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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한진중공업의 변신 … '노사 상생 1번지' 됐다

위성욱
사회부문 기자
1년 반 전만 해도 부산 시민들, 특히 영도구와 도심 일대의 주민들은 주말이 두려웠다. 이른바 ‘희망버스’란 이름의 시위대가 부산으로 몰려들어 경찰과 대치하면 도심 주요 도로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됐다. 영도 주민들은 종일 소음공해와 교통지옥에 시달린 것은 물론이고, 밤샘 시위가 끝난 이튿날엔 각종 오물과 쓰레기를 치우느라 또 한 번 고통을 겪어야 했다. 노사분규의 대명사였던 한진중공업이란 기업과 가까이 살고 있다는 죄 아닌 죄 때문에 비롯된 고통이었다.



 근로자의 날을 하루 앞둔 30일 한진중공업 노사가 지역 주민들에게 뒤늦은 사과와 함께 감사의 뜻을 전했다. 최성문 사장과 김상욱 노조위원장 등 1200명의 임직원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준비한 선물 꾸러미를 영도구 저소득층 1000여 가구를 찾아가 전달한 것이다. 최 사장은 “노사 갈등에 따른 집회 때문에 큰 불편을 겪고도 인내하며 불편을 참아준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노사가 마음을 모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한결같이 “지난 일은 잊어버렸다. 앞으로 잘하면 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노(勞)와 사(使),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한마음이 된, 모처럼 보는 흐뭇한 풍경이었다.



 극단적인 노사분규로 고통을 겪기는 주민들뿐 아니라 한진중공업 노사가 마찬가지였다.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외면받은 회사는 ‘수주 실적 제로’란 늪을 오랫동안 헤어나지 못했다. 정리해고 철회 약속을 받아내고 회사로 돌아온 노조원들을 기다린 건 일감이 없어 텅 빈 도크뿐이었다. 투쟁에선 이겼을지 몰라도,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는 깨달음이 노조원들에게서 싹텄다. “회사가 문을 닫을 판인데 노조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란 인식도 확산됐다. 비로소 노사는 한마음이 돼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지난달 12일 영도조선소가 5년 만에 세 척의 배를 수주하는 데 성공한 건 노조위원장 명의로 “노사분규 없이 최고의 품질로 배를 만들어 납품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발주자 측에 써준 결과였다.



 환골탈태(換骨奪胎)란 말은 바로 요즘의 한진중공업을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조선 1번지’에서 ‘분규 1번지’로 전락했다가 다시 ‘노사 상생 1번지’로 거듭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남은 일은 단 하나뿐이다. 최고의 품질로 배를 만들어 내다 팔고 더 많은 일감을 따내는 일, 그리하여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그럴 때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비로소 ‘조선 1번지’란 예전의 명성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건 기업이 마땅히 있어야 할 본연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위성욱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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