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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몰라도 너무 모르는 북한

김정하
정치국제부문 차장
박근혜 대통령은 2002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을 때 상당히 괜찮은 인상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는 2007년 펴낸 자서전에서 당시 면담을 회고하면서 “김 위원장은 서로 마음을 열고 이끌어낸 약속들을 가능한 한 모두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또 “북측과 툭 터놓고 대화를 나누면 그들도 약속한 부분에 대해 지킬 것은 지키려고 노력한다. 나는 북한 방문을 통해 이런 확신을 얻었다”고 적었다.



 그랬던 박 대통령이 요즘 생각이 바뀐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미국 하원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은) 너무도 예측 불가능한 곳이다. 기업 활동을 하려면 합의가 성실히 지켜져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작금의 상황은 박 대통령 입장에선 북한에게 뒤통수를 맞은 거나 다름없다. 이명박정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도발에 대한 사과 없이는 어떠한 지원과 대화도 없다”고 못 박았기 때문에 모든 남북 관계가 동결 상태였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국면을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지난 대선 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발표하면서 전향적인 대북 시그널을 보냈다. 인도적·비정치적 분야에서부터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 가면서 핵 문제를 풀자는 거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아직 뜨거운데 북한에 다시 손을 내미는 건 자칫 보수 지지층의 반발을 살 수도 있는 모험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자신 있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꺼낸 것은 방북 당시의 경험이 토대가 됐을 거다. 터놓고 얘기하면 북한도 약속을 지킬 것이란 확신 말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선의(善意)는 허망하게 걷어차였다. 지난 2월 북한은 국제사회가 하지 말라고 경고한 핵실험을 기어이 벌이더니 그 뒤론 폭주(暴走) 일변도다. 유엔의 대북 제재 조치 이후 개성공단에서 우리 근로자의 통행을 제한하고 북측 근로자를 빼버렸다. 우리 금융기관·언론사에 대해 대규모 사이버 공격도 감행했다. 연일 남쪽을 향해 내뱉는 협박과 공갈은 차마 지면에 옮기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북한은 박 대통령을 거칠게 다뤄 길들여 보려는 의도인 듯하다. 여성이라고 만만히 본 것일까. 그러나 그건 ‘인간 박근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얘기다. 부친의 피격 소식을 듣고도 전방 상황부터 챙겼고, 커터 칼에 얼굴이 11㎝나 찢어지는 참변을 극복했고, 세종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청와대와 맞붙었던 박 대통령이 협박에 흔들린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고집스러울 만큼 자기 원칙에 충실한 유형이다. 되레 그게 너무 심해 비판받는 경우도 있다. 박 대통령이 “북한이 협박 공갈을 해도 대가가 없다”고 말했다면 그건 액면 그대로다. 이번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 결정도 협박과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박근혜식 원칙이다.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은 전임자들과 꽤 다르다는 걸 북한의 젊은 지도자는 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김정하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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