통령도 깜짝 스토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자신을 미 의회에 초청한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면담한 뒤 상·하원 의원들로 구성된 영접단의 영접을 받으며 의사당에 들어가 연설하게 된다. 영접단에는 6·25 때 장진호 전투를 치렀던 찰스 랭글 하원의원 등 참전용사 출신 의원 4명이 포함될 전망이다.

미국 의원들이 얼마나 참석할지, 박수는 몇차례 나올지도 관심거리다. 2011년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역대 최고 수준인 45번의 박수를 받았다고 당시 청와대 관계자가 밝혔다. 미 의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연설은 상·하원 회기 중 의원들이 워싱턴에 많이 머무르는 주중(수요일)에 행해지고 모처럼 등장한 여성 대통령이란 점, 개성공단 잠정 폐쇄로 한반도 정세가 관심을 모으는 상황이어서 출석률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하원은 각각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결의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방미는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동선이 짧고 일정이 간소한 편이다. 여성 대통령이란 점 때문이다. 정장 한 벌로 여러 행사를 커버할 수 있는 남성 대통령과 달리, 여성 대통령은 행사가 끝날 때마다 숙소로 돌아와 의상을 바꿔 입어야 한다. 그래선지 중복되는 일정을 합친 경우도 있다. 미 상원의 여성 의원들은 동북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 방미를 반기며 박 대통령과 조찬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는 박 대통령의 상·하원 연설 뒤 존 베이너 의장이 여는 간담회에서 여성 의원들과의 만남으로 대체됐다.

박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도 할 예정이다. 도널드 그레이엄 회장도 인터뷰 현장에 나올 계획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 대통령들이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우리 입장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되는 건 50%를 밑돈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동맹 60주년 만찬 파격적 행사 될 듯
이번 방미의 핵심은 7일 오전 백악관에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오찬, 기자회견이다. 한·미 양측이 밝힌 회담 의제는 4가지다. 한·미동맹 강화, 대북정책 공조, 양자간 실질 협력 확대, 동북아 및 범세계적 협력 방안이다. 그중 오바마의 관심사는 범세계적 협력이다. 구체적으론 시리아·이란 등 중동 문제에 대한 한국의 협조를 뜻한다고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2년을 넘긴 시리아 내전 사태는 정부군이 화학무기인 사린가스를 쓴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4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헤즈볼라 기지를 공습하면서 미 외교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지난 2일 시리아 시민군에 대해 이르면 수주 안에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을 밝혔다. 그래서 오바마는 박 대통령에게 시리아 시민군 지원에 동참해줄 것과 대이란 제재 참여 확대를 직·간접으로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이란산 석유 수입을 감축하는 등 제재에 동참해왔지만 이란이 핵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어 추가 행동을 바란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나눔과 배려의 동맹’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데 양국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이 시리아·이란 문제에 개입하면 경제적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이란·시리아와 북한의 핵·미사일 커넥션을 깰 수 있어 한국도 얻는 게 적지 않다. 또 한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더 책임 있는 역할을 할 때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 대통령의 관심사는 북한의 변화를 전제로 남북 신뢰 관계를 구축해 경제공동체까지 구성하겠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를 얻어내야 할 부분이다. 오바마도 대화로 북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엔 차이가 없어 원론 차원에서 지지를 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고, 중국의 협조를 얻어낼지에 대해선 박 대통령이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이 넘어야 할 허들은 ‘남핵’문제다. 워싱턴 정가는 한국에서 독자적인 핵무장 주장이 나오는 걸 우려해왔다. 그래서 한국이 개정을 원하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2년 유예했다. 이를 놓고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이나 의회 연설에서 ‘정면 돌파’를 꾀할 가능성이 있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 없는 세상’ 독트린을 지지하는 대신 평화적 핵 이용을 발전시켜나갈 것이란 뜻을 밝혀 미국 측 우려를 불식시키되 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회담 뒤 ‘한·미동맹 60주년 만찬’을 주최한다. 500여 명을 초청하는 대규모 연회다. 특히 6·25 참전용사와 60∼70년대 한국에서 활동한 평화봉사단원 150여 명을 초청객에 포함했다. 정부 관계자는 “과시적인 행사를 좋아하지 않는 박 대통령으로선 파격적인 자리”라며 “외국에 나가면 반드시 한국을 도운 사람들을 만나 감사를 전한다는 박 대통령의 좌우명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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