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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노출 쉬운 평지라 재배치 가능성 희박

개성공단 초기 모습. 공단 자리엔 북한 2군단 보병 부대의 막사만 있었고 실제 군사력은 오래전부터 개성 인근 산들의 북사면에 있다고 탈북자 출신 군관과 한국군 관계자는 말한다. [중앙포토]
비무장지대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지나 개성공단으로 이어지는 지형은 평탄하다. 지역을 관할하는 북한 2군단 6사단의 모습은 경계병을 제외하면 보기 어렵다. 진입로 옆 산기슭에서 방사포를 실은 군용 트럭들이 모습을 드러내던 금강산과는 다르다.

개성공단 폐쇄되면 北 무력거점 되나

2군단 군관 출신 탈북자 김학천(가명·52)씨는 “주요 군사력은 공단 서쪽과 북쪽의 산 뒤에 배치했고 공단까지는 철책 같은 방어시설만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사분계선(MDL) 북쪽 2~3㎞ 구간은 1만·6000·3000볼트의 3중 고압선이 차례로 가로지른다. 각 고압선 뒤론 폭 20m 모래밭~3m 높이 고압 전기 철망~날카로운 창이 꽂힌 2m 깊이 함정~밟으면 소리가 나는 마른 잡목을 깔아 놓은 녹지 저지물~교차 매설된 지뢰밭이 이어진다. 전방근무를 한 예비역 육군 장성은 “우리의 북침 의도가 없음에도 북한은 침략을 당할 것처럼 이런 시설물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김씨는 “공단이 있는 분지에도 원래부터 이렇다 할 군사시설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 예비역 장성도 “공단을 건설할 때 포병부대를 이동시켰다는데 실제론 북한군 보병부대 막사만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 공단 폐쇄 뒤 이곳이 새롭게 무장 군사지역이 될 것인가.

김씨와 한국군 관계자들은 모두 전환이 어려우며 그 이유로 ‘평탄한 지형’의 문제를 가장 크게 꼽는다. 김씨는 “북한군의 교리 자체가 벌판에 부대를 세우는 것을 금한다. 비행장을 제외한 군사시설은 평야에 절대 짓지 않는다”며 “중요한 군사시설은 모두 산의 북사면 기슭에 만든다”고 말했다. 예비역 장성들도 ‘움직임이 모두 남측에 노출되고 감지되는 벌판에 북한이 부대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민주당 백군기 의원도 “공단은 남북 완충지란 의미는 크지만 노출돼 있어 군사적 가치는 크지 않다. 군부대를 거기까지 재배치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단이 개전 초 공격루트 되진 않을 것”
북한은 6사단 전방지역의 군사력 배치를 완료해 공단 부지의 전략적 의미가 크지 않다는 이유도 거론된다. 김씨는 “공단은 남쪽으론 열려 있지만 서·북 방향의 산들은 그 자체가 폭탄이며 군사시설”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산속을 파내 갱도화한 뒤 폭탄·암모니아 같은 폭발성 물질을 대량으로 겹겹이 쌓아 놓았다. 남쪽에서 공격해 오면 이를 폭발시켜 대형 산사태로 저지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반 병사들이 굴을 뚫어 놓으면 밤에 특수부대가 비밀리에 폭약을 장착했다”며 “임진강변 북쪽에 접해 있는 산들은 모두 그렇게 돼 있어 폭발하면 산사태로 강을 메우고 남한 군대도 매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단을 둘러싼 산들의 북사면엔 10㎞ 간격으로 1·2선 지하시설이 있다. 20년 전 완공된 이 갱도들엔 장사정포·방사포들이 있다. 공단 뒤 개성 진입로에는 탱크 저지를 위해 76㎜ 직사포 6문, 82㎜ 비포(무반동포) 4문, 120·150㎜ 평곡사포 각각 8문 등으로 화망이 구성돼 있다고 한다.

이런 군사시설은 ‘전진 배치 사단과 관련된 교리’에 따라 건설돼 있다. 이에 따르면 사단들은 전쟁 시 6·25 때처럼 남하하지 않는다. 선제 포사격으로 공격군의 길을 확보한 뒤 최대 지하 400m까지 파놓은 갱도에 숨어 작전하며 전쟁 종료 때까지 현지를 사수한다. 북한 2군단 6사단의 이 같은 임무는 개성공단 존재와 관계없다는 것이다. 서부전선 상황에 정통한 한 예비역 장성은 “남북 모두 상호 대치하는 ‘접촉부대’의 임무는 공격군을 위한 통로 개척과 상대방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라며 “북한군의 이런 교리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공격부대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수도권 공격을 하는 부대는 20만 명 규모의 특수부대일 것”이라고 했다. 김씨와 예비역 장성들은 “여기에 2군단 뒤에 배치된 부대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후방부대는 815훈련소(기계화군단), 820훈련소(기갑군단), 620훈련소(포병군단) 등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의 육상 기동부대는 서해로 들어온 특수부대가 서울을 혼란에 빠뜨린 뒤 진입할 것”이라며 “개성공단이 전쟁 초부터 공격 루트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 군 구조를 바꾸는 데 따르는 어려움도 지적된다. 김씨는 “북한의 부대 배치는 주둔형이어서 재배치가 어렵다. 최근까지도 2군단 내 과거 동료들과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그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서부전선 상황에 정통한 예비역 장성도 “북한군 부대는 붙박이에 가깝다. 김정일 사망 전에 기계화 부대들이 약간 전진한 정도이며 변화가 없다”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개성공단 인근의 군사력 변화는 지금까지 큰 게 없다”고 말했다.

북한군 부대는 거의 붙박이 시스템
공단이 폐쇄돼도 북한이 ▶이곳에 2군단 주요 부대를 전진·재배치하거나 ▶공단 부지에 새로 군사력을 강화해 남측에 위협 강도를 높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공단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는 수도권을 노리는 장사정포나 방사포를 전진 배치시킬 가능성이다. 예비역 장성은 “공단 부지로 2군단이 장사정포대를 전진 배치하면 사거리를 3~4㎞ 정도 늘릴 수도 있다”며 “그러나 평지에 전진 배치하면 전력이 남한에 모두 노출되고 1차 타격 목표가 된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예비역 장군도 이에 동의하며 “이를 막으려면 땅굴을 파야 하는데 남한이 보는 앞에서 그렇게까지 하려 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 중요한 의미는 공단이 폐쇄되면 북한의 서부전선 남침로에 장애물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개성~문산 구간은 6·25전쟁 때 북한의 주요 남침로였다. 예비역 장성은 “공단이 없어지면 북한의 초기 작전이 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공격할 경우 남침 징후는 미리 파악되고 사전에 공단은 철수될 것이기 때문에 이런 가정은 의미가 없다. 다만 북한이 군사·전략적 고려와 관계없이 공단이 폐쇄될 경우 이곳에 무력을 ‘무조건’ 증강시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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