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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론투표, 여야 의원 절반이 거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장에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양도세를 감면해 주는 법안(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회부되자 두 명의 의원이 발언을 신청했다. 한 명은 새누리당 이종훈(분당갑) 의원, 또 한 명은 통합진보당 김재연(비례대표) 의원이었다. 이 의원이 “법안대로 하면 분당·일산의 중대형 평형 아파트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반대하자, 곧바로 김 의원이 마이크를 이어받아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는 게 당연하니 양도세 면제는 부적절하다”며 반론을 이어갔다. 두 의원은 본회의 표결에서 모두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이유는 달랐으나 새누리·통진당 의원이 한목소리를 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4개 쟁점법안 표결 분석하니 19대 국회 자율투표 새바람
당보다 지역구 더 신경 쓰고 '1인 지배 정당' 붕괴 영향도

 양도세 감면법안을 비롯해 생애 최초로 6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취득세를 감면해 주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정년 60세 연장법안, 기업이 납품단가를 이른바 후려칠 때 징벌적 배상을 하게 한 하도급법안 등 4개 법안은 이날 본회의의 핵심 쟁점이었다. 4개 법안은 여야의 조율과 합의를 거쳐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사실상 당론이기도 했다. 그러나 본지가 4개 법안에 대한 국회 표결을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과 민주당에서 본회의 재석 의원 236명 중 절반을 넘는 124명이 최소 한 차례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했다.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당론과 소신이 다를 때 ‘반란표’를 던지거나 기권이란 우회로를 택해 당론에 따르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하도급법안은 새누리당에서, 양도세감면법안은 민주당에서 절반에 가깝게 당론과 다른 표결이 이뤄지는 등 사실상 ‘자유투표’가 진행됐다.



 반면 이날 함께 처리된 약관규제법 개정안(재석 224명, 찬성 224명),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개정안(재석 223명, 찬성 221명), 자원 절약·재활용 촉진 개정안(재석 225명, 찬성 225명) 등은 대부분 만장일치로 처리됐다.



쟁점 법안들에 대해선 의원들이 뚜렷하게 소신투표에 나선 반면 비쟁점 법안들은 쉽게 찬성표를 던졌음을 보여준다. 취득세감면법안·양도세감면법안에 모두 반대한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역대 정부에서 경기부양책으로 세금 감면 정책을 펼쳤지만 경기 자체가 침체된 상황에선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며 “다른 법안은 당의 입장을 따랐지만 두 법안에 대해선 소신에 따라 투표했다”고 밝혔다.



 소신투표 성향의 강화는 당 지도부가 당론으로 소속 의원들을 규율하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아예 당론 자체를 부정적으로 대하는 것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통적인 기류다. 국회 정치쇄신특위의 새누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입법권을 당론으로 강제하면 국회의원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아주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99%는 자유 투표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3김 시대 이후 박근혜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강한 카리스마’의 1인이 이끌던 정당구조가 사실상 붕괴되면서 이런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이후의 리더십이 확고하지 못한 상황이며, 민주당은 지도부 교체를 위한 5·4 전당대회가 임박해 있어 여야 모두 ‘군기반장’이 없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투표로 의원들이 어떤 표결을 했는지가 실명·실시간으로 공개되면서 의원들의 투표 성향도 당론보다는 지역의 이해를 더 중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대형 아파트가 많은 분당갑 지역구의 이종훈 의원이 당론과 다르게 투표한 것이나 민주당 양승조(충남 천안갑) 의원이 지방세인 취득세감면법안에 대해 “지자체의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반대표를 던진 걸 예로 들 수 있다.



 의원들의 자율성 확대란 점에선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현출 국회 입법조사처 심의관은 “미국 의회에선 당론과 관계없이 소신에 따라 투표하는 크로스보팅(cross voting)이 일상적”이라며 “소신 투표가 당론에 의한 여야 대치를 완화하는 쪽으로 기여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채병건·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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