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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어설픈 타협'에서 '공세적 저항'으로?

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
한 시기의 특징적인 현상인가, 아니면 우연히 맞닥뜨린 불운인가. 박근혜정부가 출범과 더불어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 면에서도 어려운 곤경에 처하고 있다. 우선 ‘한국경제가 성장한계에 도달했다’는 맥킨지 보고서가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갈 길 바쁜 우리 경제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다. 그런데 외교안보는 더욱 암울해 보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말처럼 ‘잔인한 4월’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우리의 기존 상식과 행동양식을 뛰어넘는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막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의 막가는 역사인식이 우리의 곤경을 가중시키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고민이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우선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부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정부가 바뀌면 경제든, 외교안보든 극적인 행운의 반전을 기대하는 심리가 국민들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교안보에서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란 쉽지 않다. 상대 국가들이 호응해 주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바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두 개의 양립하기 힘든 정책, 즉 강경대응과 유연대응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 결정은 어떠해야 할까. 국제정치학의 태두 한스 모르겐타우 교수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프랑스의 정치학자 레몽 아롱의 충고를 해법으로 소개하고 있다. 케네디 대통령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던 아롱 교수. 그는 르피가로지(紙)를 통해 케네디의 쿠바 정책을 비판하는 공개서한을 띄웠다. 그의 눈에 비친 케네디 정책의 문제점은 강경과 유연의 ‘어설픈 타협’이었다. 흑과 백의 선택에 직면해 ‘회색’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강경의 화신인 처칠인지, 유화의 화신인 체임벌린인지, 그 정체를 소련도 미국 국민도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아롱의 메시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된 듯한 느낌이다. 박 대통령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확고한 원칙을 강조하는 강경입장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스타일이나 방법 면에서 보면 반드시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유연한 노선을 결코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철의 여인’을 연상시키고, 또 어떻게 보면 ‘연약한’ 여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 때문에 케네디와 같이 ‘어설픈 타협’으로 기울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없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박 대통령이 어설픈 방어적 타협에서 ‘공세적 저항’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 취소에 이어 ‘개성공단 철수령’이라는 최초의 강경조치를 들고 나왔다. 더 이상 어설픈 타협에 연연하지 않고 확고한 원칙을 관철하겠다는 신호처럼 보인다.



 이제 관심은 이 공세적 저항이 어떤 형태로, 어디까지 전개될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여기서 박 대통령의 고민을 깊게 하는 것은 국민 여론의 향배다. 지금 여론은 박 대통령에게 화해와 공세 사이의 ‘방어적인 타협’을 바라고 있는 것처럼 나타나고 있다. 갤럽 조사에 의하면 국민들의 대북 비관론과 대북 낙관론은 팽팽하다. 북핵 위협에 맞서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여론이 67%로 상승한 반면 ‘북한이 도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도 67%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루비콘강을 건넜다. 강물이 얼마나 깊은지, 또 물살이 얼마나 험난한지, 그리고 강 건너편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 채 강을 건넌 것이다.



 이제 남북관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흑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그 때문에 강경조치에 대해 이해보다는 비판의 움직임이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선을 바라다가 피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강경조치는 성공하지 못할 경우 파국적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또 성공한다 하더라도 박 대통령의 브랜드 개념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그동안 우리가 빠져 있던 ‘편의적인 어설픈 타협’에 종지부를 찍는 듯하다. 하지만 이 종지부로 과연 남북관계를 우리의 이익 틀에 끼워 맞추어 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앞으로 어떤 해법을 들고 나올지 초미의 관심사다. 동맹인 미국과 결속을 도모하는 한편 중국으로부터 그 해법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박 대통령의 정상회담 행보에 내외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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