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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책 복사 권하는 사회 ?

강갑생
JTBC 사회 1부장
“책을 맘대로 복사토록 하자는 얘기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얼마 전 만난 출판업계 관계자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인터넷에서 봤다는 한 일간지 기사 때문이라고 했다. 엄격한 저작권 규정 때문에 대학생들이 비싼 교재를 복사해 쓰지 못하고 직접 사느라 힘들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였다. 대학가 복사가게도 덩달아 영업 부진에 시달린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그는 “기사도 기사지만 책을 좀 복사해서 쓰면 어떠냐는 댓글이 많은 데 더 놀랐다”고 했다.



 궁금했다. 확인해보니 한 포털에서만 해당 기사에 700개가 넘는 댓글이 붙었다. 두 가지 의견이 팽팽했다. 한쪽은 “커피값, 술값, 휴대전화 통신비 아끼면 책 충분히 사고도 남는다” “공부한다면서 책도 안 사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편은 “책값이 너무 비싸다” “교수들이 수업에 별로 쓰지도 않으면서 자기가 쓴 책을 사라고 한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한 달여 전 마광수 연세대 교수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란과 상당 부분 오버랩됐다. 당시 마 교수는 교양수업 수강생들에게 자신이 쓴 교재를 사지 않으면 학점을 주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리포트를 제출할 때 책 두 권을 구입한 영수증을 반드시 첨부토록 했다. 그러자 일부 학생이 “사실상 강매”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마 교수는 “요즘 학생들이 영화 보고 커피 마시는 건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책 사는 것은 억울해한다”고 반박했다.



 대학교재 복사를 둘러싼 이 같은 갈등과 논란이 요즘 더 많이 불거지는 것 같다. 그만큼 저작권 침해에 대한 감시가 강화됐고 단속도 잦아졌다. 저작권이란 개념에 무지해 대놓고 책 한 권을 통째로 제본하던 시대는 지났다. 그게 세계적 추세고 국내 흐름이기도 하다.



 물론 이 틈바구니에서 학생들의 부담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비싼 등록금에 갈수록 오르는 물가가 힘겹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작권 침해라는 불법이 용인될 순 없다. TV나 영화를 보면 영화 불법 다운로드를 추방하자는 공익광고를 자주 접하게 된다. 책 제본이나 영화 불법 다운로드나 별반 다르지 않다. 출판업계, 영화업계에 주는 피해가 막대하다. 특히 도서 판매량이 갈수록 주는 탓에 출판업계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는 새삼스럽지도 않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다. “교수들이 자신이 쓴 책을 강매한다”는 불만 말이다. 책 복사와 관련한 댓글 중 상당수가 이런 내용이다. “수업 시간에 20%도 소화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책을 사라고 한다” “거의 바뀐 것도 없는데 개정판을 구입하라고 한다”는 글도 일맥상통한다. 사실 이건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오래 전부터 관행처럼 이어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달라진 흐름 속에서 이런 불합리한 모습은 사라져야 한다. 당사자들도 스스로 불신을 초래한 건 아닌지 돌아보고 바꿔야 한다. 그게 책 복사를 권하는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한 방법일 듯싶다.



강갑생 JTBC 사회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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