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푸틴 3기 '차르 본색' … 옛 소련 향수 자극 잇단 이벤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힘 있는 러시아’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동안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떨어졌던 러시아가 지난해 5월 3기 푸틴 정권 출범과 함께 다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국내적으로도 푸틴은 화려했던 옛 소련 전성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정책들을 속속 부활시키고 있다. 모스크바의 일부 중산층에서 “푸틴이 ‘21세기 차르’가 되려 한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스탈린 상징 노동영웅 훈장 되살려



 1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콘스탄티놉스키궁에선 ‘노동영웅’ 훈장 수여식이 열렸다. 푸틴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장인 세계적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를 비롯한 5명에게 ‘노동영웅’ 칭호와 함께 상장·메달을 수여했다. 노동영웅 칭호는 스탈린이 1927년 제정한 것으로, 스탈린 자신이 첫 수상자였다. 훈장은 1991년 개혁·개방과 함께 사라졌다가 지난 3월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다시 제정됐다. 러시아 정부는 매년 노동절에 이 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현지 TV는 옛 소련 당국이 수여한 ‘사회주의 노동영웅’ 메달을 본뜬 금빛 별 모양의 메달을 받은 수상자들의 약력을 상세히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수상자들에게 “자신들의 노고를 통해 조국에 영광을 가져다 줬다”고 치하하며 “노동영웅 메달이 시대와 세대 간 굳건한 결속 및 전통의 계승을 복원하는 또 하나의 디딤돌이 됐다”고 밝혔다. 옛 소련 시대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레닌 고향에 소비에트박물관 짓기로



 옛 소련의 추억을 자극하는 푸틴의 정치 행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노동영웅 시상식 후 소비에트연방공화국(USSR)박물관 건립계획을 발표했다. 박물관은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900㎞ 떨어진 울리야놉스크에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세워진다. 울리야놉스크는 레닌이 태어난 지역이며, 2022년은 옛 소련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다.



푸틴은 지난해 12월 붉은광장에 영구보존 처리된 레닌의 시신을 매장해야 한다는 여론에 맞서 “레닌 묘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고집했다. “(동방정교회의 발상지인) 그리스 아토스산 등에 가보면 성자들의 유골이 그대로 모셔져 있다”며 “공산주의자들은 이런 전통을 인용해 시대의 요구에 맞게 변형시킨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로이터통신은 “푸틴 대통령은 공산당 시대에 대한 향수를 가진 나이 든 유권자 계층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종종 선동적인 ‘옛 소련 테마’를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커진 외교력 … 중·일 이어 케리도 곧 방문



 푸틴이 자칫 공산독재 시대의 망령을 떠올릴 수 있는 정책들을 펼칠 수 있는 힘은 강력한 부패척결 의지가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의원과 공직자들에게 3개월 내에 외국 은행계좌를 말소토록 하는 등 고위층 부패 척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키프로스 사태를 계기로 공직사회에 만연한 비리자금의 해외 유출을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푸틴은 2011년 대선을 기점으로 러시아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자 지지율 회복을 위해 대대적인 반부패 정책을 선거공약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엔 1억 달러 규모의 부패 혐의에 연루된 세르두코프 전 국방장관 해임했 다.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의 니콜라이 페트로프 연구원은 “서유럽 국가들이 재정문제에 허덕이는 동안 푸틴 대통령은 교묘하게 이득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잡한 외교 관계 속에서 푸틴의 외교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경쟁적으로 뻗치는 구애의 손길에 미국까지 합류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3월)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4월)가 러시아를 방문한 데 이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5월)의 방문도 계획돼 있다. 국가주석 취임 후 첫 방문지로 러시아를 선택한 시 주석은 서방사회의 ‘중국 포위’에 러시아와 함께 대항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내놨다. 아베 일본 총리도 쿠릴 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둘러싼 러·일 갈등은 뒤로 미룬 채 경제·군사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을 견제할 외교 관계를 러시아와 구축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러시아는 이번 기회에 일본과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재개할 방침이다. 중국과 일본을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의 고정 고객으로 확보해 놓는 이득도 챙겼다



 미국의 입장도 달라졌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보스턴 테러사건을 계기로 러시아의 이슬람 과격단체들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등 외교적으로 한층 가까워졌다. 과거 북한 문제를 비롯한 국제 문제에서 발언권이 약화됐던 러시아가 최근 시리아 사태와 보스턴 테러 등을 계기로 외교무대에서 존재감이 커진 것이다.



중산층선 장기집권·독재 우려 목소리



 이처럼 국내외에서 과시하는 푸틴의 힘이 커질수록 국내적인 우려도 커진다. 현재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를 넘는다. 하지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당수로 있는 집권당인 ‘통합러시아’의 지지율은 30%에 불과하다. 푸틴의 장기 집권과 독재를 우려하는 반정부 중산층의 불안이 작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통합러시아와 거리를 두고 ‘초당파 지도자’ ‘국부’ 이미지를 앞세우고 있다.



박소영·전영선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