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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농업이 식물산업 안 되려면

성진근
충북대 명예교수
한강변의 기적을 일궈냈던 한국 경제의 성장판이 단단히 고장 났다. 2010년 이후 2012년까지 국내총소득(GNI)은 겨우 2% 성장했다. 올해도 저성장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경기둔화로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실업 인구는 늘어가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일자리 대란의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농림어업 분야의 성장 위축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농림어업 국내총생산(GDP)은 2010년 -4.4%, 2011년 -2.0%에 이어 2012년에는 -1.0%로 3년째 내리막길이다. 내수시장 지향적인 국내농업이 소비 위축과 값싼 해외 농산물 공세에 밀려 불에 탄 소가죽처럼 쪼그라들고 있는 형국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농업 부문의 지상과제다. 이를 위해 국내 농산물의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개척할 수밖에 없다. 농업 분야의 새 시장은 국내외 친환경·고품질 농산품이다. 토지와 노동집약적인 전통적인 농법에서 자본과 기술집약적인 경영체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고품질과 고효율을 실현할 수 없고, 새로운 시장 개척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기업(동부팜한농)의 농업 진출(화옹 간척지의 유리온실 토마토 생산) 문제는 농업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나서서라도 슬기롭게 풀어야 할 과제다. 토마토 생산 농가는 쪼그라들고 있는 골목상권(내수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기업 측은 생산량의 90% 이상을 수출할 것이므로 큰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지만 농가들은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발했고, 결국 기업은 사업 완전철수를 선언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화옹 간척지보다 규모가 큰 영산강과 새만금 간척지에서도 대기업의 힘을 동원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대기업의 힘은 농업 부문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자본과 경영 능력, 특히 마케팅 능력이다. 농업 외부의 참여를 거부하면서 농업 부문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추기는 어렵다. 전체 농가의 42%를 차지하는 영세 소농(경작 면적 0.5ha 미만)은 총소득 중 농업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7.7%(가구당 210만원)에 불과하다. 현재의 농업소득을 두 배로 올려주는 것보다 농업 부문 일자리 확대가 대부분의 농가에 더욱 절실한 문제인 셈이다. 그러므로 농민과 대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사업모형을 이 기회에 만들어내야 한다.



 동부팜한농은 생산된 토마토를 전량 수출하고, 수출이 어려운 상품은 가공품으로 만들어 활용할 수 있다. 토마토 주요 출하기(6~7월)에 폭락하는 국내 가격을 지지하기 위해 일정량을 수매해 가공품을 만들어 내수와 수출용으로 돌려야 한다. 대부분의 토마토 가공품은 수입품으로 충당되고 있기 때문에 수입 대체를 통한 외화 절약 효과도 적지 않다. 농가는 계약재배와 수출용 농장에 취업해 소득을 늘릴 수 있다. 이게 바로 수출형 농산물 사업 모형이다. 대기업의 축적된 자본과 경영 노하우를 농업 내부로 끌어들여 쇠잔해진 성장판을 고쳐내지 못한다면 농업은 국민 세금인 보조금으로 겨우 연명해가는 ‘식물산업’의 길을 밟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성진근 충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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