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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베르디와 함께하는 밤'

조수미
소프라노 조수미만큼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진 성악가는 없다.



스타 조수미, 성악가 조수미

 4월의 마지막 날,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을 앞두고 펼쳐진 객석 풍경부터 살펴보자. 군것질거리를 꺼내 들고 우물거리는 사람들, 뛰고 울어대는 아이들 등등 클래식 공연장 문법에 익숙하지 못한 관객들이 유독 많았다. 다 조수미라는 이름 석 자 때문이리라. 무대는 ‘베르디와 함께하는 밤(A night with Verdi)’이었지만 그들이 만나러 온 것은 베르디가 아닌 조수미였음이 분명했다.



 조수미가 등장하는 순간, 오늘날의 그를 있게 한 배역 중 하나인 질다의 아리아 ‘그리운 그 이름’을 앞두고 청중의 기대는 한껏 부풀었다. 그의 목소리는 전성기 때처럼 거침없이 올라가지 않는 느낌이었지만 매우 노련한 조탁을 거친 고역의 울림은 여전한 ‘클래스’를 보여줬다. 그가 노래를 마치자 박수갈채가 콘서트홀을 휩쌌다. 바리톤 김동섭과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이 ‘궁정가신들아’ 등 오페라 애호가들에게 익숙한 아리아를 불렀지만 조수미에게 쏟아졌던 환호를 이어가진 못했다.



 그런데 반주를 맡은 웨스턴 심포니의 금관 파트는 불안정하기만 했다. 타악기 파트는 심지어 박자를 놓치기도 했다. 중간 휴식 후에도 반주는 여전히 부실했지만 성악가들은 1부와 비교해 생기가 넘쳐 보였다.



 2부의 핵심은 ‘라 트라비아타’. 아리아 ‘아 그이였던가…꽃에서 꽃으로’는 1부의 ‘그리운 그 이름’과 함께 조수미가 최근 무대나 음반에서 거의 부르지 않았던 정통 오페라 곡이었다. 후반부의 콜로라투라(소프라노가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음역) 대목을 소화하는 대목에서는 원숙미보다 노련함이 돋보였다.



 그리고 이 노련함은 테너와의 이중창 ‘파리를 떠나’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에 파묻히고 싶어하는 두 남녀의 바람을 노래했던 장면을 이날 무대의 하이라이트로 꼽고 싶다. ‘무대 예술가’로서의 조수미가 부각됐다.





 앙코르 타임은 사실상의 3부 공연이었다. 바리톤 김동섭이 ‘오 솔레 미오’를, 조수미와 이아경은 로시니의 ‘고양이 이중창’으로 흥을 돋구었다. 네 명의 성악가가 모두 나선 ‘푸니쿠니 푸니쿨라’에도 박수가 쏟아졌다. 콘서트의 타이틀인 베르디는 희미해지고 ‘조수미의 열린 음악회’가 펼쳐지는 모양새였다. 앙코르까지 베르디여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레퍼토리 선곡과 편곡 모두 흥행적 요소가 다분했다. 쇼 비즈니스적으로는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거물이 된 조수미의 스타성과 이제는 성악가라기보다 가수가 된 조수미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밤이었다.



최윤구 음악평론가·국민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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