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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세계 19위 제약사로 … 다이이찌산쿄, 처방은 M&A

일본 정부는 2000년 약제비를 전체 의료비의 30%에서 20% 이내로 확 끌어내리는 정책을 전격 내놨다.



한국과 닮은꼴, 일본 제약업 위기서 배운다

 장기 불황 탓에 재정이 바닥나는 위기를 조금이라도 미루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일본 제약업계는 재앙과 다름없었다. 온실 속에서 호가호위하던 대다수 현지 제약사들의 매출은 일제히 추락했고, 특히 신약 개발보다 영업에 치중하던 중소 제약사들은 하나 둘 쓰러졌다.



 이후 일본 제약사들은 결사적으로 생존책을 찾았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해법은 제약업체끼리 서로 몸을 합치는 일이었다. 2005년 다이이찌제약과 산쿄가 합병해 새 출발한 다이이찌산쿄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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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의약품 수입 의존하다 위기



아카하네 R&D 총괄
 이 회사는 고혈압 치료제 올메사탄과 고지혈증 치료제 메바로틴을 앞세워 지난해 전 세계에서 109억5000만 달러(약 1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본 내 3위, 세계 19위 제약사다. 한국다이이찌산쿄의 김대중 사장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조선 등에 비해 유독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국의 제약사들이 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이이찌제약과 산쿄 모두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대부분의 일본 제약사처럼 도쿄의 옛 도심인 니혼바시에 본사를 두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과학자들이 설립하고 오너 최고경영자가 없는 제약사라는 공통점도 있었다. 산쿄는 소화효소와 비타민B1으로 매출을 올렸고, 다이이찌제약은 항균제로 성장했다. 일본 제약사들은 1960~70년대 미국과 유럽의 의약품 수입에 신약을 의존하다가 76년 물질특허 제도가 도입되면서 신약 개발의 필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 약제비 지출 제한 정책은 신약 개발과 글로벌 제약사 등장의 필요성을 더욱 재촉했다.



덩치 키워 신약 개발 R&D 비용 조달



 특히 통상 1조원 이상 들어가는 신약 개발 연구비를 조달하기 위해선 합병회사들의 ‘덩치’가 관건이었다. 그래서 대형 제약사들의 기업 인수합병(M&A)이 잇따랐다. 95년 일본에서만 1500개에 달하던 제약사 수가 이합집산을 통해 2007년 380개로 급감했다. 그중 하나가 다이이찌산쿄다.



 2005년 9월 29일 두 회사의 합병이 전격 발표됐다. 우선 다이이찌제약과 산쿄가 지주회사를 만들어 통합 작업에 들어갔다. 다이이찌산쿄의 히로카와 가즈노리(경영 전략 총괄책임자) 박사는 그러나 “통합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속출해 2007년 4월에야 통합이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통합으로 매출 규모가 커지면서 연구개발에 가속이 붙었다. 지난해 찌다이이산쿄는 2조4000억원을 연구비에 투입했다. 전체 매출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히로카와 박사는 “이 정도 연구비가 들어가다 보니 개발 도중에 실패하는 프로젝트가 나오더라도 충격이 덜하다”고 덧붙였다.



 다이이찌산쿄는 2008년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복제약 시장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인도의 란박시를 5000억 엔(5조6000억원)을 주고 인수한 것이다. 인수 당시 빚을 지지 않고 보유하고 있던 현금으로 5000억 엔을 인수대금으로 지급해 화제가 됐다.



 히로카와 박사는 “신흥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값비싼 신약보다는 복제약과 란박시가 갖고 있는 판매망이 필요했다”며 “선진국 시장에서는 순환기 계통 질병을 치료하는 혁신 신약으로, 신흥국에서는 란박시의 복제약으로 공략하는 투 트랙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신흥국엔 복제약, 선진국엔 신약 수출



 히로카와 박사는 이를 두고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불렀다. 특히 일본의 경우 평균 수명이 늘어나 초고령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값싼 복제약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정부시책과도 맞물리면서 란박시 인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도쿄 외곽의 시나가와에 위치한 다이이찌산쿄 연구개발(R&D)센터는 올메사탄의 특허가 만료하는 2016년 이후를 대비한 연구가 한창이었다. 매년 3조원 가까이 매출을 올려주는 올메사탄의 특허가 끝나면 매출에 상당한 충격을 주기 때문에 그 후속제품 개발에 열심이었다.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아카하네 고우이치 박사는 “2011년에 인수한 미국의 플레시콘을 비롯해 2008년 인수한 독일의 U3파마, 인도의 란박시 등에 위치한 연구소 조직이 매트릭스 구조를 갖추고 24시간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R&D 방식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고수했다. 대학 연구실과 벤처기업 등 협업이 가능한 모든 R&D 네트워크에 문을 열어놓고 있다. 아카하네 박사는 “진단에 관련된 R&D를 확충해 개인 맞춤형 항암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환자 수가 적더라도 고부가가치가 가능한 항암제를 개발하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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