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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중국 도시 이야기 <22> 청두(成都)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지난달 20일 오전 8시2분(현지시간) 중국 쓰촨(四川)성 성도 청두(成都)시. 40여 초 동안 시내 건물들이 심하게 흔들렸다. 남서쪽으로 106㎞ 떨어진 야안(雅安)시 루산(蘆山)현 지하 12㎞ 진앙에서 발생한 진도 7.0의 강진 때문이었다. 딱 거기까지. 5년 전 북서쪽 75㎞의 원촨(汶川) 대지진 때처럼 청두는 끄떡없었다. 지진 이튿날부터 25일까지 서부대개발 엔진 청두시를 살펴봤다.



중국 서부대개발·신형도시화의 요충지 … 세계 233개 대기업 진출

청두=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지진은 경제 활력 요인



청두(成都)의 최고 번화가는 춘시루(春熙路)다. “세상 사람들이 화평하고 즐겁기가 푸짐한 잔칫상을 받은 듯, 봄 누대에 오른 듯하다(衆人熙熙 若享大牢 如登春臺)”라는 『노자(老子)』 구절에서 ‘춘희(春熙)’를 뽑아 붙은 이름이다. 사진은 지난해 음력설인 춘절(春節·설)을 앞두고 춘시루의 한 금은방 앞의 모습. [사진 청두시]


“루산 지진은 안타까운 재해지만 청두 경제엔 활력요소다.” 24일 청두 한국총영사관 지진상황실에서 만난 정만영 총영사는 청두는 진원지와 지반이 다른 지진 안전지대라고 말했다. 지난해 청두시 국내총생산(GDP)은 8139억 위안(약 146조원)으로 15개 부·성급 도시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2008년 7위에서 4단계 올랐다. 원촨 대지진 복구를 위해 투입된 막대한 지원 덕이다. 구식 버스가 친환경 버스로 전면 교체되는 등 지진은 청두 시민의 삶을 바꿔놓았다.



 청두는 서부 최대 소비도시다. 유럽계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중 여성복 매출액 세계 1위인 매장이 가장 많은 도시다. “청두 사람들은 5000위안을 벌면 1만 위안을 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매력이 크다. 도심에는 이미 26개 대형백화점이 성업 중이다. 5년 전 지진으로 인한 막대한 희생을 목도한 청두 시민들이 인생관을 바꾼걸까. 소비는 더욱 늘었고 경영 환경은 좋아졌다. 루산 지진이 터지자 현지 기업인들은 중앙정부의 우대정책과 경제 업그레이드를 기대하고 있다.



 시민의식도 달라졌다. 지진 후 첫 월요일인 22일 도심에 근무하는 회사원 위안싱웨이(袁興偉)는 평소와 달리 차를 놓고 지하철을 이용했다. 출근길에 지나치는 대형병원 주변의 교통정체를 우려해서다. 이날 청두 시내에는 “생명차로를 양보하자”라고 쓰인 팻말을 든 자원봉사자들이 곳곳에 서 있었다. 현장 구조를 전문인력에게 맡긴 시민들은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베풀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서부대개발의 핵심 엔진



청두시 도시계획전시관 3층에 위치한 모형관. “도농일체화, 전면현대화, 충분국제화. 세계생태전원도시”라고 적혀 있다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니 내리네(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라는 두보(杜甫)의 시처럼 굵은 봄비가 내린 23일. 청두시 도시계획전시관을 찾았다. 흰색 대리석 외관의 4층 건물인 전시관의 주소는 진후이제(錦暉街) 88호다. 진후이제는 톈푸다다오(天府大道)와 맞닿아 있다. 톈푸다다오는 런민루(人民路)와 이어지는 청두시의 중축선이다. ‘인민’과 ‘천자의 창고(天府)’를 상징하는 축선 옆으로 발복을 기원하는 숫자 8이 겹친 길지에 모델하우스를 세웠다. 중국의 물산 배후지에서 세계의 창고로 비상하겠다는 꿈을 담았다.



 전시관의 핵심은 3층 모형관이다. 청두의 미래상을 1000분의 1 크기의 미니어처로 압축해놓았다. 청두는 마오쩌둥의 동상이 서 있는 톈푸광장을 중심으로 4개의 순환도로와 24개 간선도로가 뻗어나가는 방사형 도시다. 동서남북 그린벨트 외곽으로 문화·창의, 바이오·에너지, 정보통신·소프트웨어, 유통업을 각각 특화한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청두시는 대전략을 1300㎡ 넓이의 모형에 담아 외국 자본을 유혹하고 있었다.



 2011년 4월 국무원(중앙정부)은 톈푸신구 프로젝트를 인가했다. 2030년까지 추가 인구 600만 명 수용을 목표로 상하이(上海)의 푸둥(浦東)신구, 톈진(天津)의 빈하이(濱海)신구를 잇는 국가급 프로젝트다. 최첨단 산업도시로의 변신이 목표다. 톈푸신구는 산업·상업·거주에 적합한 국제화된 미래도시를 지향한다. 수용인구 20만~30만 명 규모의 30여 개 그리드로 나눠 교통체증, 환경오염 등 다른 대도시가 겪고 있는 ‘도시병’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서삼각 경제권이 화두다. 청두, 충칭(重慶), 시안(西安) 3대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한 경제권역을 말한다. 지난해 쓰촨과 충칭, 산시(陝西)의 성장률은 각각 12.6%, 13.6%, 15.5%였다. 전국 7.8%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청두는 중국판 ‘고 웨스트(Go West)’ 정책인 서부대개발의 핵심 엔진이다. 2000년 시작된 서부대개발은 50년 예정의 프로젝트다. 인프라를 갖추는 1단계가 끝났다. 2030년까지 가속발전 단계에 들어섰다.



 톈푸신구는 21세기형 중국 도시화의 쇼케이스다. 리커창(李克强) 정부는 신형도시화가 핵심 경제발전 전략이다. 톈푸신구에서 성공한 모델은 곧 중국 전역으로 전파된다. 마자닝(馬加寧) 제너럴 일렉트릭(GE) 중국부총재는 “GE가 지난해 청두에 의료·에너지 분야 이노베이션 센터를 세운 이유도 신형도시화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서부대개발과 신형도시화가 겹치는 청두에서 기회를 노리는 한국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베이징현대에 이어 쓰촨현대 법인을 설립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청두시 인근 쯔양(資陽)시에 상용차공장을 착공했다. 롯데는 선양(瀋陽)에 이어 제2의 롯데타운을 건설하기 위해 판청강(攀成鋼) 부지를 3000억원에 매입 완료했다. 오는 8월 기공식을 할 예정이다.



포춘 “중국의 새로운 미래는 서부에 있다”



지난달 23일 거훙린(葛紅林) 청두시장은 지진 현장 대신 제2순환도로를 덮는 고가건설 현장을 찾았다. “마지막 1개월간 분투하라”며 근로자들을 다그쳤다. 청두시에서는 6월 6일부터 사흘간 제12차 포춘 글로벌포럼이 열린다. 청두시는 지금 마무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95년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포춘 글로벌포럼은 세계에서 가장 경제활력이 넘치는 도시에서 열린다. 글로벌 기업인들은 한데 모여 미래를 논의한다. 청두는 중국에서 상하이, 홍콩, 베이징에 이은 네 번째 포럼 개최 도시다.



 2013 포춘 글로벌포럼의 주제는 ‘중국의 새로운 미래’다. 중국의 새로운 미래를 청두에서 모색하겠다는 의미다. 포춘 500대 기업 중 233개 기업이 이미 청두에 진출했다. 인텔은 CPU 절반을, 폭스콘은 전 세계 아이패드의 70%를 청두에서 생산하고 있다. 거준(<5F0B>峻) 인텔차이나 상무이사는 “글로벌기업의 CEO들에게 중국 투자는 서부를, 서부 투자는 청두를 봐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라고 말한다. 올해 포럼은 ▶지속가능한 발전 ▶창신과 기술 ▶글로벌 금융과 경기회복 ▶중국의 세기 등 4개 트랙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물류도시’ 청두



청두는 내륙도시다. 통념상 물류에 불리하다. 현실은 달랐다. “청두공항의 규모는 중국 4위다. 매일 정기화물기 2개가 첨단 IT제품 200여t을 싣고 유럽으로 향한다. 유라시아 화물철도는 13일이면 유럽에 다다른다. 동부 연안 도시들의 선박 물류보다 두 배 빠르다. 비용도 20% 낮다.” 탕지창(湯繼强) 가오신취(高新區) 대변인은 청두가 신형 물류도시라고 강조했다. “청두에서 유럽은 중국 다른 도시는 물론 미국 서부나 호주보다 지리적으로 가깝다”고 말한다. 중국의 지도를 90도 돌려놓고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쿤밍(昆明)과 싱가포르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을 추진 중이다. 동남아 공략을 위한 전략이다. 임성환 청두무역관장은 “중국의 동남아 공략을 위한 베이스캠프는 산업이 약한 쿤밍보다 청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청두의 발전요소는 그만큼 다양하다.



 청두는 IT인력이 풍부한 중국판 실리콘밸리다. 애플 앱스토어 판매액 상위 52개 앱에 2개의 중국 기업이 포함됐다. 2개 사 모두 청두 소재 업체다. 한국의 현대상선은 다큐멘테이션 센터를 가오신취에 설립했다. 현지인 100여 명을 고용해 연간 선하증권 48만 건을 처리한다.



바이든 미 부통령도 반한 청두 맛집



‘세계 최고 식당 101’을 커버스토리로 담은 지난해 8월 13, 20일자 뉴스위크 표지. 청두의 위자추팡이 본토 식당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사진 왼쪽), 위자추팡의 대표 요리 ‘량펀사오바오위’(사진 오른쪽).
청두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미식의 도시(美食之都)다. 지난해 8월 미국 뉴스위크는 최고급 셰프 53명의 추천을 받아 세계 최고의 식당 101곳을 선정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29개 식당이 포함됐다. 중화권에서는 홍콩 4곳, 대만 1곳, 중국 대륙 1곳이 선정됐다. 한국 식당은 아쉽게도 한 곳도 없었다. 뉴스위크가 선택한 본토 식당은 2011년 8월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방문한 청두의 위자추팡(喩家廚房·위씨의 주방)이다. 당시 바이든은 베이징에서 자장면 5그릇, 만두 10개, 오이무침, 고구마탕, 감자채와 콜라까지 한 상에 총 79위안(약 1만4000원)에 불과한 ‘부통령세트’를 유행시켰다.



 위자추팡은 삼청동 스타일의 전통거리 콴자이샹쯔(寬窄巷子)에 있는 방 7개에 불과한 작은 식당이다. 메뉴판이 없고 개별 메뉴도 팔지 않는다. 3일 전에 예약하면 최적의 추천 요리가 준비된다. 사장 겸 주방장인 위보(喩波)는 쓰촨성 정부가 1981년 특급요리사로 인정한 쓰촨요리의 달인 쩡치창(曾其昌·72)의 수제자다. 요리경력 33년인 위보의 호는 ‘차이츠(菜痴)’. 백치 요리사란 뜻이다. 그에겐 ‘오호상장(五虎上將)’이란 별명도 있다. 전국요리대회의 한 심사위원이 지어줬다. ‘맵고(辣乎乎), 떫고(麻乎乎), 기름지고(油乎乎), 거무죽죽하고(黑乎乎), 대충한 듯이(馬馬虎虎)’ 쓰촨요리를 재창조했다는 칭찬이다.



 그의 요리철학은 전통의 창조와 재해석이다. 위자추팡의 시그니처 요리는 ‘량펀사오바오위(凉粉燒鮑魚)’다. 흔한 녹두묵과 귀한 전복을 쓰촨식 양념에 볶아 만든다. 식재료의 ‘왕과 거지’를 조화시킨 요리다. 그의 요리와 인생 철학이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3일 위자추팡을 찾았다. 마방진을 연상시키는 16가지 냉채(애피타이저)로 시작된 만찬은 붓 모양의 튀김요리 마오비쑤(毛筆<9165>)로 이어졌다. 송이자라탕(松龍甲魚湯), 토끼계란찜(兎肉蒸蛋), 잠두악어탕(蠶豆鰐魚) 등 열댓 가지 산해진미가 나왔다. 가격은 1인당 300위안(약 5만4000원). 단 4인 이하는 800위안, 4~8인은 600위안을 받는다. 바이든을 수행했던 게리 로크(중국명 뤄자후이·駱家輝) 주중대사는 위자추팡을 나서며 “쓰촨의 사람, 쓰촨의 먹거리가 좋다”고 말했다. 쓰촨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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