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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60세 정년 시대의 해법 … 고려제강 언양공장서 배운다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에 위치한 고려제강 언양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자동차용 특수선재 완제품 앞에 모였다. 오른쪽부터 김병섭(65) 반장, 박현묵(61)·박용만(60)·강호권(60)·곽덕삼(64) 사원. 이 공장은 만 55세로 정년퇴직한 사원들을 ‘신입사원’으로 재고용한다. [울산=공정식 프리랜서]


1948년생, 그러니까 우리 나이로 66세인 김병섭씨는 매일 오전 7시면 경남 양산시 중부동에 있는 아파트를 나와 통근버스에 오른다. 김씨의 목적지는 집에서 30분쯤 걸리는 고려제강 언양공장.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에 있는 특수선재 공장이다. 그는 2008년 10월 이곳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6년째 근무하고 있다. “지각도, 결근도 함도(한 번도) 안 했지예. 월급예? 190만원 쫌 너머예. 돈이 문제가 아이고, 울 나이에 일을 할 수 있다능 게 얼매나 즐거운지 몰라예.”

평균 63세, 최고 70세 정년퇴직 뒤 희망하면 모두 정규직 재고용



수십 년 베테랑들, 품질 기대 이상



 고려제강 언양공장은 조금 ‘특별한 일터’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현장 근로자 34명의 평균 연령은 만 63세다. 고려제강과 고려강선·홍덕산업 등 20여 개 계열사에서 만 55세로 정년퇴직하고, 이후 3년간 촉탁직 근무를 마친 다음 58세에 입사할 수 있다. 정년퇴직자도 신체검사에 합격하면 모두 정규직으로 재고용된다. 최고령인 김영일씨는 만 70세, 강길훈 공장장이 만 58세로 ‘최연소’다. 강 공장장은 “중국으로 기존 설비를 이전하면서 1년 넘게 비어 있던 언양공장을 2008년 9월 ‘퇴직자 전용공장’으로 재정비했다”며 “이후 정년퇴직한 입사 희망자를 전원 고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곳에서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특수선재 를 만든다. 자동차 문이나 트렁크를 여닫을 때 작동하는 선재(쇠밧줄)가 이 회사 제품이다. 지난해 매출은 104억원, 영업이익률은 6%였다. 자동차용 선재 분야에서 국내 1위다. 현대·기아 등 국내 브랜드는 물론 벤츠·BMW·GM·아우디 등에도 공급된다. 생산량의 65% 이상이 수출이다 보니 직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자동차용 특수선재 국내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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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씨는 “품질은 우리가 세계 일등”이라며 뿌듯해했다. 강 공장장은 “이들의 현장 경력은 최소 25년, 최장 40년 이상”이라며 “눈빛만 봐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베테랑이 모여 있다 보니 품질과 생산성이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공장을 가동한 이래 단 한 건의 안전사고가 없다는 것도 자랑거리다.



 회사 측의 ‘세심한 배려’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르신 근로자의 안전을 공장 운영의 첫째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 공장은 3조 3교대로 24시간, 주 6일 가동되는데 특근과 잔업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지름 0.2㎜가량 되는 가느다란 철선을 꼬아 제품을 만드는 작업 특성상 1인당 한 개씩 개별 조명을 설치했다. 고령이다 보니 시력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중량 15~30㎏짜리 완제품을 자동 운반하는 특수 크레인도 갖췄다. 의무실을 만든 것은 기본, 월 1회 인근 병원과 연계해 건강검진도 받고 있다. 그래서 김병섭씨는 “회사에 나오는 게 곧 건강관리”라며 활짝 웃었다.



 이들이 받는 보수는 월 160만~190만원가량. 설날과 추석, 연말 성과급, 휴가비 등은 별도다. 회사 측은 “근로시간이나 작업 강도를 감안하면 적정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월급 160만~190만원, 성과급 별도



 퇴직자 전용공장은 홍영철(65) 회장이 제안해 이뤄졌다. 노동조합이 1993년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하면서 노사 화합의 토대를 닦자 홍 회장이 ‘재고용 카드’를 내놓은 것. 홍 회장은 “납기와 품질, 생산성 등에서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언양공장이 가동된 지 5년, 고민은 없을까. 강 공장장은 “평균 연령이 60대가 넘는 고령 직원만 있는 특수성을 고려한 업무 배치와 임금 조정, 작업환경 조성, 노무 관리 등은 다른 회사 사례 참고가 불가능해 숙제가 태산 같다”고 말했다. 이 공장은 구상만 1년 이상, 준비기간 3개월, 투자비용은 수억원이 들었다.



58세 공장장‘아우 리더십’고민도



 또 한 가지는 국내 직장에 유교적 문화가 여전해 한층 신경 써야 할 ‘아우 리더십’이다. 강 공장장은 “이들은 25~40년간 근무하면서 반장·직장까지 지낸 자존심이 강한 분”이라며 “이들을 ‘관리’하기가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웃어른에게 업무 지시를 하기도, 잘못한 일이 있을 때 경위서를 요구하기도 난감하다. 공장장이 직위상 가장 윗자리지만 여기선 가장 속 타는 자리”라고 털어놓았다.



 정년 60세 법안이 통과되면 이 공장은 ‘60세 입사’로 전환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언양공장의 정년은 “건강이 허락하는 데까지”다.



언양=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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