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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음악으로 손님 맞이하는 현대식 사랑방

1 키 높은 천장의 거실은 갤러리로 활용했다. 2 음악을 주제로 한 게스트룸
여행에서 돌아와 가방을 열면 여러 갈피의 추억들이 어느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끌려 나온다. 그래서 먼지를 뒤집어쓴 가방은 어느새 ‘추억의 여행가방(Suitcase of Memories)’이 된다. 영화 ‘써니’로 다시 유명해진 보니엠의 노래 ‘Time after time’에도 이 말이 나온다.

게스트하우스 수토메(SUTOME)라는 이름은 이 노래 가사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었다. 올해 1월 문을 열었다. 6호선 마포구청역 5번 출구를 나와 오른편 골목으로 들어서면 똑같은 집 두 채가 대칭으로 나란히 서 있는데, 낮은 담장 너머로 4월의 목련이 화창하게 피어 있는 동편 집은 도서출판 산수야가 사용하고 있고, 그 옆에 담장을 헐고 앞마당을 드러낸 갤러리 겸 게스트하우스가 수토메다.

큐레이터로 근무하다 몸이 약해진 홍윤경씨가 쉬엄쉬엄 느리게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선택한 곳이다. 어릴 적부터 낭만적인 소규모 호텔을 운영해 보는 게 소박한 꿈이었다는 엄마와의 의기투합도 큰 힘이 됐다. 값이 비싸진 홍대 앞을 피해 이모네 집과 가까운 이 집을 발견한 것은 행운이었다.

3 게스트용 주방과 리빙룸 4 게스트룸에서는 갤러리에 걸린 그림들이 바로 보인다. 5 담장을 헐고 앞마당을 드러낸 갤러리 겸 게스트하우스 수토메. 사진 Choi Soonyoung
1970년대 일명 ‘불란서풍’으로 지어진 이 집은 지어진 그대로 말끔하게 손을 보고 나니 의외로 격조 있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깨끗해진 지붕의 모습이나 부분 포치 등의 외관도 그렇지만 애초부터 갤러리를 만들고 싶었던 홍씨가 마음에 들어 했던 키 높은 천장의 거실, 벽면 높이 붙어 있는 창, 디테일이 살아 있는 계단 등은 꽤나 풍취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모녀의 손님맞이는 소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게스트를 위해 준비해 둔 국화차는 부모님의 고향집에서 직접 만들어 보내주신 거란다. 국화차 외에도 다양한 꽃차들이 마련되어 손님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손님들이 사용할 방에도 모녀의 정성 어린 손길이 곳곳에 배어 있다. 음악을 테마로 한 방에는 CD플레이어가 벽걸이 형태로 걸려 있다. 꽃을 테마로 한 방에는 그림도 꽃이다. 그림을 테마로 한 룸도 있다.

‘문화가 있는 게스트하우스’ 수토메에서 현재 운영 중인 룸은 8인 도미토리식 1실(침대당 2만5000원), 싱글베드 2실(5만원), 트윈베드 2실(7만원) 총 5개다. 직접 만든 과일 잼과 커피, 빵 등이 포함된 아침 식사도 이 가격에 제공된다. 2층에는 홍윤경씨 가족 3명이 살고 있고 동선이 분리된 아래층에는 손님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주방과 세탁실 등도 갖췄다.

한국적인 것을 느끼고 교감케 하자
갤러리로 사용하고 있는 거실에는 현재 건축가 박정연씨의 드로잉전이 열리고 있다. 10년 동안 답사하며 그린 국내 전통가옥을 비롯한 전 세계 다양한 건축물 그림이 벽면 가득이다. 홍씨는 앞으로 서울에 관한 책들을 모아 전시를 할 계획이다. 또 난방이 가능한 바닥을 이용해 누워서 영화를 보는 행사도 해볼 생각이다. “저렴한 숙소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문화와 예술을 즐기고, 사람들의 만남이 있는 ‘열린 공간’으로 커 나가길 바란다”는 것이 홍씨의 바람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수가 작년에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최근 북핵 문제나 일본의 엔저 영향으로 주춤대고는 있지만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높아져 있기 때문에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점점 다양해지는 여행객 눈높이에 맞는 숙박시설들이 필요해진다.

어느 나라에서나 표준화된 호텔방에 누워 있으면 갇혀 있다는 답답함에 의문까지 생긴다. 내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인가 하며 여행자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할 길이 없다. 한국에 왔으면 한국다운 환경과 사람과 음식과 소리와 냄새를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를 충족시켜 준다면 그 이상의 외교적 성과까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방편으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고 게스트하우스가 한 유형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30여 곳에 불과했던 서울의 게스트하우스는 지난해 말 215곳으로 늘어났다. 홍대앞·신촌 등 마포권이 가장 많고 기존의 종로·중구 등 4대문안권과 강남권이 3대 권역으로서 주축을 이루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지원 및 홍보대책을 펼쳐 ‘공유도시’ 서울의 자랑거리로 격상시키고자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손님을 중시하는 사랑방 문화가 있다. “이리 오너라” 호령 하나로 지나가는 과객이 방과 음식과 기타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는 열린 생활문화가 우리에게는 있었다. 주인과 손님의 대등한 만남은 항시 가능하고 서로의 교류는 중요한 사연이 되어 역사의 갈피마다 기록되고 있다. 집시가 천대받는 유럽과 달리 나그네가 존중받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열린 시대의 중요한 ‘손님문화’ 유전자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주요섭의 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근대화 초입의 일제 강점기에도 살아 있던 우리네 사랑방 문화의 한 단면을 잘 그리고 있다. 나이 들어 딸과 함께 게스트하우스 수토메를 운영하고 있는 어머니 이옥랑 여사가 혹시 그때의 옥희가 아닐까.



최명철씨는 집과 도시를 연구하는 ‘단우 어반랩(Urban Lab)’을 운영 중이며,‘주거환경특론’을 가르치고 있다. 발산지구 MP, 은평 뉴타운 등 도시설계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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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