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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돼버린 강 … 흰수마자·꾸구리가 사라졌다

22조2000억원을 들 인 4대강 사업. 거대한 토목사업 과정에서 생태계는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2010~2012년 3년 동안 환경부가 실시한 생태계 변화 조사 보고서를 중앙일보가 입수해 들여다본 결과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국립환경과학원과 대학·민간연구소 등 15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환경부가 공식 보고서를 통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처음이다.


흰수마자는 날렵한 몸매에 네 쌍의 수염을 가진 물고기다. 경북 예천 낙동강 지류 내성천이 고향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여울이 있고, 바닥엔 너무 굵지도 않고 가늘지도 않은 모래가 쌓여 있는 곳이다. 겁 많은 흰수마자에겐 가끔씩 모래 속에 숨을 수 있어 딱 좋다.

 하지만 3년 전부터 흰수마자 가족에 재앙이 닥쳤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본류 준설이 시작되면서 내성천 바닥에 쌓여 있던 모래가 하류로 쓸려 내려갔다. 1m 이상 깎여나간 강바닥엔 모래 대신 거칠고 굵은 자갈들이 가득하다. 상류로 피난하려 해도 건설공사가 한창인 영주댐으로 막혀 있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그리고 달라진 환경에 적응 못 한 흰수마자들이 하나둘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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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생태계가 심상찮다. 강 일부가 호수처럼 바뀌면서 희귀 어종이 자취를 감췄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을 진행한 이후 나타난 변화다.

 환경부가 작성한 ‘보 건설 전후 수생태계 영향평가 보고서’에 이런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본지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이 보고서(총 12권)를 입수해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멸종위기 물고기인 한강의 꾸구리와 금강의 미호종개 등은 본류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낙동강의 흰수마자는 지류에서도 크게 숫자가 줄었다.

 또 기존에 서식하던 식물이 제거된 빈자리에는 귀화식물(외래종)이 대거 침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물플랑크톤 우점종은 수돗물 악취를 유발하는 시아노박테리아로, 강바닥에 서식하는 대형 무척추동물도 실지렁이 등 오염에 내성이 강한 종으로 바뀌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남한강대교와 여주보 상류 등 남한강 본류 구간에서 채집됐던 꾸구리(멸종위기 II급)는 2012년 지류인 섬강에서만 발견됐다. 환경과학원 한강물환경연구소 변명섭 박사는 “꾸구리는 물이 맑고 바닥에 자갈이 깔린 여울에서 사는 물고기인데, 강바닥이 준설되고 수심이 깊어지면서 본류에서는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낙동강·금강에서는 흰수마자(멸종위기 I급) 보기가 힘들어졌다. 낙동강 내성천 합류지점에서는 2010년 9마리가 관찰됐으나 2012년에는 한 마리만 관찰됐다. 낙동강 지류인 감천 하류에서는 2010년 24마리가 관찰됐으나 2012년에는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금강 본류의 금강보 부근에서도 흰수마자가 사라졌다.

 순천향대 방인철(해양생명공학) 교수는 “4대강사업은 흰수마자에게는 치명적”이라며 “낙동강 감천과 본류 사이에 낙차공을 설치하는 바람에 흰수마자의 이동이 차단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낙차공은 본류 준설로 생긴 급경사 탓에 지류가 침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천 하류 바닥을 콘크리트 등으로 덮은 인공시설이다.

 물고기뿐만이 아니다. 낙동강 본류 강바닥에서 살던 대형 민물조개인 귀이빨대칭이(멸종위기종 I급)도 3년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 전에는 경남 창녕 적포교 부근이나 경북 고령 낙동강 본류에서도 귀이빨대칭이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지만 강바닥이 준설되고 다시 모래가 퇴적되는 등 변화가 심한 탓인지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수변에서 살아온 수달들도 4대강사업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수중섬이 사라지고 강변이 콘크리트로 덮이면서 은신처가 줄어든 데다 자전거 이용객과 탐방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2011년까지 남한강 이포보와 여주군 흔암리 일대에서도 수달이 발견됐으나 2012년에는 그 흔적이 관찰되지 않았다.

한국수달연구센터 한성용 소장은 “공사가 끝나면서 수달 은신처가 사라진 탓”이라며 “4대강사업으로 인해 변화된 물가에 수달이 은폐할 수 있도록 나무를 심고 생태섬을 만들어 주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대 주기재(생물학) 교수는 “낙동강은 강 전체가 거대한 파이프로 바뀐 셈이고, 완전히 새로운 강이 돼 과거 생태계 자체와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라며 “생태계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몰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 유호 수생태보전과장은 "유속이 느려지는 등 환경이 바뀌어 생물상 변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올해부터 다시 3년간 모니터링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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