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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라면 상무' vs 고객은 왕

장정훈
경제부문 기자
“이거, 바꿔줘!” 블랙 컨슈머(Black Consu mer)를 희화화한 개그콘서트의 ‘정 여사’가 점원에게 생떼를 쓰면서 내뱉는 말이다. 그러면 가게를 지키던 판매원은 정 여사 앞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장황하게 반품해 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하지만 결론은 항상 정 여사의 ‘승리’로 끝난다. 최근 우리 사회를 흔든 이른바 ‘라면 상무’와 ‘빵 회장’ 사건을 보면서 정 여사가 떠올랐다. 정 여사는 차라리 애교나 있지 라면 상무나 빵 회장처럼 막말과 심지어 폭력까지 서슴지 않는 고객을 만난 이른바 감정노동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한 항공사 여승무원은 “다짜고짜 큰소리부터 치는 승객이 있으면 머릿속이 노래진다. 하지만 어떻게든 고객의 목소리부터 낮춰야 한다는 생각부터 한다”고 말했다.



 이유가 뭘까. “그 고객이 목소리를 낮추지 않으면 회사는 무조건 내 잘못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승무원뿐 아니라 전화상담원, 백화점 판매원 등이 모두 비슷한 처지다. 이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고객이 왕이란 걸 인정한다. 그렇지만 회사가 합당한 요구를 하는 왕과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왕은 좀 구별해 대응했으면 좋겠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비스 기업들은 모든 고객의 대응과 책임을 현장 감정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통업계 A기업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이 회사는 최근 ‘블랙 컨슈머 대응법’이란 매뉴얼을 만들었다. 심하게 격분했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한테는 제3 자를 내세우고, 매장에 직접 찾아온 고객은 상담실로 안내하고, 상담실에서도 계속 화를 내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게 음료 등을 제공해라, 같은 조직적인 대응법이 담겨 있다. A기업의 직원들은 “매뉴얼을 실행에 옮긴 뒤부터 스트레스 강도가 훨씬 낮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후 A기업에선 불만 고객을 대응하는 직원들 표정이 밝아졌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 역시 줄었다고 한다. 더 많은 회사가 A기업처럼 불만 고객에게 체계적으로 대응할 매뉴얼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 왕처럼 대접받는 고객이 되려면 왕다워야 한다는 거다.



장정훈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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