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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거부하는 아내, 업무 지장 준다며 따로 자는 남편 "외로워요"

Q 전 50대 초반의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江南通新에 실린 스트레스 클리닉 칼럼을 읽고 용기를 내 상담 e메일을 보냅니다. 몇 년 전부터 부부관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내는 종교적인 이유를 내세우지만 사실은 육체 관계를 원치 않는 것 같습니다. 불법으로 돈 주고 해결할 수도, 그렇다고 성직자처럼 포기하고 살 수도 없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냥 참고 살자니 병이 생길 것 같습니다. 아내가 정당한 사유 없이 부부관계를 거절하면 이혼 사유가 되는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혼하기는 싫은 게 솔직한 제 심정입니다. 정말 답답합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배우자의 각방 고집에 고민하는 남과 여



A 남편과 각방을 쓰고 있습니다. 신혼 열 달만 한 방에서 지냈습니다. 첫 아이 출산 뒤 남편은 편하게 잠자기가 어려워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이 있으니 각방을 쓰자고 제안하더라고요. 저는 전업주부인지라 남편을 힘들게 하기 싫어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수유가 끝나면 같이 자자고 하더니 이후부터 줄곧 각방 생활입니다. 그냥 한 공간에서 잠만 자는 게 그렇게 힘든 요구인가요. 각방을 쓰려면 뭐 하러 결혼했나 싶습니다. 정말 외롭습니다. 제가 아무리 외롭다고 말해도 남편은 그냥 혼자 잡니다. 혼자 편하게 자서 다음 날 편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도 합니다. 결혼을 했는데 남편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니, 저는 어쩌면 좋을까요. (나이를 밝혀오지 않은 여성독자)



부부는 세상에서 제일 가까우면서도 먼 사이입니다. 서로 열렬히 사랑하고 평생을 서로 위로해 주고자 결혼해서 한 가족을 이뤘는데, 열심히 앞만 보고 살다 보니 어느 순간 한 남자와 한 여자로는 영 어색한 관계가 돼 버렸다는 걸 발견합니다. 서로 보듬어주는 ‘남녀로서의 부부’가 아니라, 생존의 기본 단위인 가정을 유지하는 ‘엄마아빠 동호회’로 정체성이 바뀌어 버린 듯합니다.



 잉꼬 부부가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행복한 부부가 많지 않습니다. 이유는 남자와 여자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섹스에 대한 반응도 너무나 다릅니다. 얼마 전 클리닉을 찾았던 한 부부 얘기를 한번 해볼까요.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찾아왔는데, 조금 이야기를 해보니 결국 성(性) 문제에서 모든 갈등이 시작되었더군요. 남편은 자신의 요구를 거절하는 부인에게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고 그럴 때마다 불만은 더 쌓여만 갔습니다. 좌절과 분노감이 섞이다 보니 같은 말도 밉게 튀어나온다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아내는 말다툼 후 금방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편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대로 된 인격체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결혼마저 후회된다고 했습니다. 갈등이 깊어져 이들 부부는 벌써 1년 이상 관계를 안 한 상태였습니다. 대화는 서로를 상처 주는 내용으로 흐르는 상황이었고요.



 남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섹스에 대한 충동이 증가합니다. 부부 갈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정이 격해지면 그 해결책으로 부부 관계를 해서 한번에 스트레스를 풀려는 본능이 작동합니다. 이건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현상학적 특징입니다. 남자에겐 전투력이 본능의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뭔가를 강하게 소유하고 쟁취할 때 마음의 불안이 사라지고 이완이 찾아온다는 얘기입니다. 섹스 자체가 스트레스를 낮추는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거죠. 반면 여성에게 섹스는 결과물입니다. 상대방과 따뜻한 감성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그 결과 상대방이 나를 귀하게 여긴다고 생각할 때 몸이 반응합니다. 여성은 감성적 공감이 우선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잘생기고 몸 좋은 남자가 카사노바일 것 같지만 현실은 좀 다릅니다. 못생겨도 여자의 감성 시스템으로 잘 침투하는, 다시 말해 여자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주는 남자가 여자의 마음과 몸을 모두 가지게 됩니다. 잘생긴 남성분들, 잘 이해가 안 가시죠. 그래서 늘 저 자식은 얼굴은 못생겨도 물건이 큰가, 생각합니다. 사실은 마음 테크닉이 좋은 것이죠.



 상담해온 두 분 중 남성 독자의 사연은 성적 요구를 해결하지 못하는 게 주된 고민입니다. 반면 여성 독자는 섹스 자체보다 외로운 게 괴롭습니다. ‘그냥 한 방에서 잠만 자는 게 그렇게 힘든 요구인가’라는 의문이 이런 감정을 잘 드러냅니다. 웃기지만 남자에게 그냥 한 방에서 잠만 자는 것, 아주 힘든 요구입니다. 추측건대 이 여성 독자분은 아마 아이 양육에 집중하다 남편의 요구를 거절한 적이 있을 겁니다. 남자는 이런 거절에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또 무시당했다는 기분, 세상에서 작은 남자가 돼버린 비참함을 느낍니다. 분노와 합리적 대안이 결합한 결과가 각방으로 나타난 겁니다.



 사연 주신 남성 분은 아직 각방을 쓰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힘들어 합니다. 성적 욕구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혼할 생각이 없으니 좋은 남자란 생각이 드네요. 성적 욕구를 느끼는 건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는 신호입니다. 문제가 있는 게 전혀 아니죠. 그러나 아내 입장에선 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과거 남편의 공격적인 성적 행동에 놀랐을 수 있습니다. 자기 방어적이고 섬세한 여성이라면 꼭 변태적인 행위가 아니더라도 공격당한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좋지 않은 기억이 부부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킨다고 보여집니다.



 남녀의 심리 반응이 이렇게 달라진 게 서로를 보살피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수렵 시절 남성이 사냥을 나가면 여성은 마을과 자녀를 지켜야 했습니다. 힘이 약했기에 서로 똘똘 뭉쳐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감 능력이 뛰어나게 되고 정서적 네트워킹에 대한 집착이 강렬하게 됐습니다. 반면 남자는 남보다 앞서야 했기에 등수에 민감해졌습니다. 사냥을 나가 많은 짐승을 잡아야 했으니까요. 사슴이 불쌍하다고 잡지 않으면 내 아내와 자식이 굶으니 독하게 죽여야 했습니다. 전투력을 최대로 키워야 했지요. 전투력과 공감 능력은 공존할 수 없습니다. 뒷담화를 늘어놓다가도 다음 날 같이 그 친구와 쇼핑을 가는 아내의 행동, 남편 입장에선 이해가 안 됩니다. 남자는 누가 내 뒷담화를 하는 걸 알면 언제고 복수할 생각을 하고는 관계를 아예 끊어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들면 친구 하나 없이 외로워집니다. 반면 여자들은 싸우면서도 오래오래 친구로 잘 지냅니다.



 부부 관계라는 것이 서로 다른 걸 인정하고 맞추어 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각기 생존과 자녀양육에만 집중해 앞만 보고 살다 보면 옆에 있는 인생 파트너가 너무나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앞이 아닌 옆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합니다. 아빠, 엄마가 아닌 남자와 여자로서 말이죠. 애들 이야기는 하지 말고 영화를 봤으면 영화에 대한 서로의 반응과 느낌, 음식을 같이 먹었으면 음식 얘기만 나누면 어떨까요. 쑥스럽다고요. 인생 별거 없습니다. 이런 소소한 것들에서 재미를 느껴야 백수를 바라보는 긴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습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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