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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시티 사업 ‘3900억 몰빵펀드’ 소송 터졌다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신탁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이 판매사인 우리은행을 상대로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파이시티 사업은 경영진의 횡령과 인허가 과정에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가 드러나는 등 파행을 겪다 2011년 말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고수익 원리금 보장" 권유
우리은행 등이 상품 판매
투자금 2억 날린 6명이 제소
피해 수천 명 줄소송 가능성

 김모(64)씨 등 신탁상품 투자자 6명은 1일 우리은행과 하나UBS자산운용, 신한은행 등을 상대로 2억200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번 소송 규모는 크지 않지만 손해배상 판결이 날 경우 수천억원대 소송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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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씨 등이 가입한 상품은 2007년 7월 우리은행이 지점을 통해 집중 판매한 특정금전신탁이다. 특정금전신탁이란 고객이 돈을 맡길 때 특정 기업의 주식이나 회사채·어음 등을 사달라고 지정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금융사가 먼저 투자처와 규모를 정한 뒤 그에 동의하는 고객의 자금을 받아 투자하는 게 관행이다. 김씨 등은 소장에서 “우리은행이 연 8%의 이자를 지급하는 안전한 예금상품이 있으니 가입하라고 권유했으나 만기(2009년 2월)에 이자는커녕 원금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 심보문 변호사는 “원고 대부분이 우리은행 직원 말에 따라 예금인 줄 알고 돈을 맡겼다”며 “투자처가 파이시티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고, 일부는 가입신청서가 뒤늦게 작성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정금전신탁은 예금과 달리 운용 성과에 따라 배당금이 지급되며 예금자 보호도 받지 못한다. 이 상품의 만기는 2015년으로 연장된 상태다.



 우리은행은 당시 1500여 명에게 1900억원 규모의 신탁상품을 팔았다. 이 돈은 모두 하나UBS운용이 운용하는 펀드로 들어갔다. 이밖에 D증권의 특정금전신탁에서 900억원, 일반 펀드투자자들의 자금 1100억원이 펀드에 투자됐다. 하나UBS는 이렇게 모은 3900억원을 다른 금융사가 파이시티에 빌려준 대출채권을 되사주는 데 썼다. 사실상 펀드 투자자들의 돈을 파이시티에 투자해 금융사 대출금을 대신 갚아준 셈이다.



 문제는 우리은행이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파이시티 사업에 돈을 댄 금융사들이 결성한 대주단의 주관 은행이었다는 점이다. 이 상품을 판매할 당시 이미 파이시티는 심각한 부실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정배(56·구속 중) 전 파이시티 대표가 갚을 능력도 없는 회사들에 마구 돈을 빌려주거나 지급보증을 서줬기 때문이다. 이씨가 파이시티 인허가를 따낸다며 최시중 전 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에게 수억원을 건넨 것도 이 무렵이다.



 본지가 입수한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개시전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권 등을 통해 마련된 자금 1조1200억원의 40%에 이르는 4400억원이 영수증 등 증빙서류 없이 부적절하게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법원은 경영권 유지를 강력하게 원했던 이씨 대신 다른 법정관리인을 선임했다. 법정관리인은 곧바로 이씨를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지난해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대검 중수부는 이씨의 진술을 토대로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을 구속기소했을 뿐 이씨에 대해선 사법처리를 하지 않았다. 이씨는 다른 횡령사건으로 고발돼 재판을 받다 올 2월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원고들은 “우리은행이 이런 부실을 알고도 이를 숨긴 채 신탁상품을 팔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사업이 정상화되면 담보 채권자는 95%, 무담보 채권자는 35%를 돌려받기로 돼 있다. 하나UBS가 투자한 펀드 자금 3900억원은 모두 무담보 채권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돌려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실사 결과 회수 불가능한 돈이 엄청나게 늘었고 이를 고려해 M&A가 이뤄지는 만큼 무담보 채권자 몫은 훨씬 쪼그라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지금 당장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파이시티 프로젝트=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터에 지하 6층, 지상 35층의 복합유통센터를 짓는 프로젝트. 사업비 2조4000억원의 국내 최대 규모 복합유통단지 사업이지만 자금난으로 2011년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경영진이 인허가 과정에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에게 수억원대의 뇌물을 뿌린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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